[ISSUE] 공상과학이 현실로… 소방 로봇시대 ‘활짝’재난 환경 변화에 인력 중심서 로봇 대응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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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0일 오후 2시 55분께 충북 음성군 맹동면의 한 생활용품 제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은 오후 3시 20분께 대응 1단계, 5분 뒤인 오후 3시 25분께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254명과 장비 90여 대를 투입했다.
공장 건물은 인화성이 높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였다. 게다가 원재료로 쌓아둔 다량의 펄프에 불이 옮겨붙어 진압에 난항을 겪었다.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인 오후 6시 2분께 큰 불길은 잡았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붕괴 위험과 내부를 꽉 채운 열기ㆍ유독가스로 인해 소방관들조차 섣불리 진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건 다름 아닌 무인소방 로봇. 화염이 솟구치는 건물 사이로 거침없이 진입한 이 로봇은 자체 분무 시스템을 통해 고열을 버티는 동시에 AI 카메라로 짙은 연기를 뚫고 시야를 확보하면서 물줄기를 뿜어냈다. 덕분에 신고 접수 21시간여 만인 31일 오후 12시 8분께 완전히 불을 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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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량의 가연물이 저장된 화재현장에선 급격한 연소 확대와 짙은 유독가스로 인해 내부 진입이 어렵다. 여기에 초고층ㆍ복합 건축물과 대형 물류창고, 데이터센터 등이 곳곳에 들어서고 전기차 보급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소방의 대응 난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갈수록 가혹해지는 재난 환경은 소방관 안전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예측 불가능한 재발화 등으로 인해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로봇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기도 하다.
소방은 이런 변화에 맞춰 대응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소방관이 직접 인명 수색과 화재 진압을 수행했던 기존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이 적용된 로봇을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119플러스>가 화재 예방부터 재난 대응, 소방관 안전 확보ㆍ보조 등 소방에 도입된 첨단 로봇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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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화마도 거뜬”… 첨단 기술 적용된 ‘무인소방 로봇’
소방청이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기증받은 무인소방 로봇은 원격 주행이 가능한 현대로템의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에 방수포와 자체 분무 시스템, 시야 개선 카메라, 중앙 제어기 등 화재 진압을 위한 기능과 장비가 적용됐다.
앞서 소방청과 현대자동차그룹은 2024년 11월 실무협약을 체결한 뒤 협력을 거쳐 이 로봇을 완성했다.
로봇의 길이는 3.3, 너비 2, 높이 1.9m에 중량은 2.25t이다. 소방관이 안전한 거리에서 방수포를 직사ㆍ방사형으로 작동할 수 있는 원격 운영 기술이 적용됐다. 지하 1층 기준 직선거리 약 130m까지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특히 시야 개선 알고리즘이 탑재된 AI 카메라는 이 로봇의 핵심 기능 중 하나다. 온도가 높아 접근이 어렵거나 짙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땐 전면부 상단에 장착된 적외선 카메라가 화점과 사람을 빠르게 찾는 걸 돕는다. 농연 농도가 85%인 지역에선 약 17m 거리에 있는 사물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 극한 화재현장에서 견딜 수 있도록 자체 분무 시스템과 단열 설계가 적용됐다. 로봇을 둘러싼 분무 노즐로 미세 물 입자를 지속해서 분사해 외부에 수막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차체를 보호한다. 이를 통해 로봇은 500~800℃ 수준의 고열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진압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보통 시야가 크게 제한된 재난현장에서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따라 진입하거나 탈출 경로를 확보하곤 한다.
이 로봇에 장착된 고압 축광 릴호스는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발광한다. 탈출로를 안내하고 소방관의 안전한 이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방호스를 견인할 수 없는 지하 공간 등에선 소방호스를 풀면서 진입도 가능하다.
주변 지형과 장애물을 인지해 충돌 위험을 최소화하고 굴곡이나 협소한 장애물 밀집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자율주행 보조시스템 덕분이다. 최고 속도는 50㎞/h다. 지하주차장이나 물류창고 램프와 같은 경사로도 문제없다. 300㎜ 수직 장애물이나 가파른 경사를 거침없이 돌파한다.
전동화 구동계엔 현대모비스의 6×6 인휠 모터 기반 전동화 시스템이 적용됐다. 인휠 모터 시스템은 각 바퀴에 개별 모터를 장착해 구동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최적의 선회 능력이나 차체 자세 제어 성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각 바퀴에 장착된 모터는 제자리에서 360° 회전이 가능해 협소한 공간이나 복잡한 진입로에서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현재 이 로봇은 수도권119특수구조대와 영남119특수구조대, 충남소방본부, 경기 화성소방서에 각각 1대씩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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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과 국립소방연구원, 현대자동차그룹은 무인소방 로봇이 스스로 상황을 파악해 화재 원점과 진압 중요도를 분석하고 효율적인 진압 방식을 계산한 뒤 알아서 불을 끄는 로봇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도심 재난 환경 맞춰 미래형 재난 대응 체계 구축
복잡하고 다양한 대도심 재난 환경에 맞춰 화재 감시ㆍ대응 체계도 진화하는 모양새다. 이에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인력이나 장비 접근이 어려운 현장에 사족보행 로봇과 저상소방차를 투입하고 화재 취약 구역엔 화재순찰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화재 예방과 초기 진압 임무를 맡은 화재순찰 로봇은 지난해 마포ㆍ남대문 시장에 시범 도입된 후 4개 시장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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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봇은 화재 취약 시간대인 심야에 자율주행 순찰을 돌며 고온 물체를 감지하면 관계인에게 실시간 경보를 전송한다. AI 영상 분석을 통해 화재로 판별되면 119에 자동 신고하고 기기에 탑재된 분말 소화기를 통해 초기 대응한다.
유해가스나 붕괴 위험으로 소방관이 섣불리 진입하기 어려운 고위험 현장엔 사족보행 로봇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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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다리에 자유도 액추에이터가 적용된 이 로봇은 수풀이나 자갈, 계단 등 장애물을 거침없이 돌파하고 전복 시 스스로 복귀한다. 또 영하 20℃부터 영상 550℃까지 온도 측정은 물론 광학(25배)ㆍ디지털(12배) 줌 기능 등을 지원하는 카메라를 통해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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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를 발사해 사물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 쉽게 말해 최근 승용차 등에서 크루즈 기능으로 활용되는 이 기술이 사족보행 로봇에도 탑재됐다.
이로써 최대 170m 반경의 현장 공간을 정밀한 3D 영상으로 구현해 낸다. 연기로 가득 찬 암흑 속에서도 구조대상자를 찾아내거나 내부 상황 등을 알아낼 수 있는 이유다.
구조대상자에게 피난이나 위험을 안내하기도 한다. 내장된 스피커와 마이크를 통한 양방향 음성 송수신 기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 8종 이상을 감지하는 가스탐지기가 탑재돼 폭발 위험이나 유독가스 누출 여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서울소방은 실제 재난과 유사한 환경에 사족보행 로봇을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추가 도입 필요성을 살피고 표준 운영 절차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소방차의 진입이 불가능했던 지하 공간의 물리적 한계는 저상소방차가 허문다. 2024년 인천 청라 화재 당시 기존 소방차(높이가 2.7m)가 내부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2.3m 이하 지하주차장 내부에 진입 가능한 차량 필요성이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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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K351C 소형전술 차량이 기반인 이 차량은 1200ℓ의 물탱크와 100ℓ의 폼탱크를 갖췄다.
가장 큰 특징은 주행과 동시에 방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차량 주행용 엔진과 소방펌프용 가솔린 엔진(20마력 이상)이 별도 장착돼 이동하면서 물을 쏠 수 있다.
전방 범퍼에 설치된 방수총은 조이스틱을 이용해 전동식으로 제어되며 1525LPM 이상의 방수량을 자랑한다. 후방 65㎜ 보수구를 통해 펌프차나 옥내외 소화전으로부터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고 짙은 연기로 빛이 차단된 환경에선 전면 열화상 카메라로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차량 내부에 양압장치를 적용해 유독가스로부터 탑승 소방관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31°의 가파른 종 경사와 11.3°의 횡 경사를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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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저상소방차는 송파와 동대문, 강북, 동작소방서 등 4곳에 배치돼 운영 중이다.
입는 로봇으로 소방관 근골격계 질환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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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차량 등이 화재 진압을 돕는다면 소방관 신체를 보호하는 웨어러블 로봇 시대도 열리고 있다. 소방관들은 무거운 구조 장비를 들고 계단을 오르거나 환자를 이송하는 등 하루에도 수백 차례 고강도ㆍ고위험 동작을 반복한다. 이로 인한 만성적인 근골격계 질환은 소방관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직업병이다.
엑소스켈레톤은 몸에 착용하는 로봇이다. 모터나 유압장치를 내장한 외골격 구조가 사용자의 움직임과 자세에 맞춰 허리 근력과 하체를 보조해 근골격계 피로와 부상 위험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반복적인 중량물 운반이나 허리 굽힘 등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동작을 도와 소방관들이 더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소방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해준다.
모터 배터리에 의존하지 않는 패시브 방식의 로봇은 복잡한 센서 없이도 현장에서 반복되는 굽힘 동작이나 중량물 운반 시 척추와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대폭 줄여준다.
소방청도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17억원을 투입해 ‘소방대원 활동성 등 수행능력 지원을 위한 외골격 로보틱 슈트 개발’에 나선다. 이를 통해 소방관 체력 저하 시 낙상이나 기절 등의 사고를 예방하고 임무 안전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