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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화재가 전파될 수 있다 ② 우리가 열이나 뜨거움을 인식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개념은 바로 ‘온도’다. 오늘날 우린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검색하고 기온을 파악해 하루의 옷차림을 결정한다.
사람의 체온은 37℃ 부근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에야 막대형식 온도계가 사라졌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소아과를 가면 간호사 선생님이 다소 짧은 막대형식의 수은 온도계를 겨드랑이에 꽂아 두고 체온을 측정했다.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기 위한 유기화학실험에서도 수은 온도계를 사용했다. 100℃가 되면 기체가 되는 물과 달리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한다.
또 액체인 구간이 넓어 100℃ 이상 고온에서도 정확하게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반응용기에 100℃ 이상의 열을 가하고 싶으면 물보다 끓는점이 높은 실리콘 오일을 사용해 수은 온도계로 온도를 측정해 가며 실험했다.
사실 필자는 10~500㎖ 수준의 아주 작은 용기로만 실험한 경험이 있어 처음 소방에서 실험할 때 무척 당황했었다.
일단 실험의 스케일이 너무 크다. 컨테이너 하나를 태우는 건 기본이고 때로는 집 한 채를 태우는 실험도 했다. 고작 15㎝보다 작은 반응용기로 실험해 왔기에 동료들로부터 실험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이 실험을 통해 초기엔 열이 천장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현상, 화재가 더 진행된 뒤엔 공간 내 열(연기)이 전파되는 양상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열전대를 설치해 온도를 측정하면서 우린 화재 전파 상황을 예측하고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게 됐다.
소방관은 화재현장에서 화상을 입곤 한다. 사람은 과연 몇℃ 정도에 화상을 입을까? 피부가 고통을 느끼는 온도는 약 44℃라고 한다.
1도 화상을 일으키는 온도는 약 48℃고 덴 상처를 내는 온도는 54℃(30초 노출 시)다.2도 화상을 일키는 온도는 55℃고 노출 시 피부가 즉시 파괴되는 온도는 72℃로 알려져 있다.1)
그런데 손을 고온의 냄비에 짧은 시간 접촉했더라도 빠르게 찬물에 담가 두면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저온에서 오랫동안 있을 때도 저온화상을 입는 걸 보면 온도의 개념만 사용해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처음 근무처에 왔을 때 다른 연구원들이 온도라는 단위 대신 에너지 개념을 포함하는 단위를 사용하는 걸 봤다. 화재공학에선 ‘열유속’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열유속의 단위는 W/㎡인데 여기서 W(와트)는 J/s로 시간당 일, 즉 시간당 전달되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열유속이라는 개념은 단위 면적, 단위 시간당 에너지 흐름을 나타내는 단위라 할 수 있다.
온도의 경우 0℃는 물의 어는점, 100℃는 끓는점으로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열유속값이 주어져 있다면 그 값이 큰지, 작은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래서 ‘화재공학 원론’에선 열유속을 대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값을 제시한다. 지표면에 이르는 태양의 복사에너지는 약 1㎾/㎡다. 여름 해변에서 태양이 우리 몸으로 전달돼 들어오는 열유속을 1㎾/㎡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는 거다.
맨살에 고통을 주는 열유속 최솟값은 2, 맨살 화상은 4, 물체 점화는 10~20㎾/㎡ 정도로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온도가 아닌 에너지, 즉 열전달 개념을 포함한 열유속 크기를 대략 추측할 수 있게 된다.
열유속에서 면적 단위인 ㎡를 없애면 화재공학에서 추가로 많이 사용하는 ‘열방출율’이 된다. 열방출율은 W(J/s, 시간당 에너지) 단위를 가진다.
1인용 천 소파를 태우면 열방출율이 대략 1~2㎿인데 소파 하나를 태우는 화재실험을 하고 싶다면 연구소에 3㎿ 정도의 콘칼로리미터(콘 형태의 열량을 측정하는 시설)가 있어야 가능할 거다.
최근엔 리튬전지를 포함하는 전기차 등을 태우는 실험을 많이 하고 있다. 국내 최대 콘칼로리미터는 30㎿급인데 아마도 이 정도는 돼야 전기차를 태우는 실험이 가능할 거로 예상한다.
열은 에너지다. 일과 에너지는 J(줄)이란 단위를 쓴다. 열과 일, 에너지는 다르지만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열은 물질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에너지를 갖는다. 에너지를 갖고 있으니 물질을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게 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의 비열은 4.18J/gㆍK이다. 물 1g의 온도를 1℃ 올리려면 4.18J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 1g을 0℃에서 100℃로 만들려면 418J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액체 상태의 물을 수증기로 바꾸려면 2257J이 더 필요하다.
열유속과 열방출율 단위에 포함된 W는 시간당 가해진 에너지의 양으로 단위는 J/s다. 따라서 화재로 인한 열방출율과 물질의 열적 특성값을 안다면 외부에서 열이 가해질 때 물질의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고 상변이가 일어나는지 유추할 수 있다.
전도, 복사, 대류 등 열전달 방식은 화재 전파와 관련된 중요 요소다. 열전달 방식과 온도 변화, 열유속 크기를 통해 때로는 화재 피해를 예측하거나 그 피해에 관해 설명할 수도 있다.
우린 뉴스로 매일 화재를 접한다. 열에너지 축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원인의 화재가 발생하고 대류, 전도 등의 방식으로 예상할 수 없는 먼 곳까지 전파되기도 해 피해가 커지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제도적 장치를 통해 화재 발생과 전파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때론 역부족이라고 느낀다.
산업혁명은 불로 시작됐다. 석탄ㆍ석유로부터의 열을 사용해 기차와 자동차, 공장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었다. 특히 겨울철 보일러로부터 공급되는 열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오늘날에도 석유를 이용해 자동차를 움직이고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든다. 열이 내는 불은 무섭지만 열은 전달 방식을 잘 이해하고 사용할 때 엄청 소중한 게 된다.
1) nist.gov/el/fire-research-division-73300/firegov-fire-service/fire-dynamics
국립소방연구원_ 한동훈 : hdongh1@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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