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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RIT는 구조대만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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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부소방서 석남119안전센터 소방교 윤지호 | 기사입력 2026/05/18 [15:30]

[119기고] RIT는 구조대만의 일이 아니다

인천서부소방서 석남119안전센터 소방교 윤지호 | 입력 : 2026/05/18 [15:30]

▲ 인천서부소방서 석남119안전센터 소방교 윤지호

화재 현장에서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무전이 있다. “메이데이.” 이는 대원이 고립됐거나, 방향을 잃었거나, 공기가 부족하거나, 부상을 입었다는 신호다. 그 순간 현장은 단순한 화재진압 현장이 아니라 동료를 살려야 하는 구조 현장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때 투입되는 체계가 RIT, 즉 신속동료구조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RIT의 필요성은 이미 강조되고 있다. 현장 활동 중 대원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대원을 신속히 구조하기 위한 팀으로 규정돼 있고 각 시도에서도 관련 교육과 훈련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RIT는 구조대만의 임무가 아니다. 고립된 대원을 찾고 끌고 나오는 것만으로 끝나는 작전도 아니다. RIT는 구조와 진압이 동시에 맞물려야 하는 현장 생존 작전이다.

 

화재가 이미 성장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천장부에는 고온의 연기층이 내려오고, 내부에는 열과 연소가스가 쌓이며, 문을 열거나 창이 깨지는 순간 화재 흐름이 바뀐다. 이런 상태에서 구조대원만 투입해 고립 대원에게 접근하게 하면 구조대원 역시 같은 위험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동료를 구하러 들어간 대원이 다시 구조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RIT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들어갈 것인가”만이 아니다. “누가 그 길을 지켜줄 것인가”도 함께 정해져야 한다.

 

여기서 진압대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화재가 발달되고 있는 과정에서는 구조대원이 접근할 수 있도록 디펜스를 해주는 진압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디펜스는 단순히 물을 많이 뿌리는 것이 아니다. 구조대원이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통로를 보호하고, 상부 열을 낮추고, 화염 확대를 견제하며, 고립 대원 주변의 생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주수다.

 

이때 펄싱관창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펄싱관창은 짧고 절제된 주수로 고온 연기층과 가스층의 에너지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무작정 많은 물을 넣어 내부를 교란시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지점에 짧게 물 입자를 넣어 열을 낮추고 구조대원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방식이다.

 

RIT 상황에서 이 몇 초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구조대원이 문 앞에 접근하는 시간, 고립 대원을 확인하는 시간, 공기를 연결하는 시간, 방향을 잡고 다시 빠져나오는 시간. 그 짧은 시간들이 모여 생존 가능성을 만든다. 그리고 그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진압대원의 방어 주수다.

 

외국의 RIT 운용 사례를 보더라도 이 점은 분명하다. 미국에서는 RIT나 RIC를 단순한 예비 구조팀으로만 보지 않는다. 내부 진입 대원이 위험에 빠졌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된 팀을 배치하고, 메이데이 상황에서는 공기 공급, 위치 확인, 퇴로 확보, 호스라인 보호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미국 NIOSH의 소방대원 순직 조사 사례들을 보면 메이데이가 선언됐다고 해서 구조가 곧바로 끝나지 않는다. 길을 잃고, 공기가 떨어지고, 열이 내려오고, 진입했던 구조팀도 같은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런 사례들은 RIT가 단순히 구조대원을 대기시키는 수준이 아니라 현장 전체가 고립 대원을 구조할 수 있도록 함께 작동해야 하는 체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외국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RIT는 “지정해 두는 팀”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우리나라 SOP와 현장 안전관리 체계도 대원사고 대응과 신속동료구조팀의 필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현장 운용이다. 서류상 지정은 되어 있어도 실제 화재가 커지는 상황에서 구조대, 진압대, 현장지휘관, 안전담당자가 하나의 흐름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RIT는 늦어진다.

 

특히 우리 현장에서 아쉬운 부분은 RIT를 구조대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다. 고립 대원을 찾는 기술, 끌기 기술, 비상호흡장치 연결, 협소공간 탈출 등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화재가 계속 성장하고 있는 공간에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구조대원이 접근하기 전에 열을 누르고, 통로를 보호하고, 화염 확산을 견제하는 진압대원의 디펜스가 함께 있어야 한다.

 

문 앞 상황이 대표적이다. 고립 대원이 방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될 때 구조대원은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내부로 산소가 들어가고 연기 흐름이 바뀌며 화재가 반응할 수 있다. 이때 옆에서 관창을 잡은 진압대원이 없다면 구조대원은 변화하는 화재환경을 그대로 맞게 된다. 반대로 진압대원이 펄싱관창으로 상부 열을 낮추고, 화염 확대를 견제하며, 출입구를 지켜주면 구조대원은 훨씬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복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고립 대원이 복도 끝이나 계단실 인근에 있을 때 구조대원은 장비를 들고 이동해야 한다. 이때 연기층이 낮아지고 열이 강해지면 이동 속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구조대원이 고립 대원을 찾았더라도 끌고 나오는 과정은 더 어렵다. 그때 뒤에서 호스라인을 유지하고 상부 열을 눌러주는 진압대원이 없다면 구조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그래서 RIT 훈련은 구조기술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구조대와 진압대가 함께 훈련해야 한다. 고립 대원 위치 확인, 진입 경로 설정, 호스라인 전개, 펄싱관창 방어, 공기 공급, 끌기, 철수 경로 보호까지 하나의 시나리오로 이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RIT 운용에서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몇 가지다.

 

첫째, RIT가 현장에 지정되어도 실제 임무가 구체적으로 나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둘째, 구조대와 진압대의 협업 훈련이 부족하다.

 

셋째, 메이데이 발생 이후 누가 화재를 제어하고 누가 구조에 들어갈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넷째, 펄싱관창과 같은 실내화재 주수기법이 RIT 상황에서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훈련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섯째, RIT를 “대기팀”으로만 생각하고, 화재발달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생존공간을 만드는 개념이 약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RIT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뀌어야 한다. RIT는 출동대 편성표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 전체가 대원 구조를 위해 준비되는 체계여야 한다.

 

앞으로의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RIT 임무를 구조, 진압, 공기, 통로 확보, 안전감시로 세분화해야 한다.

 

둘째, 진압대원도 RIT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디펜스를 해야 하는지 훈련해야 한다.

 

셋째, 펄싱관창을 단순한 실내화재 주수기법이 아니라 구조대원 접근을 보호하는 방어기법으로 교육해야 한다.

 

넷째, 메이데이 훈련은 무전 절차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진입, 주수, 공기 공급, 구조, 철수까지 이어져야 한다.

 

다섯째, SOP에는 RIT 지정뿐 아니라 화재발달 상황에서 진압대가 구조대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더 구체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RIT의 핵심은 속도만이 아니다. 빠르게 들어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살아서 들어가고, 살아서 데리고 나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대원의 기술과 진압대원의 방어가 동시에 필요하다.

 

구조대원은 고립 대원을 찾는다. 진압대원은 그 길을 지킨다. 현장지휘관은 그 두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조정한다. 안전담당자는 전체 위험 변화를 계속 읽어야 한다. 이 네 가지가 맞물릴 때 RIT는 비로소 현장에서 작동한다.

 

동료를 구하는 일은 용기만으로 되지 않는다. 용기 위에 전술이 있어야 하고, 전술 위에 협업이 있어야 한다. 화재가 발달하는 순간, 구조대 뒤에는 반드시 디펜스를 해줄 진압대원이 있어야 한다.

 

RIT는 구조작전이면서 동시에 진압작전이다. 고립 대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그 대원이 버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구조대원이 접근하고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펄싱관창을 잡은 진압대원의 역할이고 구조대와 진압대가 함께 만들어야 할 현장 협업의 본질이다.

 

우리의 RIT는 이제 “있다”에서 멈추면 안 된다.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작동의 중심에는 구조대원과 진압대원이 함께 만드는 디펜스가 있어야 한다.

 

인천서부소방서 석남119안전센터 소방교 윤지호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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