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안전처 신설을 추진하면서 소방방재청의 해체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조직법의 문제점을 조망하고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화재소방학회(회장 백동현, 이하 화재소방학회)는 지난 20일 오후2시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국민행복을 위한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라는 주제로 정책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문성준 총재를 비롯해 소방분야의 산하기관ㆍ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총 400여명의 소방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 좌측부터 한국화재소방학회 백동현 회장,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문성준 총재 | |
토론회 진행에 앞서 백동현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고양종합터미널과 장성효사랑요양병원 화재 이후 재난관리에서 소방의 중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소방의 역할과 소방방재청 해체가 포함된 정부조직법의 문제점을 조망하고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 회장은 또 “소방인들은 화재나 재난발생 시 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 어떻게 변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의 행복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문성준 총재는 축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재난대응관리 조직을 비장한 각오로 재구성 중에 있으며 그 내용 역시 매우 충격적으로 이해 당사자를 비롯해 각계 각층의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면서 “소방관련 단체에서도 효과적인 재난대응 및 관리체계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고 건의하고자 포럼과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토론회는 국내 행정조직 석학과 소방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대형재난 대응력 제고와 소방인사체계 제정확보방법, 독립 소방청의 효율성과 당위성 등에 대해 논의 하는 자리”라며 “정부가 합리적인 체계를 수립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주제발표와 토론에서는 이창원 한성대 교수와 이기환 전 소방방재청장(경일대 교수),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서 각각 ‘재난 대응력제고를 위한 소방인사체계 개편 및 소방재정확보 방안’. ‘독립 소방청의 효율과 타당성’, ‘국가재난관리 중심역량 기관으로서의 소방’에 대해 발표했다.
주제발표 후에는 김상욱 회장(전 소방기술사회), 김창영 기자(경향신문), 류충 소장(한국소방안전협회 연구소), 신상도 교수(서울대), 이종영 교수(중앙대), 임승빈 교수(명지대), 한림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경원 교수가 지정토론자로 나서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이창원 한성대 교수
“정부가 일사불란한 재난의 대응 원한다면 소방 국가직화해야”
‘재난 대응력 제고를 위한 소방인사체계 개편 및 소방재정확보 방안’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정부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당시 소방방재청의 이야기는 없었지만 지금와서 가장 큰 폭탄을 맞은 조직은 소방방재청”이라며 “이는 소방방재청이 조직화 된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질적으로 정부조직 요소요소에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으로 소방방재청과 달리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질책을 받았던 안전행정부는 해양경찰과 같이 거의 해체 수준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안전행정부는 소방방재청과 달리 정부조직 요소요소에 자기들의 입장을 전달했고 결국 갖은 논리로 조직업무를 갖고와 행정자치부로 다시 살아나면서 지금의 조직개편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이 교수는 비판했다.
현재 정부에서 내놓은 조직 개편안을 보면 소방방재청의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흡수되고 차관급이던 소방방재청장이 1급 본부장으로 격하된다.
이창원 교수는 “개편되는 정부 조직법 2조에는 국가안전처에 보조기관으로 특정직을 둘 수 있다고 나와있으며 이는 특정직에 소방총감을 둘 수도 있다고 해석되지만 사실상 소방총감을 차장에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이라며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외청 형태의 소방방재청이 만들어졌지만 10년만에 다시 소방방재청 이전의 상태로 역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소방 조직의 국가직화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보편적 서비스는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며 “소방업무는 군과 경찰과 같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업무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소방 조직은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 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이원화된 조직을 갖는 기관이 바로 소방조직이다.
이창원 교수는 소방조직의 이러한 모순점 때문에 지자체간 소방력이 차이가 나며 국민은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안전행정부에서는 예산으로 이 같은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 교수는 “소방의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지속되고 있는 문제였으며 안전행정부는 지난 10년동안 교부세 등의 예산을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고 말해 왔지만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라며 “지난 10년간 실패해 왔던 정책을 또다시 되풀이 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헌법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조항을 예로 들며 정부의 조직개편 방향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창원 교수는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국가는 바로 중앙정부”라며 “중앙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자체 역할 불균형으로 인해 훼손된다면 그것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정부를 보면 헌법의 이 같은 내용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방화 시대만 이야기 하고 있다”며 “국가안전처 차장을 정무직으로만 해야 한다는 강변과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창원 교수는 소방조직의 국가직 전환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원인을 소방조직 스스로가 제공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과거 1992년 광역소방체제로 전환을 소방조직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국가직 전환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이창원 교수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키워드는 일관성 확보”라며 “중앙과 지방간 소방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일사불란한 대응을 정부가 정말 원한다면 소방 조직의 국가직 전환이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며 지방자치단체간 불균형적인 소방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방재정 마련 방안도 정부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환 전 소방방재청장
“소방청 독립은 시대적 흐름”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기환 전 소방방재청장은 “소방청 독립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강조하면서 발표를 이어갔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는 창조경제와 안전이다. 이를 바탕으로 안전에 대한 변화를 주기 위해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변경하고 거대 조직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기환 전 청장은 이에 대해 '실패한 정책'이라고 못박았다. 안전행정부에 소방방재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본부라는 조직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에 안전총괄과를 만들었지만 결국 실제 현장과 맞지 않는 조직으로 변모하면서 탁상행정이 됐다는 것이다.
이기환 전 청장은 “현 정부들어 경주 마우리나리조트 붕괴사고와 세월호 참사 등 두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이유없는 실패로 기록되고 있으며 마우리나리조트 붕괴사고의 경우 그나마 대응이 빨랐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실상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고 꼬집었다. 결국 두건의 대형 재난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안전처 신설로 인해 소방방재청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기환 전 청장은 “대통령 담화 당시에도 소방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없었지만 조직 개편 과정에서 나타난 밀실행정과 행정관료들의 소방에 대한 반감으로 소방조직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응에 대한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조직개편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국가안전처는 안전행정부에서 실패했던 중앙재해대책본부의 몸집을 불린 조직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기환 전 청장은 안전행정부의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이 개정되면서 그 동안 자연ㆍ사회ㆍ인적재난으로 나뉘던 재난의 분류 체계가 자연과 사회재난으로만 분류되면서 인적재난은 사라져 버렸다. 한쪽에서는 재난관리를 통합한다고 하면서 한쪽에서는 이를 다시 분리해 업무를 가져가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펼쳐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겠다던 중앙재해대책본부는 비전문가 출신의 관리가 총 책임을 맡게 되면서 지휘보고 체계가 유명무실했으며 대응이라는 것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채 업무를 추진해 왔다고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소방조직은 지난 30년간 전문대응기관으로서의 노하우를 쌓고 있는 거대한 조직이지만 정부는 소방의 역할을 한정적으로만 못박아 놓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기환 전 청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현장중심 대응 업무의 중요성은 그 어느때 보다 높아져 있다”며 “현장 대응에 있어서 소방조직을 따라 올 수 있는 곳은 없다. 다시 말해 소방이 중심이 되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
“이미 소방은 국가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윤명오 교수는 주제발표에 들어가면서 세월호 사고 당시 현장에서 지휘를 담당하던 지휘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있는지 객석에 질문을 던졌다.
객석에는 4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지휘관의 이름을 아는 이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질문을 던진 윤명오 교수 스스로도 현장 지휘관이 누군지 모른채 던진 질문이었다.
윤명오 교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지휘관이 언론 등에 쉽게 노출돼 누가 현장을 지휘했는지 알 수 있지만 세월호 참사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며 “다시 말해 이것은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는 지휘체계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재난관리에 있어 예방은 할 수도 없고 필요도 없지만 우리나라는 왠지 모르게 예방에 대한 부분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며 “스프링클러와 감지기 등 과거부터 소방의 예방부서에서 담당해 왔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모두가 예방으로 착각하고 있지만 실상 스프링클러와 감기지는 대비다. 이것이 터지게 되면 대응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재난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대비와 대응이며 대비와 대응은 공통의 자원을 집중 시킬 때 성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예방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은 다른 조직을 감시하게 되고 다른 조직이 못하는 것을 도와주게 되지만 결국 본인들의 책임은 전혀 없다”며 “같은 조직 내에 예방과 대응을 붙여 놓으면 대응은 긴박하고 책임에 노출되다보니 힘 있는 사람은 결국 대응업무를 꺼려하게 된다”며 소방방재청이 처해 있는 상황을 빗대어 말했다.
특히 윤명오 교수는 “소방은 이미 국가직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소방조직의 국가직화를 위해 정부를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외부에서 소방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지역에서 불을 끄고 환자를 이송하는 조직, 비인기 직종, 보수적이고 완고한 폐쇄적 조직 등이다.
윤명오 교수는 “외부의 이 같은 시각은 소방을 무시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소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국가직화를 주장하며 1인 시위 및 우리 장갑 사러 간다는 등 열악한 소방 환경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며 “동정심은 가지만 결국 국가직 전환에 대한 논리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화재가 발생하면 국토부와 산림청 등을 비롯해 수많은 소관 부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소방이 대응을 하고 있는지 또 소방이 완고하긴 하지만 조직 역사를 보면 소방만큼 새로운 업무를 받아들인 조직도 없었다는 등의 설득 논리를 만들어 소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각계 전문가들 모여 열띤 토론 진행
▲좌측부터 경향신문 김창영 기자, 한국소방안전협회 류충 연구소장,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김상욱 고문 | |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경향신문 김창영 기자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국가안전처 신설에 따른 소방기능 강화에 대해 모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창영 기자는 “정부는 소방서장에게 군ㆍ경의 현장지휘권을 부여하고 인력 확충 및 기존기능의 강화 등을 밝히고 있지만 이는 현장을 모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소방공무원들의 반박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소방공무원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시ㆍ도 소방본부와 소방서의 기능,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즉 정부에서 밝히고 있는 소방조직의 기능 강화는 전체 소방인력의 0.38%를 차지하고 있는 중앙119구조본부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안전을 위해 국가를 새롭게 개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표출되고 있는 소방조직의 불만을 살펴본다면 과연 소방방재청의 해체가 여기에 해당되는지 짚어봐야 할 것”이라며 “소방공무원이 인용한 ‘로마인 이야기’의 ‘조직의 리더는 보고 싶은 현실만 보아서는 안되며, 보고 싶지 않은 현실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안전행정부를 비롯해 국회와 청와대에 불이 나도 소방관은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서 한국소방안전협회 류충 연구소장은 오랜시간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했으며 소방방재청에서도 주요 요직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류 소장은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현직에 있을 당시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실적 문제를 지켜봐 왔다”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소방 조직이 본격적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난관리 시스템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현재 소방조직의 이야기는 굉장히 왜곡되어 고위층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소방조직은 모든 것을 자기들이 주도하려고 하는 이기적인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류 소장은 “특수조직을 관리하는 중앙조직이 있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만약 이러한 조직이 우리나라에 생겨난다면 다른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서류상으로 정리해 고위층으로 보고하는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김상욱 고문(전 소방기술사회 회장)은 “앞으로의 소방정책은 국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체대응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개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법적 강제시스템은 한계성이 있다는 것으로 김상욱 고문은 “현재 법적으로 소방시스템을 강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국민들은 화재로 인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방조직의 행정은 과학소방의 올바른 적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소방조직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예방 정책의 한계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국민들 스스로가 자체대응능력을 갖추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좌측부터 중앙대 이종영 교수, 명지대 임승빈 교수, 한림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경원 교수 | |
네 번째 토론자로 나선 중앙대 이종영 교수는 “국가안전처의 신설의 정당성을 정부는 안전에 대한 컨트롤 타워를 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컨트롤 타워는 국가안전처가 없는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상재난과 육상재난을 통합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기 위해서는 재난이 해상과 육상에서 동시에 연계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해야 하거나 거대한 재난의 발생이 예측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으며 앞으로도 특별하게 예측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종영 교수는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해상과 육상의 재난대응을 위해 컨트롤 타워를 하나의 중앙행정기관에 두겠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탁상행정”이라며 “재난의 특성을 전혀 알지 못하고 가상하여 행정조직을 구성하고 이를 실행하는 행위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책임을 국민에게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방조직의 국가직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소방은 전통적으로 국가 업무로 취급되지 않았지만 국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소방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재난환경이 대형화되고 있으며 소방대상물이 특정된 지역의 건축물이라기보다 국가의 건축물화로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소방이 지방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다섯 번째 토론자로 나선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임승빈 교수는 “우리나라 소방의 경우 선진 외국과 달리 매우 애매모호한 좌표를 가지고 있다”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임승빈 교수는 소방청 독립은 매우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국가안전처 신설 시 소방방재청은 해체되며 이로 인해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소방은 밀려나게 돼 이에 대한 전문화된 예산과 정책수립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승빈 교수는 “소방조직은 현장을 강조하고 있고 현장에 가장 밀접한 조직”이라며 “이는 곧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로 이어지는 만큼 소방조직의 정책과 예산은 축소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지정 토론자로 나선 한림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경원 교수는 국가안전처 신설로 인해 자칫 구급업무가 축소될지 모른다는 우려감을 표출했다.
이경원 교수는 “구급은 엄연한 의료며 응급의학의 세부적인 과목인데 사람들은 무심코 구급업무를 환자를 옮기는 업무라고 말한다”며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당시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구급업무는 소방조직내에서도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이경원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잦은 출동과 힘든 업무로 인해 소방공무원들조차 매우 꺼려하는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
이경원 교수는 “소방방재청이 국가안전처 산하의 본부로 업무가 축소되면 일상적인 구급업무도 축소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국민들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12년부터 겨우 소방조직 내에 구급업무가 의료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일상적인 구급업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일 것이며 정부는 소방조직의 축소가 아닌 확대를 통해 구급업무의 전문성 강화에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 후 전개된 객석토론에서는 “소방공무원들은 화재진압 및 구조ㆍ구급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재난의 현장에 출동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해체는 결국 소방조직 내부의 문제”, “현장의 소방공무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정작 소방 정책부서에 있는 간부들은 말한마디 못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해체가 결국 국민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등의 질문이 쏟아지는 등 소방조직 축소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이어졌다.
신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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