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돌아왔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올 한해 계획했던 일들을 얼마나 잘 실천하고 이뤘는지 돌아보고 내년에는 무엇을 어떻게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반성과 다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뒤섞이는 시기이다.
나 역시 한해의 마지막 달을 맞이해 직장과 가정 등 많은 부분을 살펴보며 계획했던 일들이 온전히 잘 이뤄졌는지 내 주변인들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러한 중에 마포소방서에서 2016년 서울 소방안전작품 공모전에 입상한 포스터를 보내왔고 이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느닷없이 초등학생들이 그린 불조심 포스터를 받아들고 보니 소방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해도 그림에 문외한인 나로선 바쁜 업무를 핑계 삼아 뒷전으로 미뤄 책상 위에 놓아둔 채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 식사 후 추워진 날씨에 따듯한 커피 한잔을 마시는데 문득 그 포스터가 떠올랐다. 날씨가 추워지고 화재에 대한 뉴스를 접하다 보니 아이들의 포스터가 생각난 것이다.
동심의 세계에서만 느껴지는 독특한 순수함이 입상작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녹아있어 한 작품, 한 작품마다 눈길을 담아가며 9점의 작품을 모두를 보게 됐고 나름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중 특히 ‘불은 못 먹는 것이 없습니다’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그 내용은 사람 형상의 불이 사납게 집과 사람을 입에 털어 넣으며 집어삼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림과 표어 모두 선명해 뚜렷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불은 못 먹는 것이 없다. 화재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너무도 당연하고 지극히 맞는 말이지만 평소에 무심하게 소홀히 여기며 지나치는 부분은 없었을까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소절이다.
화재가 발생하고 초기 진압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 이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피해자들의 아우성과 통곡에도 아랑곳없이 불은 그 주변의 가연물, 즉 태울 수 있는 것들을 다 태우며 모든 것을 먹어 치울 때까지 스스로 절대 멈추려 들지 않는다.
화재가 발생하면 화염이 다른 물체와 접촉하면서 불이 번져나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화염과 직접적인 접촉 없이 거리가 떨어져 있는 물체에도 복사열로 인해 화재가 전파되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플래쉬오버라고 한다.
화재가 시작되면 일정 시간 경과 후 고온의 연소 가스가 발생하고 이 뜨거운 공기는 실내 상부로 상승, 축적돼 천정 면을 타고 흐르는 제트기류를 형성한다.
실의 내부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서 500℃~600℃에 도달하면 일순간 전체 실의 내부가 화염에 휩싸이며 유리창 등의 개구부를 깨고 화염이 밖으로 폭발하듯 분출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화재는 최성기로 접어들며 초기소화의 실패와 인명의 구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플래쉬오버라는 이 현상은 점화원과 가연물과 산소 등의 연소에 관한 조건이 갖춰질 경우 화재 발생 후 불과 3분~5분이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화재 상황에서 3분~5분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것이다. 주변에 화재 사실을 알리고 119에 신고하며 초기진압을 시도하려 하기에도 모자라는 촉박한 시간이다.
따라서 이러한 화재를 초기에 발견하고 진압하며 대피하기 위해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설비, 소화용수설비, 소화활동설비와 같은 소방시설을 갖추게 된다.
화재 발생 시 경보설비인 감지기가 작동하거나 또는 사람이 수동조작으로 화재를 알려 자신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신속히 화재 층으로 부터 안전한 피난층까지 피난하도록 해야 한다.
소화설비인 스프링클러 설비는 화재 시 발생된 열로 인해 스프링클러 헤드가 개방되면서 유수검지장치, 소방펌프를 가동시켜 소화용수를 공급해 화재를 제어하거나 진압하게 된다.
마치 심장이 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피를 보내듯이 소방펌프는 배관을 따라 소화용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보설비의 감지기나 발신기 또는 소화설비의 펌프부터 스프링클러 헤드 말단 사이에 배관이나 밸브 등의 어느 부분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생명을 구하는 소방설비는 제 역할을 할 수 없으며 촌각을 다투는 화재 발생 상황에서 이상 부위를 즉각 조치해 정상 복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화재는 초기진압에 실패하게 되고 막대한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가져오는 비극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초기 소화에 필요한 시간이 불과 3~5분 사이에 이뤄져야 하는 일이기에 평소에 확인하고 점검해 정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우리 사회는 주택을 선택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신중한 판단을 내린다. 주택의 구입조건에는 주변의 여건 즉 교통이나 학군, 편의시설, 자연환경 등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가시적이고 외적인 조건 이외에도 삶의 질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안전과 재난대비에 관한 사항 역시 고려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집이나 근무하는 건물에 화재와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안전한 생명과 재산의 보호에 대한 대책이 실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소방시설 관리에는 이상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고 지속적인 관리가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관심이 필요하다.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소방시설 등의 자체점검에 대해 관계인이 정기적으로 자체점검을 하거나 기술자격자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상물의 규모에 따라 작동기능점검과 종합정밀점검 대상으로 나뉘며 두 가지 모두 연 1회 이상 건축물 사용승인일이 속한 달 말일까지 실시해야 하는데 특히 종합정밀점검 대상의 경우 종합정밀점검을 받은 달부터 6개월이 되는 달에 다시 작동기능점검을 하도록 돼 있고 해당 결과보고서는 2년간 자체 보관해야 한다.
또 개인이 스스로 화재의 초기소화설비인 소화기 사용법 등을 숙지하고 옥내소화전과 발신기 위치를 알아두는 것도 화재예방과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기초 소방시설인 소화기나 단독경보형감지기를 가정에 준비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기초소방시설 설치로 화재예방 효과를 가져왔음이 됐고 우리나라의 경우 내년 2월 5일까지 각 세대마다 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기준이 정립됐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사회에서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은 화재 및 재난으로부터 안전한가?’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많지도 않을뿐더러 물을 곳도 마땅치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흔히들 말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단시간 내에 바뀌는 것도 아니요, 시간이 흘러야 성숙되는 인식이기는 하지만 화재예방에 대한 중요성과 그 내용을 내가 먼저 깨닫고 내가 사는 집과 내가 일하는 건물의 안전에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여기에 화재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는 인식을 가진다면 화재 예방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불은 못 먹는 것이 없습니다’ 를 항상 기억하며 2017년 새해에는 대한민국의 소방안전의식 향상과 화재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로 ‘설마 나에게...’라는 안전불감증의 의식 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영설계에프엔씨 소방기술사 임정열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포소방서 홍보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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