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류창고 화재 재발 방재책 마련 분주
현장 입고되는 샌드위치 패널 확인방안 갖춰야 생명과 맞바꾸는 경제성 논리는 이제 그만! 올해에만 두 번의 냉동창고 화재로 4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돌이킬수 없는 참사로 기록되어 버린 이천 물류창고화재. 그곳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다. 바로 발화 위험성이 큰 샌드위치 패널과 안전대책이 미비했던 용접작업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샌드위치 패널과 용접 등에 대한 관련 법규를 정비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못해 또 한번의 참사를 불러온 사고로 샌드위치 패널의 위험성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물류창고 건축물내장재와 관련된 법규가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고 이후 정부에 건의된 재발 방지책에는 관련 법규 정비와 사전 예방대책 강화를 위한 골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관련법이 정비된다 해도 비슷한 유형의 참사가 발생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국민적 안전의식이 전환되지 않는 한 탈출구는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2008년 두 번의 참사 이후 모습을 드러낸 정부의 대책과 물류창고 화재로 나타난 문제점 중 간과해서는 안될 것들을 짚어본다. 물류창고 화재 재발 방지책 마련 경기도는 이천에서 발생한 두 번의 화재 이후 건축물 내부마감재 개선과 방화구획 의무화 등이 포함된 재발 방지대책 9건을 정부에 건의했다. 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창고시설의 경우 연면적 1000㎡ 이내마다 방화구역을 의무화하고 샌드위치 패널 등은 준불연재료 이상의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만 시공할 수 있도록 내부마감재 대상에 냉동창고를 포함시키도록 요청했다. 또, 연면적 5000㎡ 이상의 건축물은 3층 이하인 경우에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냉동창고에는 방수형 화재감지기를 설비하도록 하고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설치된 경우 면제된 비상방송설비를 자동으로 연동해 설치하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화재의 원인으로 꼽히는 용접에 대한 개선사항에는 용접기능사 자격증 취득 시 소방안전교육을 받도록 했으며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용접 등 화재위험이 있는 작업을 할 경우에는 관련 기관에 신고하도록 했다. 사업주 등 건축물 관리 감독자, 근로자 등에 대한 안전교육 실시 근거를 마련하고 안전관리자 선임대상에 냉동창고 등 연면적 1만㎡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을 포함시키도록 했으며 이 밖에도 냉동창고 등 대형창고에 대해서 스프링클러, 화재경보 장치 설치를 강화하고 점검 때 실제 작동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함께 행정안전부도 물류창고의 건축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화재 재발 방재대책을 마련해 특별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인화성 강한 샌드위치 패널엔 소방시설 ‘속수무책’ 지난 5일 발생된 서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발화지점인 지하층과 1~2층에는 3천 950개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구축돼 있었다. 이러한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초기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타났다. 지난 1월 해당 창고에 대한 소방시설검사가 이루어졌고 10월 18일 소방시설관리 전문업체에 의뢰한 검사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것이 드러나면서 일부에서는 작동하지 않은 시설이 양호판정을 받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소방검사에 대해 질타했다. 소방검사는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유사시 소방시설의 작동 가능여부를 판단하고 문제점을 보완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사전통보 이후 점검을 진행하게 된다. 때문에 사전에 통보받은 관계인들은 검사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지만 검사 이후 변화되는 환경에 대해서는 건물주나 관리인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관리업체에서 진행하는 소방시설점검의 경우도 이러한 조건은 마찬가지다. 주변을 살펴보더라도 오작동 등을 우려해 소방검사시에만 소방시설을 작동해 놓는 행위들은 쉽게 접할수 있으며 이는 사회전반에 만연한 안전의식의 문제점들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일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면 화재의 초기진압이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은 저렴한 가격의 일반 샌드위치 패널은 인화성이 강해 화재가 발생되면 사실상 초기진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샌드위치 패널 내부에서 시작된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안쪽에서 확산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한다해도 철판 표면에만 물을 퍼붇는 꼴이 될 수 있다. 즉, 시설물의 내부마감재 특성상 스프링클러만의 기능으로 화재를 초기진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화재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샌드위치 패널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장 유통되는 패널 감시체계 갖춰야 정부의 대책마련으로 준불연재료 이상의 성능을 갖춘 샌드위치 패널을 시공하도록 적용된다 해도 비슷한 유형의 참사는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을 제조하는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샌드위치 패널을 제조하는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난연 2급(준불연재)까지 만들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국내 기술수준이 그만큼 향상되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엉터리 제품이 납품되는 것이 현실이고 이 같은 문제점은 지난해 경찰청에서 실시한 난연재료에 대한 특별 수사를 통해 사회에 알려진 바 있다. 당시 경찰청은 경기도에서 상위 매출을 자랑하는 15개 패널생산업체 제품을 조사한 결과 70%가 넘는 11개가 가짜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업체는 지정 연구원의 난연 시험을 정품시료를 이용해 통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샌드위치 패널은 지정된 시험연구원의 시험성적서를 받아 난연급수를 인정받고 1년간의 효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현장에 납품되는 자재가 난연재료인지 비난연재료인지의 실물조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건설사 및 시공사들은 난연급수의 시험성적서를 요구하기는 하나 원가를 낮추기 위해 실제 납품되는 제품은 일반 패널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제조업체 또한 일반 제품으로 납품을 하고 시험성적서만 끊어주는 경우도 적지않고 관련 업계에서도 대부분이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실정에서 모든 건축물에 난연 2급을 의무적으로 사용한다 해도 이천참사와 같은 대형 화재는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어 현장에 입고되는 제품을 검사할 수 있는 체계정립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경제적 논리부터 따지는 의식 먼저 사라져야 싼 가격과 빠른 시공성을 자랑하는 샌드위치 패널. 창고나 공장 등 조립식 건물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건축자재다. 하지만 올해 발생한 이천물류창고화재와 같이 대형 화재를 불러오는 위험을 동반한다. 단열재 양면에 철판을 붙여 만든 샌드위치 패널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티로폼 패널과 난연등급을 가진 패널 등으로 구분되지만 경제적 논리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건설시장으로 인해 수 많은 현장에서는 위험성이 강한 일반패널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전을 도외시한 채 경제적 논리만을 내세우는 사회의 만연된 안전불감증으로 항상 인명과 재산을 파괴하는 결과가 도출되지만 경제적 실리에 따라 차선책으로 안전을 선택하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수준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안전의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 전반적인 의식자체의 전환으로 ‘안전’이 경제적 논리를 앞지르지 않는다면 참사는 또 발생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지적이 크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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