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소방원은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1930년(13세) 부친 김기옥(모 오수남) 씨를 따라 부산시 중구 영주동 138번지로 이주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부산부(釜山府)의 상수도 관리원으로 근무하던 1938년(21세) 진임연(陳任連) 씨를 만나 결혼했다. 부산시 서구 아미동에 살고 있을 당시 종전의 부산소방조(釜山消防組)가 관설됐다.
이후 부산소방서(釜山消防署, 7개 파출소)로 확대ㆍ개편되면서 직원도 증원됐다. 김영만 소방원은 1939년 4월 수도소화전(水道消火栓) 관리 경력으로 임용됐다.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동시에 일본인 소방관들이 업무 인수인계도 없이 모두 본국으로 도망치듯 귀국했다. 이어 미군정(美軍政)이 실시됐지만 부산 지역의 관청들은 한동안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부산소방서에는 김영만 소방원을 비롯해 한국인 소방관들만 소수로 남아 크고 작은 화재에 대응하며 동분서주했다.
해방된 지 겨우 두 달 남짓한 1945년 10월 27일 오후 김영만 소방원은 비번(非番)으로 자택에서 쉬고 있었다.
고지대에 자리한 그의 집은 망루 역할을 했다. 그는 평소 습관대로 창문을 열고 당시 소방서가 위치한 동광동 일대와 부산항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이때 김영만 소방원은 멀리 적기(赤崎, 지금의 감만동 일대)에서 갑자기 검은 연기가 치솟는 걸 목격하게 된다. 그곳은 일본 육군의 군수품 보급 창고였다.
일본군이 퇴각한 후 관리 주체가 분명하지 않았던 곳으로 재고 물품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대형 창고였다. 김영만 소방원은 군용물품을 빼돌려 시중에 내다 파는 많은 상인이 매일같이 창고 주변을 서성거린다는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김영만 소방원은 비번자 비상소집이 있기도 전에 소방서로 복귀해 장비를 갖춘 후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미 창고는 화염에 휩싸인 상태였고 먼저 출동한 소방관들이 주저하고 있을 때 그는 선임 소방원으로 현장의 연기와 불꽃을 면밀하게 살폈다.
관창수(管槍手)를 자원해 앞장서 화점을 향해 진입하는 순간 ‘쾅’하는 굉음과 함께 창고 안에 있던 군용 폭발물이 터졌다. 그는 순식간에 불길과 함께 현장에서 산화했다.
원래 군 폭발물은 별도의 시설이나 무기고에서 관리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다급해진 일본군은 퇴각하면서 피복류 등을 보관하는 일반 군수품 창고에 폭발물을 함께 감춰뒀다. 화재 현장 지휘자를 비롯해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당시 김영만 소방원은 손꼽히는 베테랑이었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언제나 솔선수범했고 화재진압을 위해 온몸을 던져 임무를 수행하다 숨진 최초의 소방관으로 기록됐다. 소방 역사에 길이 남을 소방영웅이다.
시신은 동료들에 의해 수습됐다. 가족과 함께 장례를 치른 후엔 부산시 북구 만덕동 미군정 당국이 마련해 준 장지에 안장됐다.
김영만 소방원이 안장된 곳은 1990년대 만덕지구 택지 개발사업지로 수용됐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결국 실묘(失墓)까지 하고 말았다. 유해를 찾기 위해 관청을 비롯해 여러 곳을 수소문해 봤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유족으론 부인과 2남 1녀의 자녀가 있었지만 생활고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고 자녀들은 보육원에서 성장했다. 이후 미국으로 이민 갔던 아들 김정부 씨가 귀국해 부친의 순직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2013년 11월에는 국가보훈처 안동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유족등록을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7월 안동보훈지청은 고인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순직공무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등록 거부 처분을 내렸다.
김정부 씨는 이에 굴하지 않고 그해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국가유공자 등록거부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를 했고 2015년 4월 21일 이 청구 건이 재결돼 비로소 국가유공자(순직 소방공무원) 유족 예우를 받게 됐다.
[참고 자료] 고 김영만 소방원의 제적등본 순직소방관 명부 순직소방관 대장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재결서
글_ 김진태 스토리텔러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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