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진 소방교는 1970년 10월 28일 전남 여수시 율촌면에서 출생했다. 율촌중학교와 광양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 특전사 부사관으로 입대해 1994년 전역했다. 1995년 8월 1일 소방사로 임용돼 여수소방서 연등파출소에서 구조대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구조대원이 된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근무했다. 쉬는 날이면 여수시 율촌면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찾아 농사일을 도왔다. 1998년 3월에는 아내 박미애(27) 씨와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내일은 우리 정환이 100일인데 좀 일찍 들어올 수 없나요?”
“그래, 출근해서 소장님께 사정 얘기하고 허락받아볼게….”
1999년 5월 24일 여느 아침 때와 같이 자고 있던 아이 볼에 입맞춤을 하고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아파트 문을 나섰다.
그날 오후 11시 21분께 여수시 교동 400번지 여수중앙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여수소방서 상황실에서는 현장과 최근거리에 있는 연등파출소에 초동출동을 지시했다.
이날 밤 당직관인 이규준 소방위(낙포파출소장)는 연등파출소 선착대 차량 6대와 대원 20여 명을 인솔해 11시 24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서형진 소방사도 구조대원으로 출동했다.
선착대가 도착했을 때 시장 건물 2층 방범용 쇠창살에 가로막힌 유리창 밖으로 붉은 화염과 연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3층으로 번지고 있었다.
3층 쇠창살에 갇힌 사람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쇠창살이 없는 몇 군데 창문에서는 매연에 쫓긴 사람들이 곧 뛰어내릴 기세였다.
잠시 후 소방대원이 인도 위에 매트리스를 깔자 4명이 뛰어내렸다. 곧이어 홍갑석 소방교와 서형진ㆍ김종수 소방사가 굴절 사다리를 타고 3층 창문으로 접근했다.
소설가 김훈은 그의 글 ‘한 소방관의 죽음’에서 숨진 서형진 소방교의 마지막 모습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숨진 서형진 소방사가 굴절 사다리를 타고 3층 창문으로 접근했다. 바스켓을 창틀에 밀착시키고 도끼로 방범 쇠창살을 부쉈다. 굴절 사다리는 세 번을 오르내리면서 16명을 지상에 내려놓았다.
부상자는 없었다. 구조대원들은 다시 사다리를 타고 3층 유리창을 통해 3층 옥내로 들어가 30여 개 점포와 볼링장, 극장을 수색했다.
인명이 없음을 확인한 구조대원들은 3층 옥외계단으로 철수했다. 그때 거리에 모여 발을 구르던 주민들이 “2층에서 바느질하는 할머니가 못 나온 것 같다”고 소리쳤다.
서형진 소방사는 옥외계단을 따라서 2층으로 내려와 2층 방화용 철문을 도끼로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형진 소방사는 그 자리에서 27m를 전진한 곳에서 순직했다.
2층에는 그가 구하려던 할머니는 없었다. 그러나 할머니의 부재가 확인되지 않는 한 그는 2층 불길 속에서 할머니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떨쳐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수색 활동 중 같이 들어간 김종수 소방사는 20분용 공기호흡기의 공기가 바닥날 즈음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지만 더욱더 안쪽을 수색하던 서형진 소방관은 미처 나오지 못한 채 쓰러지고 말았다.
이후 2시간여의 화재진압 후 동료들에 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로 발견됐다. 그의 나이는 불과 28세였다.
서형진 소방사는 소방교로 특진돼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 묘역(묘비번호 29호)에 안장됐다.
그는 보증금 1천8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27세의 젊은 아내 박미애 씨와 100일인 젖먹이 아들을 남겼다. 여수중앙시장(대표 안경암)은 아들과 함께 생계가 막연해진 미망인에게 보은의 점포를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장사 경험이 없는 그를 옆에서 도와주기로 했다.
사단법인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는 고 서형진 소방관의 공로를 기려 ‘소방 영웅 서형진 장학회’를 출범(2013년 11월)했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서형진 소방교를 ‘이달의 현충 인물’(2016년 11월)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소방관이 그를 소방 영웅으로 기리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19일에는 여수소방서 맞은편 학동 거북선공원에서 여수가 낳은 ‘소방 영웅 서형진 기념음악회’가 열렸다. 이날은 하늘도 별이 된 그를 추모하는 듯 많은 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데도 수많은 소방 가족과 시민이 참석해 ‘Hero 119’를 숙연한 마음으로 함께 노래했다.
고 서형진 소방관이 가장 사랑했지만 남겨두고 떠나야만 했던 노모와 아내 그리고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 서정환(20) 군이 이날 음악회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했다. 잘 자란 아들은 아버지를 꼭 빼닮은 모습이다.
글_ 김진태 스토리텔러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10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리멤버 119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