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다호텔 화재/집중취재③]불법 린넨실서 시작된 불 “천장 타고 번졌다”제천ㆍ밀양 화재 판박이… 천장에 붙인 스티로폼이 또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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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마가 휩쓸고 간 천안 라마다호텔 1층 필로티 상부의 구조를 보면 아이소핑크 단열재가 붙어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지하 1층 천장에서도 이러한 아이소핑크가 천장에서 녹아내린 흔적들이 남아 있다. © 최영 기자 |
[FPN 최영 기자] = 지난 14일 천안 라마다 호텔 화재 당시 지하 1층 주차장 전체를 태우며 시커먼 유독가스를 내뿜은 원인은 바로 천장에 붙어 있던 스티로폼이 주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가 발생한 라마다 호텔은 철근콘크리트 구조 건물 내 지하 1층 주차장에 모두 13대의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사실상 34대의 주차공간 중 절반도 안 되는 숫자였다. 하지만 불길은 마치 연결된 연소물질을 연이어 타고 넘어가듯 1447㎡에 이르는 지하 1층 주차장의 대부분을 태웠다.
현장 조사에 투입된 화재조사 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천장에는 분홍색 스티로폼이 붙어져 있었다”며 “린넨실에서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는 천장 면을 타고 지하 1층 전역으로 확대됐고 주차된 차량으로까지 번져 지상층으로도 확산됐다”고 말했다.
천장에 부착돼 있던 이 분홍색 스티로폼은 아이소핑크(압출발포폴리스티엔 단열재)로 불리는 단열재 종류 중 하나다. 일반 스티로폼과 달리 물을 잘 흡수하지 않고 단열 효과가 좋아 건축물의 기초나 지하층 등 단열재로 사용된다. 하지만 화재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 ▲ 건축물 단열재로 쓰이는 아이소핑크가 쌓여 있다. © 소방방재신문 |
실제 지난해 1월 대전소방본부가 실시한 가연성 소재 실험에서는 이러한 아이소핑크의 화재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대전소방본부는 단열재로 쓰이는 스티로폼(EPS)과 아이소핑크 등에 직접 불을 붙여 실험을 했다. 그러자 아이소핑크는 1분도 안 돼 불길이 확산되면서 맹독성 가스를 내뿜었다.
라마다 호텔 화재 당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린넨실이라는 공간에서 시작된 불이 주차장 전체로까지 확산된 이유는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결국 주차차량 13대 중 차량 8대가 전소됐고 방재실로까지 번져 화재수신기마저 태워버렸다. 그러나 방재실로까지 불길이 번진 배경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방화구획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천장 단열재의 화재 취약성은 지난 2017년 12월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지난해 1월 밀양 화재 때에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도 천장 속 스티로폼을 태우며 불이 번졌고 밀양 세종병원 화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5월 발생한 인천 세일전자 화재에서는 천장 단열재로 쓰인 우레탄폼을 타고 불길이 급격하게 번졌다.
![]() ▲ 지난 2017년 12월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의 1층 필로티 구조 주차장 천장에는 10cm에 이르는 스티로폼이 단열재로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 소방방재신문 |
최근 2년 새 일어난 모든 대형 화재에서 천 창속 단열재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천장 단열재로 화재가 확산될 경우에는 재아무리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더라도 소용이 없다. 대부분의 스프링클러 헤드는 천장에 붙은 단열재 밑 부분으로 물이 뿌려지도록 설치되기 때문이다. 결국 번지는 불길을 소방시설로도 잡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현행 건축법규에서는 방화요건으로 건축물 구조와 방화구획 외에도 특정용도나 일정 면적 이상 되는 건축물의 마감재료에 대해 내화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건물 안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내부로 번지기 때문에 마감재료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행 건축법규의 규제 대상 시설이라도 겉에 최종 마감하는 재료가 불연 또는 준불연재료라면 천장 속에 붙인 단열재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석고보드 같은 불연 재료로 마감만 하면 속이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라마다호텔 주차장 같은 경우 건축법상 거실로 분류되지 않아 천장에 붙이는 단열재 소재에 대해서는 아예 규제를 받지 않는다. 마감재료는 거실과 피난동선(계단, 주된 복도나 통로)을 구분해 제한하는데 주차장은 이 공간에 포함되지 않는 탓이다.
대형 화재 사고 때마다 천장에 붙이는 단열재는 언제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하루 빨리 건축물 천장에 붙는 내장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수많은 화재 사례에서 건축물 천장으로 확산되는 화재 위험성이 나타나지만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소극적인 모습이 이해가 안 간다”며 “건축물의 화재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화재에서 드러난 건축물 내부 천장 단열재의 내화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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