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염 역사 50년 됐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 많아… 제도개선과 발전에 힘쓸 것”안윤호 (주)인트로방염 대표, 방염업체 최초 한국소방시설협회 대의원 당선
우리나라에선 1968년 극장이나 유흥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 가연성 무대막, 장식용 물품에는 방염처리 하도록 최초 법제화됐다.
1971년 163명이 숨지고 63명이 다친 서울 대연각호텔 화재 당시 내장재가 온통 가연성 물질로 이뤄져 피해를 키운 문제가 드러났다. 이 사고를 통해 고층건축물, 호텔 등으로 의무 방염 정책이 확대됐다. 지금은 블라인드, 흡음ㆍ방음재, 소파, 의자 등으로 다양화한 방염대상 물품이 사용된다.
법제화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방염은 여전히 소외돼 있다. 방염의 시공과 관리ㆍ감독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지역 소방의 행정 절차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소방시설협회 소속으로 대의원에 등극한 최초의 방염업체가 탄생했다. 바로 (주)인트로방염(대표 안윤호)이다.
한국소방시설협회는 우리나라 소방시설업의 건전한 발전과 회원사의 권익 보호, 복리 증진 등을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관련 법에 따라 소방시설업은 설계와 공사, 감리, 방염 등으로 구분된다.
그간 한국소방시설협회는 소방공사를 중심으로 역할을 확대한 후 설계와 감리 분야까지 아우르는 등 분야 발전에 이바지했다. 대의원 역시 설계와 공사, 감리 업체 대표가 맡아 왔다. 방염 전문 기업 최초의 대의원 당선이 주는 의미는 향후 방염업계 변화와 발전을 예고한다.
지난 1996년 설립된 인트로방염은 우리나라의 독보적 방염업체로 방염처리시공능력 평가 때마다 줄곧 1위 실적을 냈다.
인트로방염을 이끄는 안윤호 대표는 첫 직장생활을 방염회사에서 시작해 30년 가까이 방염업계에 몸담았다. 더욱 불에 강한 방염제와 방염보드를 개발하는 등 우리나라 화재안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2012년 소방청장 표창, 2023년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 2024년 경기도지사 표창을 수상했다.
한국소방시설협회와 한국소방산업협회에서 방염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방염 분야의 관심을 호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안 대표는 “방염은 화재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소방 분야의 굉장히 중요한 한 축인데도 그동안 발전을 많이 못 했다”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방염업체답게 방염업계의 제도개선과 산업 발전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FPN/소방방재신문>이 국내 방염업체 최초로 한국소방시설협회 대의원에 당선된 안윤호 대표를 만나 방염업계의 현안과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방염업계 최초로 대의원에 당선됐다. 출마한 배경이 뭔가. 방염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됐다. 하지만 2015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소방시설업에 포함됐고 방염처리능력평가는 2019년에 시행됐다. 화재 안전에 꼭 필요한 산업인데도 오히려 규제가 완화되는 등 현장과의 괴리가 있는 상황이다.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하는 셈이다.
마침 한국소방시설협회 서울시회 대의원에 방염 분야 자리가 생겼고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거란 판단에 출마했다.
3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방염 기술의 중요성과 효과를 널리 알리고 방염업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의원으로서 중점 추진하고자 하는 사항은 뭔가. 방염처리업의 등록기준 강화다.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상 소방시설 설계, 공사, 감리업으로 등록하려면 기술인력이 필요하다. 소방기술사와 소방기사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주인력과 보조인력이 직접 소방시설을 설계, 공사, 감리하기에 소방시설은 완성도 있게 구축된다. 추후 책임소재도 분명하다.
그러나 방염처리업은 기술인력 없이 실험실과 방염처리시설, 시험기기를 갖추거나 또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차계약을 체결하고 공증받은 게 확인되면 바로 등록이 가능하다.
예전엔 방염처리업도 기술인력이 있어야만 등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신규, 소규모, 소자본 사업자의 창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이유로 소방시설업 중 유일하게 규제가 완화됐다. 방염에 대한 전문지식 하나 없이도 방염처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건 굉장한 문제다.
인트로방염을 비롯한 일부 업체는 자체 팀을 꾸려 전문성 있게 시공하지만 대다수는 방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외부 업자가 설치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곧 방염에 대한 신뢰성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방염 시공업체가 직접 설치하도록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방염은 전문 분야인데 전문지식 없이 시공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사실 방염은 착공신고와 완공검사에서도 빠져있다. 일반적인 소방시설 공사는 착공이나 완공 시 설계도서와 설치되는 소방시설 종류, 시공자, 책임시공ㆍ기술관리 소방기술자 등을 기재해 관할 소방관서에 제출해야 한다. 소방시설이 계획에 맞게 제대로 설치되는지 관리ㆍ감독하기 위해서다. 완공검사 시엔 도면과 대조한 후 일부 작동검사도 진행한다.
하지만 방염은 착공신고와 완공검사 대상이 아니다 보니 시험성적서와 필증만 확인하고 어떤 방염물품을 어디에, 어떻게 시공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품질 저하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수년 전부터 방염 물품 대상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안다. 방염은 화재 초기 착화를 지연하고 피난 시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인명과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한 필요성이 인정돼 법으로 강제됐다. 이는 곧 어떤 시설의 화재안전성을 미리 확보토록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재 사망자 308명 중 아파트(주상복합 아파트)에서 30명이 숨졌다. 10명 중 1명이 아파트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이처럼 아파트는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큰데도 방염대상에서 제외됐다. 11층 이상 주거용 오피스텔은 방염대상이지만 그 이하는 빠져 모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아파트와 모든 주거용 오피스텔도 방염처리를 해야 한다.
방염처리 물품 대상 법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 세대 내 고정식 가구(붙박이장)는 방염대상이 아니다. 최근 미려한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따라 붙박이장 형태의 가구들이 많이 설치되고 있다. 게다가 요즘엔 전기시설이 아예 가구류에 매립돼 출시되기도 한다.
착화 지연과 화재 시 유독가스 발생 최소화를 위해선 이런 고정식 가구에도 방염처리를 해야 한다. 방염은 조금의 투자로 생명을 지키는 저비용 고효율 대책이다. 최근 여러 전문가가 방염 필요성에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염대상이 확대돼 국민 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그 필요성을 강조하는 활동에 주력하고자 한다.
지역별로 방염제도 운영에 차이가 있다고 들었다. 현행법상 11층 이상 건축물은 방염대상이다. 11층 이상 오피스텔은 아파트처럼 주거시설로 활용되는 곳이 많다. 문제는 이 오피스텔에 설치되는 붙박이장의 방염처리다. 지역 소방본부 판단에 따라 붙박이장에 방염처리를 권장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지역마다 다른 행정으로 시설 자체의 화재안전성에도 차이가 생기는 실정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규는 일률적인 행정과 원칙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염제도 또한 마찬가지다. 일관된 행정과 규정이 마련돼야만 방염이라는 제도운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건축물 내부 천장이나 벽 등에 부착되는 합판, 목재, 칸막이, 심지어 종이류까지 방염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붙박이장은 벽에 부착하는데도 그저 ‘가구류’라는 이유만으로 방염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건 분명 모순이다. 개선이 필요하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소방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소방산업의 핵심 가치는 견고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모든 소방 분야 종사자들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건설경기는 단시간에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업계의 협력과 지원이 중요하다. 서로 힘을 합쳐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소방시설협회 대의원으로서 적극적인 소통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
끝으로 한국소방시설협회에 방염업체 가입률이 많이 저조하다. 최초 대의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가입률 증대에 힘쓰겠다. 소방안전 분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은 방염처리업자가 큰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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