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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옥상문 열어?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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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소방서 강동만 서장 | 기사입력 2019/11/11 [16:00]

[119기고]옥상문 열어? 닫아?

서울 강동소방서 강동만 서장 | 입력 : 2019/11/11 [16:00]

▲ 서울 강동소방서 강동만 서장 

얼마 전 개봉한 윤아와 조정석이 주연을 맡은 영화 ‘엑시트’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아래층부터 잠식해오는 생화학 테러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 그런데 옥상 문은 잠겨있고 열쇠는 1층 로비에 있다.

 

이때 조정석은 뛰어난 클라이밍 실력을 발휘해 옥상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모두를 구한다. 이후 영화가 보여주는 웃기고 슬픈 상황에서도 필자는 집중할 수 없었다. 바로 “왜 옥상 문은 다 잠가두는 거야?”라는 대사 때문이다.

 

아파트 옥상 문은 평소에 열려 있는가? 아니면 닫혀 있는가? 옥상 문은 화재 발생 시 대피를 위해서 항상 열어놔야 하지만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옥상에 대해 곤란하기만 합니다. 옥상 문을 개방해야 하는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열어두면 닫아두라는 입주민의 민원이 많다. 어떤 이유에서 입주민은 닫혀있길 원하는 걸까?

 

아파트에 몰래 숨어들어 돌을 던지거나 입주민이 아닌 사람의 투신자살, 청소년의 일탈 장소로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사례로 몇 해 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 3명이 던진 돌에 50대 여성이 사망하는 일명 ‘켓맘 사건’이 이슈화된 적이 있다.

 

또 청소년이 어른들의 눈을 피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기도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옥상 문을 잠궈 놓길 바란다는 것이다. 

 

경찰의 입장은 어떨까? 경찰은 범죄나 사고 예방을 위해 문의 폐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옥상은 CCTV 등 관제시스템이 없는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방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불이 날 경우 대피로가 제한돼 고층세대 거주자의 안전을 위해선 옥상문이 반드시 개방돼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옥상에 대해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6년 2월 29일 이후 신축되는 주택단지 안의 각 동 옥상 출입문에 ‘비상문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는 법안을 신설했다.

 

‘비상문자동개폐장치’는 평상시 문이 잠겨 있다가 화재 등 비상시 소방시스템과 연동돼 잠김 상태가 자동으로 풀려 문이 개방된다. 이 장치는 옥상을 평소 닫아 둬야 한다는 경찰과 교육 당국의 입장과 대피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방돼야 한다는 소방의 의견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이 비상문자동개폐장치는 화재경보시스템과 연동해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화재경보시스템을 오작동 등의 이유로 꺼두거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무용지물이다. 또 법안통과 이전에 지어진 대상은 비상문자동개폐장치 설치를 소급해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고층 건물에서 아래층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대피할 수 있는 장소는 옥상뿐이다. 대형 참사를 막으려면 모든 고층 건물에 비상문자동개폐장치가 설치되고 화재경보시스템이 완벽하게 관리돼야 한다.

 

이런 관심으로 그 누구도 영화가 아닌 현실의 옥상 문 앞에서 “왜 옥상 문을 다 잠가두는 거야?”라는 비명이 나오지 않길 소망한다.

 

서울 강동소방서 강동만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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