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올해는 어느 때보다 나라가 어렵고 힘들다. 중국발로 추정되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는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일상마저 흔들어 놓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는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개인 간의 교류도 제한받고 있다. 이런 시기에도 우리는 최대 민속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다.
추석과 같은 명절 기간에는 사회가 휴일의 들뜬 분위기에 젖어 든다. 하지만 소방은 화재 발생 위험이 높은 시기로 보고 안전대책을 추진한다.
한정된 소방 인력으로는 모든 건물의 안전을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화재 발생 가능성과 큰 피해가 예상되는 대상을 우선해 안전을 점검한다. 이외의 건물은 관계자 스스로가 책임감 있게 안전을 관리하도록 한다. 이는 바로 ‘자율안전관리’라는 개념이다.
자율안전관리는 상주하는 관계인이 건물의 안전을 관리하기 때문에 일상적 관리가 가능하고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해 스스로 조치할 수 있다.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생각하더라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자율이 태만으로 변질된다면 건물은 화재에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소방관련 법령에서는 체계적이고 책임성 있는 자율 소방안전관리가 가능하도록 자율 안전관리와 관련된 중요사항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에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관계인의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자위소방대의 조직 활동 등이 있다.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는 주로 예방 개념이고 자위소방대의 활동은 사후 대응개념이다. 법에서 규정한 내용을 잘 숙지하고 이행하면 화재 예방은 물론 예상하지 못한 화재에도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법령에서 규정한 사항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대상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화재 사고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다수는 화재의 위험성을 잘 모르고 화재 안전관리가 당장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 매력적인 무언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화재 안전은 일상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행복한 일상이 단 한 번의 화재로 산산이 조각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건물 관계인들은 자율소방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화재 발생 즉시 소방관이 마법처럼 나타나 화재를 진압하고 내부 인원을 구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19 신고 단계부터 소방차량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불길은 우리를 절대 배려해주지 않는다. 바로 지금 건물을 돌아보고 소방시설을 점검하며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화재에 스스로가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해야 한다.
소방안전관리의 폭을 좀 더 넓혀보면 국민의 생활공간인 주택도 자율안전관리 대상에 포함된다. 해마다 우리는 웃음 가득하고 행복해야 할 가정이 한순간의 화재로 비통에 빠지게 되는 사건을 뉴스를 통해 접한다.
과거 대부분의 주택 건물은 특정소방대상물에서 제외돼 화재에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소방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이라는 이름으로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분말소화기를 각 주택에 설치하도록 2011년 8월 법령을 개정했다. 기존 주택도 2017년 2월까지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모든 가정의 안전을 목표로 야심 차게 진행한 이 시책이 추진되고 수년이 흐른 지금, 사정이 어느 정도 나아졌을까? 2019년 소방청 자료에 의하면 주택용 소방시설의 보급률은 약 56%다.
설치 시한이 이미 지났음에도 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실질적으로 전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매우 규모가 큰 시책이고 소방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 등의 화재취약가구가 적지 않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록 강행규정이기는 하지만 미설치 가구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이에 소방에서는 전 가구에 조속히 설치가 완료되도록 매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촉진 종합계획을 수립해 대시민 홍보를 하고 있다. 또 누락 세대가 없도록 설치 대상을 면밀히 조사하고 소외계층에는 세대를 직접 방문해 설치하고 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분말소화기는 초기 화재에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분명 보급률에 비례해 화재 피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자가 화재뿐만 아니라 외출 중인 세대에서 울린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옆 세대가 듣고 소방서에 신고하며 큰 피해를 막은 사례도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이 아직 없는 세대는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해 조속히 구비해야 한다.
자율안전관리의 기본 조건은 건물 안전에 대한 관심과 이해라고 말할 수 있다.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가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 철저한 점검, 위험요소 사전 제거가 필요하다.
소방관은 시민의 믿음과 기대를 받고 때때로 영웅으로 칭송받지만 결코 만능은 아니다. 화재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자율안전관리라는 바람직한 개념을 근간으로 소방과 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곧 추석이 다가온다.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자율 안전관리에 대한 노력으로 추석 명절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길 소망해 본다.
부평소방서 십정119안전센터 소방경 최복락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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