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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자체 점검비 저가 수주는 만병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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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기사입력 2020/10/12 [11:30]

[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자체 점검비 저가 수주는 만병의 근원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입력 : 2020/10/12 [11:30]

▲ 이택구 소방기술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우리나라의 자체점검제도는 지난 1983년 관계인 점검부터 시작됐다. 이후 1993년 소방시설관리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건축물의 소방점검을 민간인 전문 관리업체에 위임하기 시작했다.


전문 관리업체에 위임하다 보니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했고 이를 다음과 같이 법률로 정하기도 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5조(소방시설 등의 자체점검 등)를 살펴보면 특정소방대상물 관계인은 그 대상물에 설치돼 있는 소방시설 등에 대해 관리업자에게 정기적으로 점검을 할 경우 점검 대가는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제31조에 의거 엔지니어링사업 대가의 기준 중 실비정액가산방식에 따라 산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는 국가에서 관리업자에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준 거다. 법으로 투입된 인력 등급에 따라 적정한 인건비를 받을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현실은 관리업자는 물론 관계인과 국가 공공기관마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저가 수주와 발주가 만연하다 보니 너무나 많은 부작용이 발생해 점검제도 자체도 흔들리고 있다. 법률에서 정한 점검비 대가가 지켜지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 실태를 짚어보면 경제성 논리에 의해 저가 수주와 발주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누구나 쉽게 점검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시설관리사와 보조 인력 2명만 있으면 신생 업체는 언제 어디서든 탄생할 수 있다.


신생 업체의 경우 영업력이 기존 업체들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저가 수주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 이렇다 보니 기존 업체들마저 점검 비용을 내린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한번 떨어진 점검 비용을 다시 제값으로 올리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품질 경쟁이 아닌 가격 경쟁이 이어지다 보니 관리업을 하는 업자들이 국민 안전을 위해 사명감으로 성실하게 일해도 관계인과 발주 기관은 곱게 보질 않는다.


점검 기술자들이 기능공 수준의 대가를 받고는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될 거라는 기대도 힘들다.


점검업의 부실은 저가 수주로부터 출발한다. 아무리 국가에서 점검 제도를 개선해 준다고 해도 저가 수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부실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상태에선 저가 수주 문제를 관계인에게 전가하기도 쉽지 않다. 관계인의 경우 소방시설 자체점검비를 법으로 정해져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적게 지출해야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관리업자는 불법임을 알고도 이런 관리인들과 계약을 체결한다. 이게 우리나라 점검업 실정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가 소방시설관리업자를 관리하는 공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 또 다른 대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먼저 자체점검비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법으로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거다. 지켜지지 않는 법은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법을 강화해 준수토록 하는게 최선이다.


다음은 소방특별조사 시 우선적으로 법에서 정한 자체점검비 준수 위반 여부를 계약서 등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다. 만약 법에서 정한 요율보다 낮은 금액으로 저가 수주를 한다면 이는 곧 부실 점검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검이 제대로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거다.


결론적으로 현재와 같이 가격 경쟁이 이어진다면 소방시설 점검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저버려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야 할 시점이다.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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