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축물 안전관리 종합대책, 미비점 '수두룩'[기획취재] ‘고층건축물 안전관리 종합대책’ 어디까지 왔나 Ⅱ ‘고층건축물 안전관리 종합대책’ 어디까지 왔나 Ⅱ
당시 소방방재청과 국토해양부는 고층건축물의 안전관리 실태를 진단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고층건축물 안전관리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이 같은 ‘고층건축물 안전관리 개선 종합대책’에서는 ‘설계·건축’, ‘사용·유지’, ‘대응·경감’ 등 단계별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개선책으로 13개 중점분야 45개 세부과제를 선정해 2010년 12월 9일 제70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보고됐다. 이후 소방방재청과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관련 법령 등을 수차례 손질해 왔으며 최근에 들어 대부분의 개선책들이 제도에 반영됐다. 본지에서는 당시 수립된 종합대책 중 시설분야와 직결되는 설계 건축, 사용유지 단계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어디까지 진행됐고 미비점은 없는지 점검해 봤다. 제멋대로 도입해버린 ‘피난용승강기’ 국토부는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피난용 승강기의 설치를 의무화시켰다. 하지만 관련 법령 개정 내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부정적이 시각이 적지 않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비상용 승강기는 평상시 승객이나 승객 화물용으로 사용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들의 화재진압 및 구조 활동을 위해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승강기다. 하지만 앞으로 지어지는 고층건축물에는 비상용승강기 외에 승용승강기 중 1대 이상을 의무적으로 ‘피난용승강기’로 설치해야만 한다. 이 같은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한 국토부가 지난 3월 17일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피난용승강기의 경우 승강장의 출입구를 제외한 부분을 해당 건축물의 다른 부분과 내화구조의 바닥 및 벽으로 구획해야 하며 각 층의 내부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되 출입구에는 항시 닫혀있는 갑종방화문을 설치토록 하고 있다. 이 같이 피난용승강기의 세부적인 규정이 정립되자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건설사 및 건축사사무소들은 고층건축물의 경우 공간 활용도 측면이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도 승강장에 갑종방화문을 설치하면 건축물의 기능적인 측면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소방분야 전문가들 역시 개정 법령대로 라면 비상용승강기와 피난용승강기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질 수 있으며 자칫 피난용승강기로 인한 더 큰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방분야의 한 전문가는 “현재 개정안에는 비상용승강기와 피난용승강기의 겸용 금지 조항이 없다”며 “이 같은 조항이 없다보니 현장에서는 고층건축물 설계를 진행함에 있어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또 “피난용승강기의 승강장의 구조에 관한 기준을 살펴보면 각 층마다 승강기가 설수 있게끔 되어 있다”며 “이로 인해 화재 등 재난발생 시 각 층마다 승강기가 멈추게 돼 피난자들이 몰려 피난용승강기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국토부는 피난용승강기의 경우 화재 등 재난발생시 거동이 불편해 피난이 어려운 노약자 및 장애인 등을 위한 피난설비로 비상용승강기와는 기능적인 차이가 있어 절대로 겸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일반인들의 경우 피난용승강기를 사용하기보다 피난계단 등을 통해 피난안전구역으로 피난한 것이 더욱 빠르고 용의하다고 국토부는 주장하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국토부는 논란이 이어지자 소방방재청과 협의를 통해 유사시 피난용승강기를 소방관들이 조작할 수 있도록 운행권을 위임하는 방법을 구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상용승강기의 경우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등의 활동 시 장비를 비치하거나 신속히 고층으로 이동하기 위한 소방활동용”이라며 “피난용승강기의 운행을 비상용승강기와 같이 소방관들에게 위임한다면 더욱 신속한 구조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일축했다. 허술하기 짝없는 보조기능공간 소화설비 설치 의무화 소방방재청은 해운대 화재사고 이후 준 초고층 이상 건축물의 피트 등 보조기능공간에 스프링클러 설비 등 화재안전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초 계획에서는 이 보조기능공간에 파이프덕트 및 피트, 화장실, 통신기기실, 발전실, 변전실, 펌프실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후 대책이 추진되면서 소방방재청은 기존 법규정에서도 피트공간에 소화설비를 설치토록 규정되어 있었으나 그동안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논란이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행정조치를 통해 건축물 피트공간(EPS, TPS 등)에는 소화설비 설치 의무화가 결국은 이뤄진 셈이 됐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었던 통신기기실이나 발전실, 변전실, 펌프실 등에 대한 관련규정은 손조차 대지 않으면서 미흡한 법개정이라는 시각이 크다. 현행 소방관련법에서는 300㎡이상의 전기실이나 발전실, 변전실, 축전지실, 통신기기실, 전산실 등에 물분무등소화설비(물분무소화설비, 미분무소화설비, 포소화설비, 이산화탄소 및 할로겐, 청정소화약제 소화설비, 분말소화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면적에 미달하는 보조공간에는 여전히 소화시설이 전무한 실정에 놓여 사각지대로 남아버렸다. 행정조치를 통해 의무화된 건축물의 피트공간보다 더욱 화재 위험성이 높은 시설이지만 이 같은 공간에 대해선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서 300㎡이하의 발전실이나 변전실 등에도 소화시설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옥내소화전 방식 전환은 시늉만? 당초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보고된 내용에는 30층 이상 건축물의 경우 호스릴 소화전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실제 반영된 것은 건축물에 호스릴소화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한 것이 전부다. 소방방재청은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기존 옥내소화전설비 등 접이식의 경우 호스가 굳어지거나 꼬임 등으로 화재시 신속한 사용이 곤란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쉽게 전개해 사용가능한 호스릴 소화전을 설치토록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부연하면 기존 접이식 소방호스를 사용하는 옥내소화전을 고층건축물에 한해 호스릴식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내용의 정부 방침이 발표되면서 고층건축물 옥내소화전을 호스릴소화전으로 설치하는 사례까지 속속 나오는 등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선진 외국처럼 국내 건축물에서 쓰이는 소화전이 실사용자에 맞춰진 편리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실제 개선된 법제도는 건축물 관계자들의 신속한 사용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최초의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서 시늉만 취한 것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아 당초 계획에 부합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방 자동식소화기설치는 ‘반쪽짜리’ 개선 소방방재청은 고층건축물로서 화기를 취급하는 오피스텔 주방 및 스카이라운지 등 상업용 조리시설에 자동식소화기 설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화기취급 주방에 ‘자동식소화기’ 설치를 의무키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취하면서 오스피스텔에만 자동식소화기의 설치 의무를 부여했고 화재위험성이 더욱 큰 상업용 조리시설은 여전히 화재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누락시켜 버렸다. 중국집이나 패스트푸드점, 스카이라운지 등 상업용 조리시설은 화재 위험성이 주거시설 보다 더욱 큰 것이 사실이지만 이를 위한 제도개선은 계획만 세웠을 뿐 실제로는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 일본과 미국 등은 선진국에서는 상업용 조리설에 설치되는 자동소화장치의 기술적 기준들이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업용 조리시설 등 대규모 주방에 설치 가능한 제품의 기준이 전무한 실정이다. 또 법규정에 따른 소방시설(자동확산소화용구 등)과 자진설비로 중복 설치되는 문제점도 도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초 고층건축물 종합대책에서 수립한 계획에 따라 설치 의무 규정이 신설되면 관련 기술 기준(검정기준)의 정립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반쪽짜리 개선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또한 오피스텔 주방의 경우도 자동식소화기를 설치토록 관련법을 정비했지만 하위 고시(화재안전기준)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렌지는 적용을 예외토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여서 전기식 렌지가 설치되는 오피스텔 주방은 화재위험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방감리인력 합리적 조정은 ‘오리무중’ 소방방재청은 해운대 화재사고 이후 준초고층 이상 건축물의 층수와 면적 등을 고려해 현장 감리인력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당초에는 지난해 말까지 모든 개정작업을 완료하는 게 소방방재청의 목표였지만 입법예고 개정안에 대한 소방기술인들 간의 이견이 커지면서 일대 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소방방재청이 입법예고한 소방시설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연면적 20만제곱미터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 및 지하층을 포함한 층수가 30층 이상인 건축물에 특급감리원 중 소방기술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 1명을 배치토록 했다. 이 같은 개정안이 나오자 많은 소방기술인들이 시공과 감리 등 현장 실무경력을 고려하지 않은채 무차별적으로 초보 기술사까지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강한 반발을 나타냈고 일부 소방기술사들은 예고안과 같이 개정하자는 의견을 펼치는 등 갈등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로 인해 소방방재청은 입법예고된 개정안의 최종적인 협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소방감리인력의 조정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의 담당자는 “현재 관련 기관 및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도출된 내용으로 국무총리실 규제심사를 받고 있다”며 “민감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면밀한 검토를 통해 개정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사중 건축물 임시소방시설 설치 ‘백지화’ 소방방재청은 종합대책에서 공사중인 고층건축물에 임시 소방시설 설치를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법정 시설보다 완화된 소화기 및 옥내소화전 등 임시 소방시설을 설치토록해 화재시 초기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30층 이상의 건설공사 중인 건축물에 임시 소방시설을 설치토록 하는 내용을 입법예고 했지만 국무총리실 규제심사시 철회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돼 버렸다.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종합대책 중 하나가 동일 기관인 국무총리실 규제심사에서 막혀버린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유명무실한 소방시설점검 실명제 당시 종합대책 중 하나였던 점검실명제는 명확한 규정정립이 이뤄지지 못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해 버렸다. 관련 법률에서는 관리업자가 소방시설 등의 점검을 마친 경우 점검일시, 점검자, 점검업체 등 점검과 관련된 사항을 점검기록표에 기록하고 이를 특정소방대상물에 부착토록 의무를 부여했다. 하지만 세부 기준을 위임하는 시행규칙에는 점검기록표의 양식만 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정립되지 않았다. 부착위치나 기간, 점검표 크기 등 세부적인 사항이 전무한 상태로 제도가 개선되면서 실제 현장에서는 점검기록표를 화재 수신기에 부착하는 등 건축물 사용자 등이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당초 목적인 제도 도입 의미를 상실해 버렸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별취재팀 신희섭,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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