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굴뚝이 곧게 뻗고 그 옆에 장작이 잔뜩 쌓여 있는 집을 보고 집주인에게 “곧은 굴뚝을 구부러지게 만들고 그 옆에 쌓인 장작을 멀리 옮기시오. 그렇지 않으면 화재가 일어날 것이오”라고 충고했다.
굴뚝이 곧으면 불이 붙기 쉬우니 구부러지게 만들고 불이 옮겨붙기 쉬운 장작을 굴뚝에서 먼 곳으로 옮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인은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누군가 주인에게 “전에 나그네의 말을 들었다면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니 소를 잡을 것도 없고 술을 살 필요도 없었을 것이오. 그런데 정작 굴뚝을 구부러지게 만들고 장작을 옮기라고 말한 사람은 대접하지 않고 불에 덴 사람을 제일 윗자리에 앉혀서야 되겠소?”라고 했다.
집주인은 그제야 잘못을 깨닫고 나그네를 불렀다. 이 이야기는 송나라 때의 사마광(司馬光, 1019~1086)에 의해서 쓰인 ‘자치통감’에 나온다.
‘굴뚝을 구부러지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에 있는 장작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화재를 예방하라’는 의미의 한자는 ‘곡돌사신(曲突徙薪)’이다. 적절한 조치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라는 말이다.
최근 들어 공사 현장이 늘어나고 용접 관련 화재가 꾸준히 발생하고, 많은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용접 시 화재예방에 각별히 주의가 많이 요구된다.
이에 용접 관련 화재 발생 예방을 위해 관련 작업을 할 땐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용접 시 발생하는 불꽃ㆍ불티가 주변 가연물에 옮겨붙어 화재사고가 생기는 점을 고려해 작업 전 충분히 환기하고 주변 인화성 물질 등을 제거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만약 인화성 물질 등에 대한 제거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불티가 멀리 날아가지 않도록 불티 비산장치 덮개와 불꽃받이,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염두에 둬서 소화기 등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고 교육으로 사용 방법과 피난요령 등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용접 불티로 인한 화재는 화재 초기 작업자가 인식하기가 쉽지 않고 작업장 내 가연성 자재 적치와 가연성 바닥재로 마감된 장소 등 여러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해 해당 작업장에 화재 감시인을 지정ㆍ운영한다. 화재 여부 감시뿐만 아니라 위험상황 인지 시에는 작업 중단 등의 조치도 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작업이 끝나면 즉각 자리를 이탈하는 게 아니라 작업자와 그 주변을 순찰ㆍ감시해 남은 불티가 있는지 확인한다.
서두에서 언급된 ‘자치통감’에 나오는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이야기와 같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땐 수습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사고 시 위험을 무릅쓰고 사고를 수습한 공로는 높이 평가하지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한 공로는 좀처럼 알아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결국 얼마 뒤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람의 실수로 일어나는 인재(人災)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때야말로 문제를 제거해 사고를 예방할 때다.
한국소방안전원 경남지부장 김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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