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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의 리베로(libero) ‘소방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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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소방서 이재훈 | 기사입력 2022/04/20 [10:00]

재난 현장의 리베로(libero) ‘소방 드론’

경기 시흥소방서 이재훈 | 입력 : 2022/04/20 [10:00]

우리나라 축구의 영원한 리베로(libero)라고 표현하면 대부분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전 축구선수이자 현 K리그 울산 현대 감독인 ‘홍명보’ 다.

 

선수 시절 포지션은 수비수였지만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리베로는 자유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주제는 소방 드론인데 왜 리베로를?’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한동안 우리 소방관들은 ‘멀티 소방관’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개인의 능력치를 끌어올려야만 했다. 물론 ‘멀티 소방관’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조금은 무리일 수 있다.

 

우리(소방관)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소방관은 무엇이든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 즉 어벤져스(avengers)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소방 활동 현장에서 리베로 또는 멀티플레이어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소방 드론(drone)이다.

 

▲ 소방 활동 현장에서 사용되는 드론의 모습(예시)

 

2013년 상반기 ‘경기도 현장대응체계 개선방안 연구’에 소방서 T/F팀으로 참여하면서 ‘드론’이란 분야를 처음 접했다. 그 당시만 해도 소방 활동 현장에서 소방 드론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 운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 역시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소방 드론의 필요성과 역할은 소방 활동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이 글에서는 현장지휘관 관점에서 바라본 소방 드론의 활용성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현장지휘관의 또 다른 눈 ‘소방 드론’

최근 소방관의 역량 중 현장지휘관 ‘지휘역량’에 대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맞게 중앙소방학교 등에서는 ‘지휘역량과정’을 통한 ‘현장지휘관 자격인증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소방 활동 현장에서 지휘관을 보좌하기 위해 많은 지원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안전관(현장대응팀장)이나 지휘차 운전원이 지휘관의 업무를 보좌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에서는 통신 요원 배치로 현장지휘관이 좀 더 현장지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현장지휘관은 소방 활동 현장에 도착하면 차량에서 하차한 뒤 현장을 한 번 둘러보며 360도 평가를 하는 ‘사이즈업(SIZE UP)’ 시행 후 선착 대장에게 지휘권을 이양받는다.

 

그 사이 지휘차는 현장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로 배치된다. 대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도의 크기가 아닌 대형 공장이나 복합건축물 등은 1, 2 방면을 볼 수 있는 모서리 부분에 지휘차를 배치하는 게 최선이다. 

 

현장지휘관 대부분은 현장지휘 방법 중 고정 지휘를 한다. 또 1~4 방면의 ‘방면 지휘관’을 배치해 소방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전술을 펼친다. 현장지휘 통제시스템을 활용하면 소방 활동 대상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도 화면에서는 현재 재난에 참여한 소방차량의 배치와 이동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상황판단 회의 시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미 저장된 지도를 기반으로 나타내기에 현재 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현장에 소방 드론을 활용한다면 ‘현장지휘관의 또 다른 눈’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된다. 대상의 네 방면뿐 아니라 지붕(옥상)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소방 드론은 재난 현장에서 지리적, 구조적인 특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물론 기술적인 사항(GPS)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소방관들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촬영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소방 드론이 현장 활동 임무를 수행했을 때 현장지휘관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어떻게 활용됐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화재 현장에서 드론의 역할

 

선착대를 제외한 후착대의 현장 진입 전 원거리에서 소방 드론을 활용한 ‘사이즈업’을 실시하면 발화지점으로부터의 연소 확대 상황이나 연기 흐름, 차량 배치, 대원 투입 방향 결정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건물 후면과 상부를 확인해 특수장비(차량) 추가 투입이나 소방력 증원(대응 단계의 상향 등) 필요성에 관한 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 당시 연소열로 인해 건물 내부로의 진입은 불가한 상태였다. 지붕으로 회색 연기가 분출되는 모습

▲ 연소가 급격하게 진행돼 건물 외부로 짙은 연기와 함께 출화되며 주변으로 연소 확대되는 모습. 당시 현장지휘관은 현장 영상을 통해 상황 판단 회의를 거쳐 소방력 증원을 위한 대응 단계를 발령했다


현장지휘관은 화재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높은 건물에 올라가거나 헬기를 타고 현장을 살펴봐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부분은 건물 전면에서 고정 지휘를 하는 데 소방 드론을 활용하면 상층부와 후면, 인접 동으로의 연소 확대 상태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야간 소방 활동 시에도 현장의 전체적인 흐름의 판단이 가능하다.

▲ 소방대 투입 전 현장의 안전 평가에 사용된 예시(지상 변압기 화재)

▲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재. 소방 드론을 활용해 소방대 접근이 어려운 주변 야산으로의 연소 확대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특히 산림 화재와 같이 연소ㆍ피해 범위가 넓은 경우 현장지휘ㆍ화재조사가 어렵다. 따라서 소방 드론을 활용하면 지상에서 취득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점을 보완해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구조 현장에서 드론의 역할

소방 활동에 있어 화재ㆍ구조ㆍ구급 어느 범위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다. 특히 구조 현장 중 유해화학물질이 누출된 경우 초기 대응자(first responder), 즉 소방대의 잘못된 대응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물과 반응 시 화학반응으로 인해 폭발ㆍ가스 방출 등 초기 누출 단계보다 피해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 ERG북을 활용하면 물질에 따른 초기 이격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유해화학물질 누출 현장은 관계자가 초기에 발견한 후 신고하는 때가 많다. 이럴 땐 누출되는 물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관계자 없이 지나가던 목격자에 의해 신고된 경우라면 우리 소방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잘못된 대원 투입으로 동료들이 희생될 수 있으므로 현장지휘관은 정확한 현장 판단을 해야 한다.

 

누출되는 물질명을 모르더라도 신고자에게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체ㆍ액체ㆍ기체 등 누출된 형태를 파악해야 한다. 이마저도 어려우면 가장 높은 단계를 필요로 하는 기체 상태의 초기 이격거리를 기준으로 소방대를 배치해야 한다.

 

현장지휘관은 초기 이격거리 밖에서 누출 현장까지 소방 드론을 투입해 현장을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 소방대 투입 전 소방 드론을 활용하면 위험물 시설 등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 소방 드론을 활용해 유해화학물질의 누출 범위를 소방대 투입 전 확인하는 모습

▲ 현장지휘관이 직접 누출 지점까지 이동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소방 드론 영상을 통해 진행 상황 파악이나 현장 활동을 하는 대원들에게 임무를 지시할 수 있다.

▲ 소방대원들이 누출된 지점으로부터 방제 작업을 하는 모습

▲ 소방 드론에 복합가스 측정기를 설치하고 있다(출처 youtu.be/fHfHmAkhFNU).

▲ 소방 드론에 복합가스 측정기를 설치하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출처 youtu.be/fHfHmAkhFNU).

 

현장지휘관은 일반 구조 현장에서도 소방 드론을 활용하면 대원들의 안전 확보 등 효율적인 소방력 운용이 가능하다. 현장 주변에 위험요소는 없는지, 대원들이 투입될 지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진입로는 원활한지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소방 드론의 영상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

 

▲ 구조대원들이 장비를 착용하는 동안 소방 드론을 이용해 구조 지점을 확인 하는 모습

▲ 현장지휘관은 구조 지점의 위치와 활동 중인 구조 대원들의 상태 확인 등 원거리에서도 지속적인 현장 안전 평가가 가능하다.

▲ 승용차가 바다로 추락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모습

▲ 소방대 현장 투입 전 소방 드론으로 현장 위험요소를 확인 후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외 현장에서는 어떻게 쓰일까?

▲ 옥상에 고립된 구조대상자에게 대피용 마스크와 응급의약품 등 전달 가능

 

현장지휘관은 현장에서 소방 드론을 활용한 방법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되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고립된 구조대상자 상태확인이나 스피커를 활용한 대피 방송, 고층건물 수직 탐색을 통한 소손 상황ㆍ붕괴 위험 확인, 고해상도 항공사진으로 넓은 지역 스캔ㆍ야간 활동 시 열 센서를 이용한 수색 활동, 웨이포인트(waypoint) 기능을 활용한 순찰 등 다양하다.

 

▲ 야간 수색 활동 시 광학카메라보다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하면 원활한 수색 활동이 가능하다.

▲ 현장지휘관은 물류창고와 같은 대형 건물 내 구조대상자 수색 또는 RIT 팀 투입 현장 등에서 소방 드론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한계

물론 소방 드론의 한계점 또한 존재한다. 현재 일선 소방서에 배치된 소방 드론은 대부분 GPS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GPS 수신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실내 등)에서는 GPS 중계기가 필요하다. 중계기 없이 사용하더라도 소방 드론의 센서를 모두 끈 상태여야 한다.

 

센서가 작동되면 주변 환경조건에 의해 조종자가 원하는 정도의 임무 수행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전선, 줄 등 소규모 장애물 감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 짙은 연기가 있는 상황에서 드론은 조작 오작동 또는 센서 오류 현상이 나타 났다. 광학카메라는 소규모 구조물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상이 확인됐다(오 른쪽 사진 모니터 화면 중 열화상 카메라 모습에서는 전선이 확인됐다).

 

또 건물 창문의 경우 난반사로 인해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되지 않은 소방 드론의 경우 창문 안쪽 상황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열화상 카메라 활용 시 확인 가능). 짙은 연기가 있는 실내에선 센서 오류로 인해 추락할 수도 있다.

 

▲ 소방 드론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휘차 모니터에 송출하는 모습

 

모니터가 설치된 지휘차는 소방 드론으로부터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영상을 통해 현장 상황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판단 회의가 가능해진다.

 

▲ 지상으로부터 약 23.1m 높이에서 열화상 카메라의 줌 기능을 활용해 발화 지점을 확인하고 있다.

 

현장대응 골든타임 확보… 소방 드론을 활용하자

지금까지 소방 드론의 활용성을 현장지휘관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소방 활동 현장에서 소방 드론은 현장지휘관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정보 전달 매개체로의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 소방 활동에 있어 정확한 정보는 현장지휘관의 대응전략과 진압 전술 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장지휘관에게 정확한 정보가 수집ㆍ제공돼야 한다. 지금까지 소방 활동 현장에서 현장지휘관은 선착 대장ㆍ방면 지휘관ㆍ재난종합지휘센터ㆍ화재조사요원의 정보 등에 대해 무전 또는 대면 보고로 정보를 수집해왔다. 

 

소방 드론을 ‘현장지휘관의 또 다른 눈’으로 활용할 경우 현장지휘관이 직접 필요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불필요한 소방력 낭비가 아닌 지급된 장비를 활용한 효율성 있는 현장대응의 ‘골든타임’이 확보되길 기대해 본다.

 

경기 시흥소방서_ 이재훈 : ljhk64@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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