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연설비는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가 피난ㆍ소화 활동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제어하는 소방시설이다. 급ㆍ배기하는 ‘거실 제연설비’와 특별피난계단과 비상용ㆍ피난용 승강기 부속실을 급기 가압하는 ‘부속실 제연설비’로 구분한다.
건축물엔 제연설비 외에 배연설비도 설치되고 있으나 이는 연기를 단순 배출하기 위해 창문을 개방하는 수동적인 설비로 화재 시 능동적인 대응은 불가하다.
연기를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제연설비의 성능확보는 피난자와 소방대원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준공 후 시스템 변경이 까다롭고 성능확인 여건을 조성하기 곤란해 준공 전에 제연 T.A.B를 해야 한다.
제연 T.A.B는 Testing, Adjusting and Balancing의 약칭으로 설계도서를 검토하고 운전상태와 풍량ㆍ풍속ㆍ차압 등 측정 후 문제요소를 찾아내 조정함으로써 적정 성능을 확보토록 하는 소방업무의 한 분야다.
제연 T.A.B는 지난 1995년 5월 9일 부속실 제연설비에 관한 기술기준 제정 시 다른 소방설비엔 명시되지 않은 제26조(시험, 측정 및 조정 등)를 마련해 성능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4년 6월 4일 ‘특별피난계단의 계단실 및 부속실 제연설비의 화재안전기준(NFSC 501A)’ 제정 시 사전 검토조항을 추가, 단순 성능확인이 아닌 설계목적과 현장시공의 변수를 고려한 제연 T.A.B 개념을 완성했다.
그러나 화재안전기준에 제연 T.A.B를 수행할 세부기준과 사회적 여건은 조성되지 않아 준공 시 운전검사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많은 부실논란에 휩싸였다. 많은 소방기술사와 관련 부처의 노력으로 비로소 2013년 5월 17일 T.A.B 수행을 위한 세부조사표가 추가돼 제연 T.A.B의 대상과 목적이 명확해졌다. 2017년 6월 8일에는 제연 T.A.B를 수행한 업체와 책임기술자의 전문성을 강조한 실명제도 도입됐다.
현재 전문 기술인력과 계측 장비를 보유한 32개 업체가 한국소방기술사회로부터 제연 T.A.B 수행자격 인증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도 댐퍼업체나 공조업체를 제연 T.A.B 업체로 오해하고 있다. 앞으로 소방전문업체의 건전한 제연 T.A.B 활성화를 위해선 몇 가지 개선 사항이 필요하다.
첫째, 발주방식 개선이다.
제연 T.A.B 용역은 소방공사의 하부 공종으로 삽입된다. 수주받은 공사업체에 의해 다시 저가 하도급 되기 때문에 시장에 적정한 용역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한 품질 저하는 제연 T.A.B 발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이다.
제연 T.A.B의 품질확보를 위해선 하도급을 제한해야 하며 소방설계ㆍ감리와 마찬가지로 소방공사감리자의 지정 신고 시 제연 T.A.B 용역계약서 사본이 첨부되도록 개선돼야 한다.
둘째, 거실 제연 T.A.B 시행에 대한 의무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거실 제연설비는 T.A.B 실시에 대한 의무규정이 없어 T.A.B 전문가에 의한 설계검토와 시스템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 덕트 시공과 실내장식이 완료된 시점에선 성능개선을 위해 선택할 방법이 많지 않다. 부속실 제연설비와 마찬가지로 거실 제연설비도 성능시험조사표에 T.A.B 수행을 위한 세부조사표를 추가해 T.A.B를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합리적인 덕트 설계를 위한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기체의 유동은 액체와 달라 관로 크기와 손실에 매우 민감하므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덕트 설계 시 ‘제연설비의 화재안전기준’에서 제시한 최대허용풍속을 그대로 적용하는 단순 등속법은 송풍기 정압을 과도하게 증가시켜 말단으로 갈수록 과도한 정압손실로 인해 설계 풍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공간이 허용되는 범위에서 설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덕트 설계 세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넷째, 거실 제연설비에 덕트 누기량을 적용해야 한다.
거실 제연설비의 송풍기 선정 시 댐퍼 누기량은 반영하지만 덕트 누기량은 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덕트는 소화 배관과 같이 밀실하게 시공하기 어려워 한국설비기술협회와 한국화재보험협회 규정에서는 5% 이하, NFSC 501A 에서는 10% 이하의 누기량은 인정하고 있다. 송풍기 용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거실 제연설비의 시공 현실에 맞는 누기량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수상 한국소방기술사회 총무이사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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