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사람들의 생활이 주로 야외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 가스, 통신, 소방, 공조 등 모든 기술이 집약된 건축물 안에서 생활한다. 결국 우리의 안전은 곧 건축물의 안전과 직결되며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준비되고 감리 과정에서 꼼꼼히 검증돼야 한다.
그런데 현행 ‘소방시설공사업법’ 제21조제2항은 “소방시설공사는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하여 도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정작 설계와 감리 분야에는 분리도급 의무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건축이나 전기 등 다른 분야의 설계 감리와 함께 묶여 발주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소방 안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소방시설은 다른 어떤 설비보다도 인명과 직결된 장치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작동하는지, 설계가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가 사람의 생명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소방 분야는 설계 단계부터 전문 기술자가 독립적으로 참여하고 감리 단계에서도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처럼 다른 공종에 묶여 도급될 경우 소방은 부수적인 영역으로 취급되기 쉽고 비용 절감의 이름 아래 전문성이 희생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러 화재 현장에서 부실한 소방 설계와 감리가 문제로 지적된 사례가 적지 않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선 소방시설 설계ㆍ감리의 분리도급을 의무화하기 위한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소방산업의 전문성을 높이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거다.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이번 입법이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된다.
국민의 안전은 그 어떤 이해관계보다 우선돼야 한다. 소방시설 분야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회가 조속히 법 개정을 마무리해 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이일 전 소방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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