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4일 충남 태안의 한 해수욕장에서 캠핑하던 50대 남녀가 텐트에 가스난로를 켜두고 잠들었다가 일산화탄소중독으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11월 5일 강원도 원주의 한 캠핑장에서도 가스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30대 1명이 숨지고 20대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처럼 최근 캠핑 중이거나 실내에서 난방기구를 잘못 사용해 일산화탄소중독에 빠지는 사고를 언론이나 TV 매체를 통해 종종 접할 수 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난방기구 사용 시 가스가 체류하지 않도록 자주 환기해야 하고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난방기구 전원을 꺼야 한다. 차량이나 텐트 등 실내에서는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설치해 대비하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켜야 하지만 대부분 안일한 생각으로 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다.
우린 성인이다.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켜준다면 충분하게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무색ㆍ무취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일산화탄소는 무색ㆍ무취의 기체로 사람이 인지할 수 없다. 소량에만 노출돼도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노출 초기엔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고 나중엔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을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일산화탄소중독은 급성중독 관련 사망의 가장 많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극단적 선택 등으로 인한 고의가 아닌 중독과 그로 인한 사망은 추운 나라와 지역 또는 우리나라 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일산화탄소(Carbon monoxide, CO)중독은 헤모글로빈 기능의 손상과 직접적인 일산화탄소 매개 세포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Hb)에 산소보다 250배 쉽게 결합한다. 따라서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제대로 실어 나르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체내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생체 세포에서 젖산을 생성하게 돼 혈액이 산성으로 변한다. 이는 호흡중추 등을 자극해 호흡의 깊이나 호흡수, 심장박동수를 증가시켜 산소 부족을 보상하고자 한다.
보상 작용은 공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호흡해 산소부족량을 보충하고 산소함유량이 저하된 혈액을 많이 순환시킨다. 뇌의 혈관을 확장해 많은 혈액이 흐르도록 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보상 작용은 산소 농도가 16% 정도일 때까지만 효과가 있다. 이보다 낮은 농도에서는 생체적 보상이 불가능해 산소결핍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헤모글로빈의 곡선(Oxygen dissociation curve) 곡선이란 말 그대로 혈액의 성분 중 하나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주요 운반체인 헤모글로빈으로부터 산소가 떨어져 조직으로 공급되는 정도를 그래프로 나타낸 곡선이다.
신체의 산소 이동은 크게 전도와 확산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산소 공급이 이뤄진다. 확산은 혈액에서 조직 내 미토콘드리아로의 산소 이동방법이다. 전도는 폐에서 혈액으로의 산소분압에 의해 공급되는 방법을 뜻한다.
- 산소 포화도: 전체 헤모글로빈 중 몇 %의 헤모글로빈이 산소랑 결합한 상태인가? 80% - 산소 해리도: 전체 헤모글로빈 중 몇 %의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분리된 상태인가? 20% ※ 산소 포화도 + 산소 해리도 = 100%
해리곡선에서 아래쪽(X축) 값은 조직 내 산소분압(㎜Hg)을 나타내는 값이고 위쪽(Y축)은 혈액 내 헤모글로빈의 산소 포화도(%)를 나타내는 값이다.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직의 산소분압이 약 40㎜Hg라면 혈액의 산소 포화도는 약 75% 정도가 된다. 이는 조직이 가진 산소 양이 40㎜Hg인 환경이라면 혈액에서 약 25% 정도의 산소를 떼어 조직에 공급하고 혈액이 가진 산소의 양은 약 75%가 된다는 의미다.
그러니 조직 내 산소분압이 20%로 떨어지게 되면 그만큼 산소가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럼 혈액에선 부족한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해 주기 위해 훨씬 많은 산소를 공급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혈액에 남아있는 산소(산소 포화도)는 20% 정도도 남지 않게 된다.
- 헤모글로빈의 곡선 그래프 Ⅱ
이 같은 곡선은 정상적인 경우 위 그래프에서 파랑 실선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외부적인 환경에 의해 같은 산소분압에 대해서도 산소의 해리 정도가 약간씩 달라진다.
즉 온도(temperature)가 높아지거나, 조직 내 이산화탄소의 양이 높거나, DPG(이인산글리세린산)의 농도가 높거나, pH(산화도)가 낮을수록 산소 해리는 평소보다 더 많이 이뤄지게 된다.
이때 혈액에 남아있는 산소의 양은 더 줄어들게 돼 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위 조건에 반대되는 환경에선 산소의 해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 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ㆍ이산화탄소는 물에 녹으면 산성을 띠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pH가 낮아짐 ㆍ온도가 높으면 물에 녹아 있던 기체는 기화하려고 하므로 온도가 높으면 산소가 떨어짐
결국 고농도의 일산화탄소중독에 의해 정상적인 혈색소의 산소운반과 전달, 세포 내의 정상적인 산소 이용이 이뤄지지 못해 환자가 갑작스러운 빈혈 상태에 빠지게 된다. 출혈성 빈혈보다 환자의 내성이 더 나쁠 수 있다.
또 일산화탄소는 미오글로빈과 같은 세포와 강하게 결합하므로 심장과 같이 많은 양의 산소를 사용하는 근육에서 일산화탄소가 미오글로빈에 결합하게 되면 호기성 대사를 위한 산소 이용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심근의 미오글로빈에 일산화탄소중독이 되면 심근 수축력을 감소시키고 심박출량이 떨어진다. 조직으로의 산소전달도 더 감소하게 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현장에서 일산화탄소중독 진단법 일산화탄소중독의 증상과 징후들은 현장에서 노출 상황과 일산화탄소측정기에 의한 일산화탄소혈색소 수치의 증가로 의심해 볼 수 있다.
현장에서의 임상적 진단은 - 일산화탄소 발생원으로부터의 노출 병력(화재 연기흡입, 자살 등) - 일산화탄소중독과 관련 있는 임상 증세(화재 현장에서의 의식장애, 구토, 어지러움, 호흡곤란 등) - 일산화탄소혈색소(COHb) 수치 증가
1. 일산화탄소측정기 사용법
▲ 출처 울산 신규 구급대원 과정 교육자료
2. 일산화탄소 수치에 따른 중증도ㆍ징후 중독과 중증도 증상의 심한 정도와 일산화탄소혈색소 수치의 상관관계가 낮을 수 있는데 낮은 농도라도 오랫동안 노출됐을 땐 일산화탄소혈색소 수치가 낮지만 치명적일 수 있다. 그 반대로 높은 농도라도 짧은 시간 노출됐을 땐 일산화탄소혈색소 수치가 높게 측정되지만 경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발견된 중독 의심환자는 최대한 고압산소요법 치료와 심전도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노인이나 소아, 임산부의 태아는 일산화탄소중독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태아는 혈색소가 성인의 혈색소에 비해 일산화탄소에 대한 친화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일산화탄소중독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현장에서 일산화탄소중독이 의심되면 우선 ABC 소생을 시행한다.
1. 기도유지(Airway): 환자의 기도가 개방됐는지 폐쇄의 위험이 있는지 확인
2. 호흡 관리(Breathing): 가능한 한 빨리 100% 산소를 비재 호흡 마스크로 공급 호흡 보조 필요시 백 밸브 마스크 100% 산소 투여 + 기관 내 삽관 ※ 참고사항: (휴대용 산소 포화도 측정기) 일산화탄소혈색소를 산화혈색소로 혼동해 산소 포화도가 거짓으로 높게 측정되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 없다.
3. 순환관리(Circulation): 환자 상태에 따라 수액 소생술 시행 - 흡입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의 반감기
4. 병원 선정/이송: 환자 상태에 따라 고압산소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
ㆍ고압산소치료(Hyperbaric Oxygen Therapy, HBOT) 환자에게 해수면(대기상) 압력보다 높은 환경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치료다. 관류가 되는 조직에 산소 장력을 만들어 낸 후 산소가 전신으로 전달되게 한다. ※ 1ATA보다 높은 챔버 내에서 환자가 100% 산소를 간헐적으로 마시는 것 → UHMS(Undersea and Hyperbaric Medical Society, 미국잠수고압의학회)
고압산소치료는 생명을 살리냐, 죽이느냐는 즉각적인 해결의 문제가 아니라 지연성 신경학적 후유증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정상 기압하의 산소치료와 비교 시에는 면밀한 추적관찰과 복잡한 검사들이 요구된다.
지연성 신경학적 후유증(Delayed Neuropsychiatric sequelae)은 일산화탄소중독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된 이후 수일에서 길게는 240일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다. 기억력장애, 인지장애, 성격 변화, 운동장애, 배뇨장애 등 다양한 신경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일산화탄소중독 이후 0.2~40% 정도에서 발생한다. 일산화탄소중독 환자들은 치료 후 중독 당시엔 신경학적 결손이 보이지 않았더라도 지연성 신경 정신병적 후유증의 가능성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
ㆍ급성 일산화탄소중독 환자에서의 고압산소치료 방법(대기상의 압력 1기압(1ATA)) 고압산소를 사용할 때 1기압을 정의하면 14.7psi로 환산되며 1㎠에 1의 압력이 가해지거나 760㎜Hg로 표시할 수 있다.
1기압에서 혈액의 산소 농도는 1ℓ당 3㎖이며 휴식상태에서 정상적인 조직은 1ℓ의 혈액에서 50~60㎖의 산소를 가져간다. 정상기압에서 100% 산소를 투여하면 산소가 혈액 1ℓ당 15㎖ 정도(5배) 녹아 들어간다. 3기압이 되면 1ℓ당 60㎖의 산소가 녹아 들어가게 된다.
먼저 환자를 챔버 안에 위치시킨 후 산소 또는 공기로 압축된 가스를 점진적으로 유입시키면서 챔버 내부 압력을 높인다. 대부분의 고압산소치료는 2.0기압(2ATA)에서 2.8기압(2.8ATA) 사이의 내부 압력에서 이뤄지지만 고압산소치료를 하는 의사의 판단하에 조절된다.
ㆍ고압산소치료의 프로토콜(일산화탄소, 가스색전증, 시안화물 중독)
환자에게 챔버 내부 압력을 증가 15분 Air → 45분 100% 산소 투여 → 감압하며 5분 100% 산소 투여 → 5분간 air break → 압력 유지 25분 100% 산소 투여 → 30분 100% 산소 투여 → 서서히 감압하며 10분 100% 산소를 투여한다.
중독이 경하거나 중증도의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한 번의 고압산소치료 후 극적으로 좋아진다. 실제로 다수의 병원에서 한 번의 고압산소치료만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번의 치료가 더 좋다는 이점이 증명된 건 없고 두 번 이상의 치료가 한번 치료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준다고 한다.
일산화탄소중독을 예방하려면
따라서 발생 장소나 발생원에 위험경고 표시 부착과 일산화탄소측정기를 사용해야 한다. 텐트에서 난방기구를 사용할 땐 휴대용 일산화탄소측정기 등의 사용을 늘리고 자주 환기해 안일한 생각이 들지 않도록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겨울은 일산화탄소중독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하고 따뜻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한다.
참고문헌 1. koeppen & Stanton: Berne and Levy Physiology, 6th edition. 2. 병원 전 외상 소생술 Second Edition. 3. Practical Emergency Medicine Fifth Edition. 4. 119현장 사례로 본 구급장비 운영론. 5. 대한응급의학회 응급의학 Second Edition. 6. 내과전문응급처치학, 전국 응급구조학과 교수 협의회, 도서출판 한미의학. 2017. 7.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HBOT protocol. 응급구조사 한민섭 선생님 8. Basic Clin Pharma Tox - 2018 - Moon - The predictive value of scores based on peripheral complete blood cell count for 9. The History of Carbon Monoxide Intoxication Ioannis-Fivos Megas 1, Justus P. Beier 2 and Gerrit Grieb 1,2,*. MDPI Open Access Journals 10. 대한고압의학회 www.kauhm.org
울산소방본부_ 안신욱 : khkool@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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