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국 커버리지 분석 조난자 구조의 첫걸음, 운장산 등산객 조난 이동통신 기지국을 이용해 실종자 수색 범위를 좁힐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인 운장산 등산객 실종 사건을 재조명해 보겠다.
1. 운장산 등산객 조난 1) 실종 상황 실종자는 운장산 등산을 위해 2016년 12월 22일 오후 1시 30분께 내처사동 주차장에 도착해 홀로 산행을 시작한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찾아 산행하는 중이었고 그날도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운장산 산행에 나섰다.
산행 당일 운장산에는 비가 내렸고 짙은 안개가 껴 시야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실종자는 산행 시작 약 2시간 후인 오후 3시 45분 119에 구조요청을 한다.
◇ 구조대상자와 119상황실, 최초 출동 대원과 나눈 통화내용 - 15:45 지령 접수 ㆍ119상황실에서 출동 지시를 내리고 동시에 구조대상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통화 안 됨. ㆍ상황실 통화 시 운장산 정상을 향해 2시간가량 산행했으며 대나무(산죽)가 많은 곳이고 휴대전화 배터리가 얼마 없다고 함.
- 15:47 첫 통화 연결 ㆍ등산로를 통한 산행 여부와 현 위치를 물으니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함. ㆍ산행 표지판, 주변 건물 목격 여부를 물어도 모르겠다고 함. ㆍ내처사 주차장에서 본인이 어디로 산행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함. ㆍ실종자가 산에서 내려오겠다고 하자 엇갈릴 걸 염려해 현장에 가만히 있으라고 함. ㆍ실종자에게 휴대전화 GPS가 켜져 있냐고 물었을 때 켜져 있다고 하나 위치 확인이 안 됨. ㆍ실종자 휴대전화 배터리가 별로 없어 주차장에 도착해 다시 전화할 테니 움직이지 말고 현장에서 기다리라고 전하고 통화 종료함.
- 16:02 119출동 대원 현장 도착 후 통화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음 ㆍ현장 도착 당시 비가 많이 내렸고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음.
- 16:06 119출동 대원과 두 번째 통화 연결됨 ㆍ실종자는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으며 통화가 끊겨 정상 통화가 불가능함. ㆍ정상적인 통화를 하기 위해 몇 분간 시도했으나 전화가 계속 끊겨 통화가 불가능함.
- 16:39 119구조대와 운장산으로 올라가던 중 세 번째 통화 연결됨 ㆍ실종자는 계속 횡설수설했으며 통화 수신 상태가 불량함. ㆍ당황하지 말고 진정한 후 움직임을 멈추고 전화를 받으라 했으나 말을 듣지 않음. ㆍ등산로, 표지판 다리 목격 여부를 다시 물었으나 모르겠다고 함. ㆍ실종자에게 움직임을 멈추고 추울 수 있으니 몸을 움직이고 있으라고 말하자 ㆍ실종자 “지금 계곡으로 내려가고 있어요”라고 답함. ㆍ실종자에게 “계곡으로 내려오고 있다고요?” 되물으니 “계곡으로 내려오고 있어요”라고 답한 후 통화가 끊김. ㆍ통화 후 119구조대는 바로 내려와 등산로 옆에 있는 계곡으로 이동(비가 눈으로 바뀜)
- 16:42 실종자에게 전화가 와서 받음 ㆍ“사사삭 사삭~” 바스락하는 소리만 들림(움직이는 도중 휴대전화가 눌려 전화가 걸린 듯함) 그 후 계곡으로 산행하며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통화가 연결되지 않음.
2) 실종자 수색 범위ㆍ실종자 발견지점 12월 22일부터 운장산 정상을 중심으로 활목재~동봉을 지나 임도까지를 수색 범위로 정하고 수색했다. 이같이 수색 범위를 결정한 이유는 실종자가 산행을 시작해서 구조를 요청한 시간과 마지막 통화 시간, 통화내용을 분석했을 때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고 동봉 기점에서 칼크미재 방향이나 활목재 방향으로 하산하다 실종됐을 거라고 판단해서다.
또 칼크미재 방향으로 콘크리트 포장된 임도가 있어 이 임도를 만났으면 임도를 따라 하산했을 거로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색팀 예상과 달리 구조대상자는 9개월 뒤 콘크리트 임도를 넘어 구봉산 방향에서 중사마을 방향 해발 630m(위도 35.933395, 경도 127.379547)에서 발견됐다.
3) 수색 중 실종(조난)자 휴대전화 기지국 수신기록 입수 수색 확대 이틀째(12월 24일) 구조대상자의 휴대전화 기지국 수신기록을 입수했다. 수색에 나선 민관군 지휘부 모두 구조대상자의 휴대전화 기지국 수신기록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다.
운장산 정상 주변 기지국 4곳과 충남 금산군 재원면에 위치한 기지국 1곳에 집중적으로 통화 기록(5회)이 나타났다.
이 기지국은 운장산에서 무려 30㎞ 떨어진 곳이었고 주변 기지국도 운장산과 수 ㎞ 떨어진 곳에 두 곳이나 있어 수신 기지국 반경 500m~2㎞를 수색 반경으로 보는 수색 매뉴얼에 상당히 어긋났다. 따라서 그 누구도 이 기지국 수신기록을 신뢰하지도, 분석하지도 않았다.
운장산 실종 사건에서 보듯이 휴대전화 전파수신 기지국 대부분이 운장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수신된 기지국에서 운장산 방향 직선으로 접근해보면 운일암과 반일암 기지국, 충남 금산군 기지국, 주천면 기지국 모두 해발 800m 정도의 산이 가로막혀 있는데 전파가 통과됐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 전파의 직진성이 강하다는 걸 고려하면 구조대상자는 산행을 시작해서 2시간 정도 지난 뒤 구조를 요청한 오후 3시 30분 전후 시간에 해발 800m쯤의 고도에 있었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또 지도상에서 운장산 기준 수신 기지국이 우측으로 쏠려 있고 마지막 수신된 운장산 휴게소와 운일암, 반일암의 기지국 커버리지 교집합을 보면 구조대상자가 발견된 지점 가까이로 범위가 축소됨을 알 수 있다.
특히 구조대상자가 산행을 시작한 내처사 마을 입구에 있는 비 접속 기지국의 커버리지가 10일간 수색한 지역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비수신 기지국 분석을 놓쳤다는 게 아쉽다.
운장산 휴게소 기지국에서 내처사 마을 진입 시기로 예상할 수 있는 오후 1시 26분에 접속 기록이 있고 오후 4시 7분에 119와 통화 수신기록이 있다. 반면 내처사 마을 입구에 있는 기지국엔 수신기록이 없다.
이때 수신 기지국의 커버리지와 수신 시간 분석, 비수신 기지국의 커버리지를 분석해 보면 구조대상자가 수색 범위 안에는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색 지역 일부와 실종자가 발견된 부근에 커버리지가 형성된 걸 알 수 있다. 이처럼 운장산 조난 사건을 계기로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을 통해 구조대상자의 수색 범위를 축소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2019년 1월 28일 오후 5시께 구조대상자 진 군과 정 군은 과거 하절기 동시간 대에 모악산을 등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계절별 일몰 시각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산행을 시작했다.
1시간 정도 산행 후 산속에 어둠이 깔리자 8~9부 능선에서 하산을 시도했다.
하지만 야간산행에 대한 경험이 없고 공간 이동 감각이 떨어져 다시 정상 쪽으로 산행을 시작하고 오후 8시께 119에 구조 요청을 했다.
구조대상자들은 야간산행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아 휴대전화에 장착된 플래시를 켜고 이동하는 바람에 구조 요청 중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심지어 안타깝게도 구조 요청한 장소가 GPS 사각지대여서 구조대상자들의 위치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구조대상자의 휴대전화가 수신된 기지국은 두 곳, 전주시 완산구 중인동 1317번지와 전북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산 1-1번지다.
중인동은 첫 번째 신고할 때 수신된 기지국이고 금산면은 구조대상자가 전원이 꺼진 휴대전화를 다시 켰을 때 잠깐 사이 수신된 기지국이다. 경찰은 처음 수신된 기지국 반경 500m를 수색 범위로 정하고 80여 명이 수색 중이었다.
모악산 주변 수신, 비수신 기지국의 커버리지를 경험적으로 설정했다. 전파가 수신된 중인동 1317번지 기지국에서 모악산 정상까지 도상거리는 약 3.5㎞가 됐다.
수왕사 쪽과 금산사 방향에 있는 기지국에는 수신기록이 없었다. 일단 수색 반경을 모악산 정상 기준 중인동 방향 약 120° 정도로 설정했다.
중인동 기지국에서 모악산 방향 1~1.5㎞ 도상 거리에 금곡사와 달성사 금선암 등에 설치된 기지국에는 수신기록이 없는 걸 확인한 후 암자(절) 주변 기지국에 대한 경험적 커버리지를 만들었다.
모악산 정상 기지국(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산1-1번지)에 수신된 기지국 커버리지는 광범위하다고 판단했다.
모악산 정상 기준 중인동 방향으로 범위를 설정한 후 운장산 조난사고 때 기지국 전파 방향의 직진성을 떠올리며 중인동 수신 기지국에서 모악산 정상 방향으로 비수신된 암자(절) 구역을 넘어 선을 그었다. 그 결과 구조대상자들은 금곡사 등산로를 따라 정상 쪽 인근에 있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출동한 119구조대는 다른 능선을 수색 중이어서 119구조팀장과 위치 공유 통신을 하며 단독 수색구조에 나섰다. 그 결과 오전 0시 2분 예측한 곳에서 저체온에 빠진 구조대상자를 극적으로 구조했다.
당시 조난한 고등학생들은 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도했다. 산속에서 조난 시 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도하는 건 전파 음영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휴대전화 전원이 남아 있더라도 통화 불능과 GPS 위치 추적이 어려워진다.
모악산 고등학생 조난 구조는 기계적인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 전에 운장산 조난을 바탕으로 수동적인 경험적 커버리지를 만들어 수색 범위를 정했다. 이는 모악산 지형에 대한 익숙한 면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한산악구조협회_ 최종찬 : ekdckadl@hanmail.net 강원 양양소방서_ 장남중 : jnj119@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3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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