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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동료를 또 가슴에 묻었다”… 소방관 순직, 왜 멈추지 않나

쿠팡ㆍ평택ㆍ문경에 완도까지… 끝없이 반복되는 '창고형 순직'의 공식
2만명 늘려도 체감 ‘제로’, 3교대ㆍ신설 소방관서 증가에 밀려난 현장
구급대원이 불 끄는 현실… 땜질식 ‘겸임 구조’ 대원들 사지로 내몰아
소방청이 내놓은 로봇 도입ㆍ합동 점검 대책들… “체질부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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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6/05/08 [18:02]

[긴급진단] “동료를 또 가슴에 묻었다”… 소방관 순직, 왜 멈추지 않나

쿠팡ㆍ평택ㆍ문경에 완도까지… 끝없이 반복되는 '창고형 순직'의 공식
2만명 늘려도 체감 ‘제로’, 3교대ㆍ신설 소방관서 증가에 밀려난 현장
구급대원이 불 끄는 현실… 땜질식 ‘겸임 구조’ 대원들 사지로 내몰아
소방청이 내놓은 로봇 도입ㆍ합동 점검 대책들… “체질부터 개선해야”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6/05/08 [18:02]

▲ 소방청사 로비에는 1945년 화재 현장에서 최초로 순직한 고 김영만 소방관을 비롯해 전국 재난 현장에서 산화한 순직소방관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 FPN

 

[FPN 신희섭 기자] = 지난달 12일 전남 완도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 화재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2명이 창고 내부에 고립돼 순직했다. 사고 이후 소방조직 내에선 또다시 반복된 순직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근원적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창고와 공장 화재현장에선 소방관 순직이 잇따랐다. 2021년 6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땐 인명검색에 나섰던 소방관 1명이 순직했고 2022년 불이 난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공사장에선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3년에는 제주 감귤 보관창고 화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 1명이 순직했다. 2024년 1월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에서도 구조 활동 중 소방관 2명이 사망했다.

 

제주 사고를 제외한 모든 순직사고의 양상은 비슷했다. 대형 창고와 공장,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인한 건물구조의 취약성, 내부진입 이후 급격한 상황 악화, 그리고 소방관 순직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의 반복이다.

 

순직은 반드시 피해야 할 최악의 사고다. 하지만 화재와 구조, 구급 등 재난현장 최일선에 서야 하는 업무 특성상 소방관들에게 이 위험은 늘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고 이후 대책이다. 정부는 소방관 순직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해왔다. 현장대응 매뉴얼을 보완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한편 지휘체계와 교육ㆍ훈련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매번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고 때마다 개선책이 나오지만 정작 현장 구조와 인력 운용, 지휘체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번 완도 사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고 직후 현장지휘관 역량과 인력 부족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이는 순직사고 때마다 되풀이돼왔던 지적이다.

 

행정 중심 인사에 밀린 현장 지휘… 훈련은 뒷전

완도 사고 이후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건 현장 지휘 문제다. 내부진입 판단은 적절했는지, 위험 징후를 제대로 알고 철수나 구조 전환을 판단할 수 있는 지휘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소방관 순직사고가 날 때면 정부는 항상 재발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지휘체계 점검과 교육ㆍ훈련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선 지휘관 양성과 훈련 문화가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지휘역량강화센터(ICTC)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ICTC는 현장지휘관의 업무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가상환경에 기반해 다양한 재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지휘 판단을 훈련하는 교육 시설이다. 2015년 서울소방이 처음 도입하면서 점차 전국으로 확대됐다. 

 

일선의 한 현장대원 A 씨는 “화재현장은 건축 구조와 가연물, 연소 확대 속도, 내부진입 경로, 대원 숙련도, 무전 상황 등 변수가 매번 다르다”며 “연기와 열, 시야 제한, 붕괴 위험, 대원 고립 가능성까지 동시에 판단해야 하는 실제 현장의 압박감을 가상환경만으로 체득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뮬레이션 교육이 아예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처럼 현장에 대한 기본적인 기준과 절차를 익히는 데는 도움이 될 거다”며 “다만 교육을 이수했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역량을 갖춘 지휘관이 된 것처럼 인식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조직 내 행정 중심 인사 구조가 현장 지휘 역량 약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를 두고 현장대원 B 씨는 “학교로 따지면 행정실장이 교장 노릇을 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20년간 현장에서 근무하다 최근 행정부서로 자리를 옮겼다고 밝힌 B 씨는 “행정부서만 전전하던 간부가 어느 날 현장으로 배치돼 사선에 선 대원들의 생사를 좌우하는 지휘봉을 잡는 게 소방의 현실”이라며 “화재현장의 기류, 패널 붕괴 징후, 대원들의 체력 한계를 직관적으로 알지 못하는 지휘관의 명령은 대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훈련 문화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갔다. “화재 출동이 적은 지역일수록 현장대원의 ‘날 선 감각’을 유지하는 게 지휘관의 가장 큰 의무”라면서 “내근 중심 경력으로 계급만 높인 지휘관들에게 훈련은 실전 대비가 아니라 서류상 실적이나 귀찮은 부수 업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휘관이 훈련의 중요성을 모르는데 어떤 대원이 목숨 걸고 실전 같은 훈련에 임하겠냐”며 “전문 자격도, 현장 경력도 부족한 인사가 계급 하나로 구조대장이 되고 서장이 되는 이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동료를 가슴에 묻는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만명 충원됐지만 달라진 게 없다… 현장은 여전히 인력난

현장인력 부족 문제 역시 순직사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소방관 충원이 이뤄졌다. 실제로 2017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2만명에 가까운 소방관이 늘어났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증가한 인력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규 인력 상당수가 3교대 근무체계 정착과 신설된 소방서 배치 등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현장대원 사이에선 3교대 근무체계 정착을 위한 인력 배치는 필요한 조치였지만 이것이 곧장 현장 대응력 강화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대근무 공백을 메우는 데 우선 투입된 인력이 현장에 추가 투입될 ‘여유 인력’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현장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소방관서 신설도 인력난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새 소방서가 문을 열 때마다 본서 운영에 필요한 행정ㆍ기획ㆍ예방ㆍ대응 인력이 함께 배치되면서 현장으로 가야 할 대원들이 관서 운영인력으로 흡수돼 버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충원이 본격화된 2017년 전국에 설치된 소방서는 215곳이었으나 2024년 12월 기준 242곳으로 늘어났다. 7년 사이 32개의 소방서가 생겨난 셈이다. 심지어 산하에 119안전센터가 단 한 곳뿐인 소방서도 존재한다.

 

소방서 근무 요원에 대한 배치기준은 ‘소방력 기준에 관한 규칙’ 제6조와 별표2에 명시돼있다. 소방서는 관할 인구와 특정소방대상물 수, 건물위험지수, 국제공항ㆍ항만 등을 기준으로 1~3급서로 구분된다. 기본적으로 1급서의 정원은 81명, 2급서 69명, 3급서 52명이다. 

 

여기에 119안전센터와 119구조대, 119구급대, 119지역대 등 하부기관을 설치하면 인력은 별도로 산정된다. 소방서 한 곳이 신설될 때마다 본서 운영인력은 물론 현장 출동부서를 유지ㆍ관리하기 위한 기본 인력이 반드시 필요해지는 구조다. 

 

결국 새로운 소방관서가 생기면 조직 운영을 위한 인력 배치가 우선시되기에 전체 소방관 수가 늘었다 한들 그 증가분이 곧바로 현장인력의 확대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셈이다.

 

인력 부족의 또 다른 민낯… 여러 역할 떠안는 현장대원들

인력 부족은 단순히 정원 미달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이 여러 보직을 동시에 떠안아야만 현장이 굴러가게 된다는 게 더 심각하다.

 

완도 사고에서도 이 문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순직한 소방관 중 한 명은 구급대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고 노태영 소방교는 구급대원 보직으로 화재현장에 투입돼 관창을 잡고 진압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3년 3월 순직한 제주 서귀포 감귤 보관창고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고 임성철 소방장 역시 구급대원이었다.

 

현장대원 C 씨는 “구급대원이 화재진압 업무를 수행하고 차량별 최소 출동 인원을 채우지 못한 채 현장으로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 같은 겸임 구조는 조직 운영을 위한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재난현장에 나서는 소방관들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몰 뿐이다”고 비판했다.

 

현장대원 D 씨 역시 “화재진압과 구조, 구급 업무는 현장 판단과 역할 분담, 장비 숙련도가 모두 다르다”면서 “한 명의 대원이 상황에 따라 역할을 바꿔가며 대응하는 일이 반복되면 대원들의 전문성은 떨어지고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완도 사고는 그간 지속해서 제기돼 온 현장인력 배치와 운용 체계의 허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게 현장대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현장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필수 보직은 제대로 채워져 있는지 등 명확한 보직 체계를 재점검하지 않는다면 유사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2021년 6월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진압과 인명검색을 위해 내부에 진입했던 소방관 중 한명이 내부에 고립되면서 끝내 순직했다.  © FPN

 

소방청, 원인 규명ㆍ대책 추진키로… 현장 반응은 ‘싸늘’

소방청은 완도 순직사고의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달 20일부터는 본청과 전남소방본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을 꾸려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이 조사는 30일 동안 진행된다. 

 

조사단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에서 나타나는 특수 연소 현상과 현장 지휘의 적정성 등을 들여다보고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안을 도출하게 된다. 유가족들에게도 조사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장대원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무인소방로봇 18대를 추가 도입하는 등 첨당 장비도 확충하기로 했다. 또 대형 공장ㆍ물류창고 화재가 잇따르는 현실을 고려해 기존 소방서 단독으로 진행했던 점검을 건축ㆍ전기ㆍ가스 등 관계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점검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반복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고위험 시설은 화재 이력 데이터베이스를 정비해 ‘화재안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합동소방훈련과 화재안전조사 등 공적 관리 강화에 나선다.

 

하지만 이 같은 소방청 대책을 바라보는 일선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현장지휘 역량 문제와 인력 운용의 현실을 반영하는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장대원 D 씨는 “첨단 장비와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결국 화재현장에서의 업무는 현장대원이 담당하고 최종 판단은 지휘관이 하는 것”이라며 “인력 운용 체계와 지휘ㆍ훈련 방식 등 현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소방청의 대책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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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터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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