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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배터리 열 폭주에 골든타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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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구리소방서 강경석 | 기사입력 2023/08/21 [09:30]

리튬이온 배터리 열 폭주에 골든타임이 있을까?

경기 구리소방서 강경석 | 입력 : 2023/08/21 [09:30]

재난 현장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정확한 지식과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는 건 다시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드물지만 새로운 형태의 재난과 화재 등을 만났을 때 국민뿐 아니라 재난, 화재 전문가들도 당혹감과 함께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전문가라면 이런 어려움에 직면할 때 접근과 대응 방법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를 들고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지식, 방향성 그리고 담대한 용기와 그 자신감 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기차(Electric Vehicles)와 ESS

(Energy Storage System) 등을 통해 이런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게 됐다. 그리고 과거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은 모자라 보였다.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 나름의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하고 돌고 돌아 ‘물’이란 무기를 확인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물’ 이상의 확실한 대안을 모색하고 국민에게 안전이라는 울타리를 제공해야 하는 우린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찾아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Thermal runaway) 시 소방의 전형적인 대응에 대한 시각이 아닌 새로운 관점을 소개할까 한다.

 

바로 ELSEVIER 사의 학술지 ‘Journal of Power Source(IF: 9.794/Accept: 1 January 2014)’에 발표된 ‘Thermal runaway features of large format prismatic lithium ion battery using extended volume accelerating rate calorimetry’다. 칭화대학교(Tsinghua University)의 밍까오(Minggao) 교수 연구실에서 나온 것으로 열 폭주 인용 수도 높고 큰 이해(Insight)를 주는 논문이다. 

 

열 폭주의 전조 증상 확인이 가능하다면?

이 논문은 리튬이온 배터리 대용량 각형 셀(25Ah)을 직접 열 폭주시키며 저항과 전압 변화를 관찰ㆍ분석했다.

 

특별히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은 급격한 전압 강하 이후 약 15~40초부터 열 폭주가 시작되는 걸 실험을 통해 확인한 점이다. 즉 열 폭주가 시작되기 직전에 이른바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전기차(Electric Vehicles) 화재가 발생했으며 잠정적으로 열 폭주가 원인이라고 결론내렸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태생적인 한계로 열 폭주에 대해 완전하게 자유로울 순 없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과 기술 개발을 통해 전극과 전해액, 분리막 등의 안전성이 크게 확보되고 더 안전해져 현재 열 폭주가 발생할 확률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공학 분야의 제품 중 100% 완벽한 건 없다.

 

완벽에 가깝게 가기 위해 개선하고 노력할 뿐이다. 마치 오래전 개발과 검증을 통해 발전한 내연기관 엔진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돌아와 전기차에서 열 폭주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의 현상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면 운전자와 동승자들의 대피가 가능해진다. 즉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건 인명피해를 획기적으로 저감 시키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운행 중인 전기차에서 열 폭주 발생 전의 현상을 인지하면 운전자에게 “몇 분 안에 안전한 곳에 차량을 주차하고 대피하라”는 화재 경보를 보내는 식으로 말이다. 

 

따라서 기존 연구들은 열 폭주의 조기진단을 위함이었다면 이 논문은 이런 접근방식에 골든타임을 추가해 차별성을 준다.

 

▲ 열 전대에서 측정한 실시간 전압과 온도 곡선(출처 Xuning Feng a, Mou Fang bet al., Journal of Power Sources 255 (2014) 294–301)

 

리튬이온 배터리 열 폭주의 메커니즘

해당 논문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열 폭주의 메커니즘에 관해 5단계로 분류한다.

 

▲ EV-ARC를 사용한 열 폭주 실험의 단계별 온도 범위(출처 Xuning Feng a, Mou Fang bet al., Journal of Power Sources 255 (2014) 294–301)

 

열 폭주 1단계는 음극에서 리튬이 나가는 과정(~80℃)이다. 음극에서 리튬이 나가는 과정은 온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예를 들어 음극의 표면에 얇은 리튬 막이 생겨도 가역적인 부분들은 온도 상승 시 다시 음극으로 삽입되곤 한다. 즉 이 과정에서는 온도가 상승할 때 음극으로부터 리튬이 나가게 되며 용량이 감소한다. 

 

열 폭주 2단계는 SEI(Solid Electrolyte Interface) 분해와 전해질, 음극에 직접 열이 전달되는 단계 (90~130℃)다. 1단계 이후 지속해 온도가 상승하고 온도 변화율에 따른 민감도가 커지면서 용량이 계속 감소한다.

 

SEI 분해가 일어나며 전해질과 전극에 직접 열이 전달된다. 이 단계부터는 비가역적인 용량 감소가 발생한다.

 

▲ 온도 변화율 비교(출처 Xuning Feng a, Mou Fang bet al., Journal of Power Sources 255 (2014) 294–301)

 

열 폭주 3단계는 분리막이 용해(~150℃)되는 미세 단락의 시작점이다. 고온에 의해 분리막이 녹기 시작하며 전해액이 기체화돼 리튬이온 배터리 셀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물리적 압력에 의해서도 분리막이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3단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열 폭주 전조 단계들이 빠르게 일어난다.

 

열 폭주 4단계에선 전극 활물질이 지속해서 소모되고 분리막이 완전히 붕괴(~220℃)한다. 분리막이 녹아내림에 따라 전극 간 반응이 있으며 전극 활물질이 지속적으로 소모된다. 

 

▲ 온도 변화율의 위상도(출처 Xuning Feng a, Mou Fang bet al., Journal of Power Sources 255 (2014) 294–301)


열 폭주 5단계는 바인더와 전해질, 전극 분해(~770℃) 구간이다. 온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며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눈 깜짝할 사이 온도가 800℃ 이상에 도달한다.

 

▲ 열 폭주 실험 동안 내부 저항의 변화(출처 Xuning Feng a, Mou Fang bet al., Journal of Power Sources 255 (2014) 294–301)


위 그래프를 보면 온도 변화가 가장 높은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열 폭주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내부 저항이 증가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셀 내부 4대 부품 중 분리막은 이온 전도를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열 폭주가 발생할수록 분리막의 세라믹 코팅이 벗겨지고 이온 전도를 위해 체적을 증가시키는 목적인 다공성(Porosity)이 열에 의해 변형되면서 평평해져 이온 전달이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전기적 저항은 점차 증가한다. 그러나 단락이 발생해 분리막이 제구실을 못 하게 되면 저항은 감소한다. 

 

▲ 25Ah NCM 배터리의 제품 크기(출처 Xuning Feng a, Mou Fang bet al., Journal of Power Sources 255 (2014) 294–301)

 

해당 열 폭주 실험은 파우치 셀 2개를 묶어 각형과 같이 만들어 진행했다. 파우치 셀 2개 사이에 열전대 2개를 넣어 측정했으며 일반적인 정상 상태에서는 1℃ 내외 편차를 보인다.

 

하지만 열 폭주 과정에서는 최대 520℃까지의 편차가 발생한다. 또 양극 종류에 따라 열 폭주 안정성에 대해 정리했다. LFP, LMO > NCM > NCA, LCO 순으로 열 폭주의 안정성을 보였다고 한다.

 

열 폭주 전 40초, 생명을 지킬 골든타임

우린 이 논문을 통해 열 폭주가 발생하기 직전 전압 강하(Voltage Drop) 이후 15~40초의 골든타임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 값진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게 40초란 단순한 시간을 넘어 소중한 생명을 지킬 값진 기회다. 학술적인 내용이라 어렵게 느껴지지만 결국 리튬이온 배터리가 말하고 있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골든타임과 같은 의미 있는 현상들을 더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넓게, 더 깊게, 더 새롭게 열 폭주를 바라볼 수 있길 바라며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한 더 나은 예방 대응ㆍ방법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길 소망한다. 

 

 

표기 및 용어 설명

1. ‘배터리(battery)’ 어원: ‘배터리’는 원래 군대 용어로 군대의 대포, 로켓포 등을 일렬로 모아두는 걸 배터리(battery)라고 함. 전지에 전쟁과 관련된 군대 용어 ‘battery’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건 1748년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여러 전지의 연결을 무기가 함께 작동하는 포열(battery of cannon)과 비슷하다는 비유로 도입한 게 시작임.

 

2. 셀(cell): 전지의 기본 단위(한 개의 셀)

 

3. 배터리(battery): 셀을 한 개 또는 여러 개 붙여서 같이 작동하게 할 때 배터리라고 함. 

 

4. 양극(anode)과 음극(cathode): 양극은 산화 전극(oxidation electrode), 음극은 환원 전극(reduction electrode)으로 이해하면 됨.

 

5. SEI(Solid Electrolyte Interface): SEI는 배터리 제조 후 처음으로 충전할 때 전극 표면에 생기는 얇은 막(Thin film)

 

참고 자료

1. Xuning Feng a, Mou Fang bet al., Journal of Power Sources 255 (2014) 294–301

 

2. Q.S. Wang, P. Ping, X. Zhao, et al., J. Power Sources 208 (2012) 210-224

 

3. R. Spotnitz, J. Franklin, J. Power Sources 113 (2003) 81-100.

 

4. T.M. Bandhauer, S. Garimella, T.F. Fuller, J. Electrochem. Soc. 158 (3) (2011) 125.

 

5. D. Lisbona, T. Snee, Process Saf. Environ. Prot. 89 (2011) 434-442.

 

6. J. Wen, Y. Yu, C. Chen, Mater. Express 2 (3) (2012) 197-212.

 

8. L. Lu, X. Han, J. Li, J. Hua, M. Ouyang, J. Power Sources 226 (2013) 272-288.

 

9. The Accelerating Rate Calorimeter (EV-ARC) Operations Manual Version 1, Thermal Hazard Technology, April 2010.

 

10. M.N. Richard, J.R. Dahn, J. Electrochem. Soc. 146 (6) (1999) 2068-2077.

 

11. D.D. Macneil, D. Larcher, J.R. Dahn, J. Electrochem. Soc. 146 (10) (1999) 3596-3602.

 

경기 구리소방서_ 강경석 : youeks@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8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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