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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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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기사입력 2023/10/23 [18:19]

[기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입력 : 2023/10/23 [18:19]

투우견 불독(Bulldog)

불독은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소를 잡기 위해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 낸 동물이다. 영국의 토착견과 마스티프로의 잡종교배로 탄생했다.

 

13세기 영국은 불 베이팅(Bull bating)이 유행했다. 기운이 센 수소를 말뚝에 묶어놓고 개에게 주둥이를 물도록 해 소를 탈진시켜 쓰러뜨리는 잔인한 경기다. 맨 마지막에 소를 쓰러뜨리는 개의 주인에겐 막대한 상금이 돌아간다.

 

소의 주둥이를 잘 물려면 개의 주둥이는 뭉툭해야 한다. 또 내동댕이치고 땅에 짓이기는 공격으로부터 잘 버티려면 다리가 짧아야 한다. 불독은 이에 최적화된 외형을 가지고 있다. 큰 머리와 짧은 다리, 심하게 돌출된 아래턱과 뭉툭하게 생긴 주둥이를 모두 갖췄다.

 

하지만 인간이 지나치게 외모를 바꿔 놓은 탓에 아래턱이 윗입술보다 앞으로 튀어나와 음식을 씹기 힘들고 침도 매우 많이 흘린다. 주름진 외모로 인해 피부염에도 취약하다. 짧은 주둥이와 코는 호흡에 불리해 숨을 쉬는 데도 큰 어려움을 준다. 게다가 골반이 작고 머리가 커 분만 시 새끼가 골반에 껴 질식사하므로 제왕절개로 출산해야만 한다.

 

이렇듯 사람의 욕심으로 태어난 불독은 다양한 질병에 노출됐다. 수명도 다른 견종이 평균 16년을 사는 반면 불독의 수명은 6년 반밖에 되지 않는다.

 

600년간 유럽 역사를 주름잡았던 합스부르크 왕가

합스부르크 왕가는 11세기부터 약 600년간 유럽 왕실 가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이었다. 프랑스의 앙투아네트도 합스부르크의 공주였고 나폴레옹의 두 번째 부인인 마리루이즈도 합스부르크의 공주였다. 이처럼 거의 모든 유럽의 왕가가 합스부르크 왕가와 연결돼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전쟁보다 결혼으로 영토를 확장했고 자신들의 기득권과 혈통을 지키기 위해 근친혼을 했다. 6촌 간의 결혼은 예사였고 4촌 이내 결혼도 빈번했다. 삼촌과 조카가 결혼한 경우도 많았다.

 

사실 왕가의 근친혼은 역사가 매우 깊다. 고대 이집트, 잉카 문명은 근친혼으로 인해 다운증후군 자녀를 낳았고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가는 혈우병에 시달렸다. 통상 다양한 유전자가 섞여야 생존에 위협이 되는 열성유전자가 드러나지 않는데 이렇게 근친혼을 반복하자 유전병과 기형이 대량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거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절반은 10세 이전에 사망했고 생존해도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렸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왕 카를로스 2세는 가문의 상징인 커다란 주걱턱으로 인해 입을 제대로 다물 거나 음식을 잘 씹지 못해 여러 위장장애를 겪었다. 또 작은 키에 기형에 가까운 큰 머리를 지닌 건 물론 가슴과 등뼈가 굽는 구루병, 혈뇨, 정신병까지 앓았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생식 능력이었다. 발기부전에 조루증을 앓아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결국 합스부르크 왕가는 자손이 끊겨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불독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공통점은 근친상간적 교배 증식이었다. 

 

​위대한 정치인 링컨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그는 미국뿐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링컨의 장점은 겸손함과 포용력이었다. 그는 집권 후 내각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우지 않고 경쟁자들로 채웠다. 그를 ‘얼간이’, ‘바보’라고 부르며 독설을 퍼부었던 에드윈 스탠튼을 내각의 국방장관으로 임명했고 경선 과정에서 혈투를 벌인 윌리엄 시워드와 새먼 체이스에겐 각각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을 맡겼다.

 

그들이 해당 분야의 가장 유능한 전문가였을 뿐 아니라 혹시 모를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결과적으로 링컨은 정책 결정 시 이들과의 의견 충돌을 예상하는 건 물론 자신의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사유와 근거를 준비하고 그들을 설득할 논리를 찾아야 했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의 원인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의 근본적인 배경은 이스라엘 정치의 우익화에 기인한다. 올해 집권한 네타냐후 행정부는 극우파로 구성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쓴소리하는 사법부를 무력화시키고자 했다.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국민은 네타냐후 정부를 비난했고 국론은 심각하게 분열됐다. 이 점이 하마스 침공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치는 타협의 기술이다. 정치가 하고 싶어 안달 났던 알키비아데스는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소크라테스를 찾아갔다. 소크라테스는 그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생각의 일치를 도모할 능력이 있는가? 둘째, 불화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셋째, 각 구성원의 재능이 최고로 발휘되도록 도울 능력이 있는가?​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에게 이 세 가지 능력을 갖췄다면 정치에 참여해도 좋다고 했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

잡종은 강하다. 잡종은 척박한 곳에서 생존력이 강하고 환경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한다. 미국이 오늘날 최강대국이 된 이유도 그들이 잡종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양한 생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모여 만든 나라다. 미국인들은 다양한 사람들 간의 의견 대립을 조화롭게 일치시켜 나갔다. 흑인 대통령 당선은 이 같은 시도를 활짝 꽃피운 사건이다.

 

불독이 강했던 이유도 영국의 토착견과 마스티프로의 잡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근친상간적 교배 증식으로 그 장점은 모두 사라지고 단점만 남게 됐다. 유럽을 약 600년간 주름잡았던 합스부르크의 영광도 근친상간적 교배 증식으로 사멸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도 정치권 내 근친상간적 교배 증식이 원인이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조직을 같은 편ㆍ생각ㆍ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구성할 경우 그 조직은 반드시 망한다. 징후는 획일적인 인사 정책이다. 리더의 생각과 의견에 맞지 않는 사람은 중용되기 힘들고 리더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퇴출당하기 쉽다. 조직을 성장시키는 인사 정책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중용하는 거다.

 

다양성은 생물의 생존에만 필요한 요소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도 필요한 요소다. 자기편 사람끼리만 어울려 서로의 생각만 강화하고 다른 의견을 묵살하기 시작하면 조직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열이면 열 모두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 서울과학기술대 공학박사(안전공학)

* 리스크랩(김훈위험관리연구소) 연구소장

* 현대해상 위험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

* 한국소방정책학회 감사

* 한국화재감식학회 정보이사

* 소방청 화재감식 자문위원

*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평가위원

* 국립재난안전연구원(NDMRI) 평가위원

*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평가위원

*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평가위원

* Crane & construction Equipment 칼럼리스트

* 소방방재신문 119 Plus Magazine 칼럼리스트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칼럼리스트

* 기술사(국제기술사, 기계안전기술사, 인간공학기술사)

* 미(美)공인 위험관리전문가(ARM), 미(美)공인 화재폭발조사관(CFEI)

* 안전보건전문가(OHSAS, ISO45001),* 재난관리전문가(ISO22301,기업재난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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