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대응 방식부터 훈련까지 싹 바꾼다… 문경 순직 조사 결과 발표민ㆍ관 합동조사 마친 소방청, 사고 분석 결과 반영한 중ㆍ장기 대책 추진키로
소방청(청장 남화영)은 13일 열린 브리핑에서 약 한 달간 진행한 사고 합동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 조사 결과와 함께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사고조사를 통해 조사위는 사고 당시인 1월 31일 119상황실로 신고가 접수된 오후 7시 47분보다 12분 전인 35분께 3층 전기튀김기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봤다. 이후 상부 식용유(982ℓ) 저장 탱크로 옮겨붙은 뒤 반자를 뚫고 천장 속과 실내 전체로 빠르게 확산했다고 판단했다.
튀김기의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 등으로 식용유가 발화점 이상(383℃)으로 가열됐다고 추정했다.
신고 지연이유로는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수신기의 경종을 강제 정지시켜 화재 발생 당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화재 당시 공장 관계자는 불이 3층 전체로 확산된 후에야 이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화재 당시 건물 내부에는 공장 관계자 5명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구조대상자의 대피 여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명검색과 화점을 확인하고자 건물 양방향으로 진입했다.
특히 조사위는 당시 3층으로 진입했던 구조대원 4명이 인명검색을 위해 개방한 출입문으로 공기가 유입됐고 체류해 있던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했다.
폭발로 4명의 대원 중 2명은 창문을 깨고 탈출했으나 순식간에 밀려 나온 강한 열과 농연, 붕괴된 천장 반자 등의 장애물로 구조대원 2명이 고립됐다. 탈출한 2명의 대원은 동료 대원을 구하기 위해 다시 들어가려고 했으나 화염과 열기로 진입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공장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연소가 급격히 확대됐고 신속한 화재진압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확산의 주 가연물로 추정되는 식용유에 대한 정보 전달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는 등 현장 활동 사항 공유도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은 이번 분석결과를 토대로 단기과제와 중장기과제를 나눠 재발방지 대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대응기술 고도화와 실행력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역동적이고 가변적인 현장 상황을 반영해 재난현장표준절차(SOP)를 대원 안전 중심으로 전면 개정한다. 또 소방대원이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안전관리 대원칙’을 명확히 규정해 이행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장대응과 안전관리 필수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한다. 대상물의 구조와 위험요소, 소방시설 유지관리 등의 정보가 현장으로 쉽고 빠르게 전달되도록 모바일 전파 등 예방정보시스템과 현장 소음, 장비 착용 시 무전통신이 용이하도록 송ㆍ수신 기능을 개선할 방침이다.
또 건축구조와 시설물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강구한다. 주요 대상물 관리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해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하는 한편 화재 위험성이 큰 식용유 취급 기계ㆍ설비에 대해선 제조단계부터 안전기준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국가기술표준원과 협의할 예정이다.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의 내화시간과 방화구획 등 안전기준은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통해 개선점을 찾을 계획이다.
특히 소방공무원의 교육훈련 체계에도 전반적인 개선을 추진한다. 신임 교육부터 단계별 직무역량 교육의 평가와 인증을 필수화해 소방서장과 지휘팀장 등은 역량을 갖춰야만 보직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바꾼다.
아울러 화재진압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인프라 강화 방안으로 실화재 훈련시설 확충 개소를 기존 8개소에서 9개소로 확대하고 기존 시설 6개소에 대한 보강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속하고 유기적인 현장활동과 대원구조를 위해선 화재진압대원과 구조대원 간 전술적으로 연계하는 등 상호 역량을 강화한다. 실종과 고립 등 대원 안전사고 발생 즉시 신속동료구조팀(RIT)이 운영될 수 있도록 별도의 RIT를 동시에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력ㆍ예산 확충과 효율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소방수요를 고려한 효율적 인력 재배치를 원칙으로 하되 부족 인력에 대해선 구체적 충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소방안전교부세의 안정적 지원 등을 통해 최고 성능의 장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김조일 차장은 “합동 조사를 통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던 문제점을 낱낱히 파헤치고 대책을 꼼꼼하게 챙겨봤다”며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던 문제점을 세세히 살펴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개선하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도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청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30일 간 배덕곤 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외부전문가와 현장대원, 소방노조 등 25명이 참여하는 조사위를 구성, 운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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