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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구급대원,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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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소방서 범어119안전센터 소방교 노우철 | 기사입력 2025/05/20 [14:30]

[119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구급대원,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때

양산소방서 범어119안전센터 소방교 노우철 | 입력 : 2025/05/20 [14:30]

 

▲ 양산소방서 범어119안전센터 소방교 노우철

구급차의 사이렌이 울리고 구급대원이 환자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그 속에는 단순한 직무 수행 이상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렇게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출동한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낯설고 충격적이다.

 

구급대원 사이에서 유행하는 ‘살리러 갔다가 맞고 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단지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구급대원 폭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몇 건의 사건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응급의료체계 전체를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자 더는 방관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7~2023년 발생한 구급대원 폭행 사건은 총 1064건이다. 이 중 약 70%는 주취 상태의 가해자에 의해 발생했으며 나머지는 정신질환, 보호자의 감정 격화, 기타 폭력적 성향에 의해 촉발됐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단순한 욕설을 넘어서 멱살을 잡고, 손찌검하고, 심지어 목을 조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폭행을 당한 일부 대원은 정신적 문제를 겪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폭행이 소위 ‘직무 리스크’로 묵인되는 사회적 분위기다. ‘응급상황이니 이해하자’, ‘술에 취했으니 봐줘야지’라는 인식은 공권력에 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다음 생명을 위협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행ㆍ협박을 엄격히 금지하고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제30조 역시 유사한 보호 조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선처, 기소유예, 사회봉사 명령으로 끝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며 “환자의 상태가 불안정했다”는 이유로 정상 참작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는 구조 속에서 피해자인 구급대원은 ‘합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입장에 놓인다.

 

이처럼 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경우 ‘폭행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을 낳고, 이는 곧 사회적 경각심을 무디게 하며, 결국 보호받아야 할 공무원을 더욱 위험에 빠뜨린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폭행을 당한 구급대원이 스스로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 후 합의로 종결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음 날 또 그 사람에게 출동할 수도 있으니까”, “민원이 들어올까 봐”, “괜히 문제 삼았다가 내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등 현실적인 우려로 인해 아직까지도 침묵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법 개정과 엄정한 처벌이다.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제외하고 벌금형 위주의 판결에서 실형 선고로 강화해야 한다. 또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증거 확보와 대처 역량 강화다. 폭력 발생 시 바디캠(착용형 카메라)을 활용해 명확한 증거를 확보토록 하고 구급대원이 폭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특별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법은 강력해져야 하고 사회는 더 성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돼야 한다. 더이상 “응급상황이었으니 이해하자”는 말로 폭력을 덮어서는 안된다.

 

구급대원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우리 이웃의 아들일 수 있고 친구의 딸일 수도 있다. 그들도 집에 돌아가면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만 공공의 생명을 지키는 최일선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란 점이 일반인과 다를 뿐이다.

 

구급대원의 안전은 곧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괜찮습니다. 익숙하니까요”라는 구급대원의 푸념 섞인 말이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양산소방서 범어119안전센터 소방교 노우철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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