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파트의 평균 연령이 20년을 넘어서면서 노후 주거시설의 화재안전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대형 아파트 화재 사고들을 살펴보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노후화된 전기시설, 낡은 가스배관, 부족한 피난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약 40%가 준공된 지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주택이며 이 중 상당수가 현재의 화재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상태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이러한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가 전체 아파트 거주자의 절반에 달한다는 점이다. 화재안전대책 마련이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노후 아파트의 화재 위험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첫 번째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기시설의 노후화다. 20년 이상 된 아파트의 경우 전선 피복재의 노화, 배전반의 성능 저하, 누전차단기의 오작동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증설된 전기용량에 비해 기존 배선이 감당할 수 없는 전력 부하가 걸리면서 과열과 합선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 화재의 약 30%가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이 중 70% 이상이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에서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많은 주민이 전기시설 점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관리사무소 차원에서도 체계적인 전기안전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노후 아파트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인 현재 기준에 미달하는 피난시설이다. 과거 건축법 기준으로 지어진 아파트들은 비상계단의 폭이 좁고, 피난층 개념이 부족하며, 장애인이나 거동불편자를 위한 피난시설이 전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 심각한 건 기존 피난시설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비상계단에 적치물이 쌓여 있거나 비상구가 잠겨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생명길을 막는 치명적인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노후 아파트의 화재 예방을 위한 종합적 안전대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전기화재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전기시설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관리사무소 주도로 연 2회 이상 전문업체를 통한 전기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노후 전선 교체, 배전반 정비, 누전차단기 성능 확인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각 세대별 전기안전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멀티탭 과다 사용 금지나 전기기기 사용 후 플러그 뽑기, 전선 손상 시 즉시 교체하기 등 기본적인 전기안전 수칙을 주민들이 생활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기존 피난시설의 개선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현재 피난시설의 철저한 관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상계단과 비상구의 적치물 제거, 비상등 점검, 피난 안내표지 정비 등은 즉시 실행 가능한 대책들이다.
조기 화재감지를 위한 시설 확충도 중요하다. 기존 화재감지기의 성능 점검과 함께 각 세대별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를 확대하고 초기 진압을 위한 소화기 설치도 강화해야 한다. 층별ㆍ구역별로 적절한 소화기를 배치하고 정기적인 점검과 교체를 통해 실제 화재 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져야 할 요소는 화재대피 훈련의 정례화다.
정기적인 화재대피 훈련은 실제 화재 상황에서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연 2회 이상 전체 주민 참여형 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특히 어린이와 고령자, 거동불편자를 위한 특별 훈련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 훈련 시에는 단순한 대피경로 확인을 넘어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기반 훈련이 시행돼야 한다. 연기로 인한 시야 차단, 정전, 주 출입구 봉쇄 등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통해 실전 대응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노후 아파트의 화재안전 문제 해소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시설의 노후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대형 참사가 발생한 후에는 이미 늦다. 지금이라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화재안전이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작은 관심과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든다. 오늘부터라도 우리 집, 우리 아파트의 화재안전 상태를 점검해 보자. 화재 없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 모든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어 나가자.
마포소방서 예방팀장 소방경 김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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