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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배터리 화재, 불안감 노리는 ‘미인증 배터리 소화기’ 판매 여전

KFI 인증 소화기 전무한데 전기차, 배터리 전용 등 허위광고 ‘활개’
불법 유통 단속에도 지자체 등 수의계약 구매하고 자랑ㆍ홍보까지…
전문가들 “배터리 소화기 개발되더라도 전기차 진압 고려해선 안 돼”
소방청 “불법 유통 근절 위해 온라인 인증정보 표시 의무화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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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5/07/25 [11:22]

늘어나는 배터리 화재, 불안감 노리는 ‘미인증 배터리 소화기’ 판매 여전

KFI 인증 소화기 전무한데 전기차, 배터리 전용 등 허위광고 ‘활개’
불법 유통 단속에도 지자체 등 수의계약 구매하고 자랑ㆍ홍보까지…
전문가들 “배터리 소화기 개발되더라도 전기차 진압 고려해선 안 돼”
소방청 “불법 유통 근절 위해 온라인 인증정보 표시 의무화 검토”

최누리 기자 | 입력 : 2025/07/25 [11:22]

▲ 인터넷 포털 네이버 쇼핑에서 전기차 소화기’나 ‘배터리 소화기’를 검색하면 다양한 리튬 관련 소화기를 찾아볼 수 있다.   © 네이버 쇼핑 캡처

 

[FPN 최누리 기자] = 전기차와 배터리 화재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소화기가 ‘배터리 전용’이나 ‘전기차용’으로 둔갑하는 허위ㆍ과장 광고가 도를 넘고 있다. 현재 배터리 소화기 관련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는 실정이지만 사회적 불안감에 편승한 미인증 소화기가 그 틈을 파고들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커지는 배터리 공포… 한번 불붙으면 끄기 힘든 ‘열폭주’

정부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68만4244대에 이른다.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 지난 21일 기준 41만7437기가 설치됐다. 2022년부턴 아파트 등의 경우 건축 허가 시기에 따라 주차대수의 2~5% 이상 충전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되면서 전기차는 이제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관련 화재 역시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에서 2021년 24, 2022년 43, 2023년 72, 2024년 73건으로 해마다 느는 추세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위험은 비단 전기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발전으로 전력 장치가 실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노트북과 태블릿, 전기자전거 등 각종 이동수단에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

 

문제는 배터리의 안전성은 높아졌지만 화재 위험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겉으로는 불이 꺼진 것처럼 보여도 내부 온도가 1천℃ 이상 치솟아 다시 폭발하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면 진압 자체가 어렵다. 

 

차량용 분말 소화기도 전기차 진압용?… 도 넘는 과대광고 

전기차 등 배터리 관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자 인터넷 등에선 미인증 소화기가 배터리 화재진압에 효과가 있다는 정보가 여전히 퍼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포털 네이버 쇼핑에선 ‘전기차 소화기’나 ‘배터리 소화기’를 검색하면 다양한 리튬 관련 소화기를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배터리 화재와 아무런 관계없는 0.7㎏ 분말 차량용 소화기를 ‘차량용 소화기 0.7㎏ 검정 전기차 전용 소화기’로 소개하는 판매사까지 등장했다. 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는 소비자로선 정부가 검증한 ‘전기차 전용 소화기’로 오인하고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 단속에도 미인증 소화기 구매하는 공공기관, 관리 시스템 ‘구멍’ 

미인증 배터리 소화기가 무분별하게 시중에 유통되자 소방청은 ‘소화기의 소형리튬이온전지화재 소화성능의 KFI인증기준(이하 배터리 소화기 기준)’을 지난해 12월 18일 제정ㆍ시행했다. 또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지난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미인증 배터리 소화기에 대한 유통 단속을 벌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단속 기간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서 미인증 배터리 소화기를 구매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양도시관리공사는 ‘전기차 화재용 소화기 구매’, 진안군은 ‘전기차충전소 전용 소화기 구입’, 이천시시설관리공단은 ‘전기차 충전시설 전용 소화기 구매’, 증산고등학교는 ‘전기차 화재전용 소화기, 소화기보관함 구입’이란 공고를 나라장터에 게재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최대 수천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정부 차원의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미인증 소화기 설치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달 23일 관내 공영주차장 29곳에 ‘전기차 전용 소화기’ 80대를 설치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구민 안전을 위해 진행했다는 사업이 사실상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비치한 결과가 된 셈이다. 

 

전용 소화기 개발되더라도 전기차는 ‘역부족’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마련한 ‘배터리 소화기 기준’이다. 인증 소화기가 시중에 등장해도 전기차 화재에 적용성을 갖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배터리 소화기 기준’에 따르면 이 기준은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소화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쉽게 말해 생활에서 사용되는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의 적응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다. 실제 이 기준에선 배터리의 총용량을 600~1천Wh로 제한하고 있다. 1천Wh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만mAh, 5v 보조배터리가 약 10개 정도가 모인 용량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대부분 6만Wh가 넘는다. 배터리 소화기의 적응성 기준과 비교하면 최소 60배가 넘는 용량이란 얘기다. 소화기로 불을 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이다. 게다가 전기차와 배터리를 사용하는 다양한 전자제품 등은 배터리 케이스 때문에 외부에서 소화약제를 분사해도 내부 발화 지점에 도달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일명 전용 소화기로 불리는 소형 소화장비 등으로 전기차 불을 끄려는 발상 자체를 해서도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배터리ㆍ특수재난대응 전문가로 알려진 김흥환 경기소방재난본부 소방위는 “배터리팩은 열폭주 시 발생하는 가연ㆍ유독성 화학물질 누출을 막기 위해 고열에도 녹지 않는 견고한 구조로 설계됐다”며 “이 때문에 어떤 소화약제를 뿌려도 내부 발화 지점까지 닿는 건 어렵다. 미국 등에서 적용한 ‘고압물분무설비’와 같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열폭주 화재 전문가로 알려진 강경석 하남소방서 화재조사관은 “리튬이온 배터리 구조ㆍ소재 특성과 소화약제의 물성 때문에 현재 유통되는 소화기로는 배터리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면서 “배터리 소화기 기준을 통해 그 성능을 확인해도 사용이 제한적인데 이런 상황에서 인증조차 받지 않은 소화기는 피난 지연 등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소방청 “온라인 플랫폼, 인증 표시 의무화 검토”

지속적인 미인증 배터리 소화기 유통에 대해 소방청은 ‘불법’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를 근절하고자 ‘소방용품 인증정보 표시’ 의무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라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소화기를 판매 또는 그 목적으로 진열하거나 소방공사에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소화 성능이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과대 광고하면 표시 광고나 전자상거래 관련법에 따라 각각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현재 소방청은 한국소비자원과 인터넷 쇼핑몰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미인증 배터리 소화기가 온라인으로 유통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다. 소방 관련 위법 사항은 시도 소방관서에서 관련법에 따라 조치하고 허위ㆍ과장 광고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하고 있다.

 

또 행정안전부, 한국소비자원,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등 관계기관과 계도ㆍ홍보를 진행하고 조달청에는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미인증 배터리 소화기가 판매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소방청은 시장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에 소방용품을 등록할 때 판매자가 ‘소방용품 인증정보’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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