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5일 11시께 경기 화성시 향납읍에 위치한 자원순환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폐유를 저장한 탱크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소방대응 2단계가 발령됐으며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103명의 인원과 47대의 장비, 5대의 소방헬기까지 투입됐다. 이 화재로 오후 1시 30분께 서해안 고속도로 양방향 교통이 전면 통제됐고 인근에 있는 다른 공장까지 포함해 건물 6개 동이 전소됐다. 상당히 큰 규모의 화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확인되지 않는 듯 보였으나 결국 공장 내부에서 불에 탄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자원순환시설은 환경정책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하거나 재사용이 가능하게 만드는 시설이다. 환경보호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으로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발생된 폐기물을 순환 이용하는 등 자원의 순환과정을 환경친화적으로 이용ㆍ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각종 장비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집합건물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활용품의 특성상 일상적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재활용물품 중에는 휴대폰 배터리, 부탄가스, 라이터 등과 같은 폭발성 가연물이 존재하는 한 자원순환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시설 관계자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소화하거나 관할 소방서에 신고해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담당 직원들은 자원순환시설 본연의 업무보다 화재에 대한 우려로 피로도가 쌓이고 관할 소방서도 잦은 화재 출동에 대한 소방력 소모가 많아 자원순환시설이 관할지역에 설치될 경우 중점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자원순환시설 화재를 살펴보면(표1 참조) 자원순환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원순환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진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19일 오후 5시 평택시 청북면에 있는 자원순환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만 보더라도 35대의 장비와 100여 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됐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화재 발생 9시간 만인 새벽 2시경에야 완진될 수 있었다.
자원순환시설에 설치하는 소방시설은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소방시설법’에 의해 모두 설계되고 현장 시공된다. 일반적인 경우 수동식 소화설비인 소화기와 옥내소화전이 있고 자동식 소화설비로서 스프링클러설비가 있다. 전기실ㆍ발전기실은 할로겐화합물 소화설비가 설치되고 경보설비는 자동화재탐지설비와 비상방송설비가 설계된다. 그러나 자원순화시설은 법정 소방시설을 완비해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며 진압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건축물의 특성상 층고가 12m를 넘어 열감지기는 화재감지가 늦고, 연기감지기는 폐기물로부터 나오는 먼지와 분진 때문에 적응성이 떨어지고 비화재보가 발생해 유지관리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재활용 차량이 지하시설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개구부가 상시 개방돼 겨울철 동파방지를 위해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설비를 적용함에 따라 감지가 지연되고 스프링클러헤드가 작동된다 해도 이미 화재는 본격적으로 진행돼 자체 소화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자원순환시설에 반입되는 폐기물은 일반화재뿐 아니라 열가소성수지 플라스틱이 녹아 흐르는 화재까지 매우 다양하며 가연물이 겹겹이 쌓여 화재하중이 매우 높다. 잘 알려진 화재가혹도는 화재의 강도와 시간의 곱으로 이뤄져 있다.
화재 가혹도(Fire Severity) = 최고온도 × 지속시간
여기서 최고온도는 화재의 열 축적률이 크다는 것을 표시하는 화재강도(Fire Intensity)의 개념이고, 지속시간은 연소되는 가연물의 양을 표시한 화재하중의 개념(Fire Load)이라 할 수 있다. 즉 방출열량이 높고 적재량이 많은 생활폐기물은 화재가혹도가 높아 현재 소방시설로는 화재의 진압ㆍ제어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폐기물 처리장에 설치된 화재감지시스템은 적외선을 사용하는 조기 화재감지기를 설치하고 이를 소방 모니터와 결합해 정밀하게 조기에 화재를 감지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화재 위험이 높은 폐기물ㆍ종이를 처리하는 분야에 적외선 감지기를 사용한 조기화재감지시스템은 방출열량이 높은 다량의 적재물을 불꽃화재 이전에 조기 감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훈소화재와 같이 초기 방출열량이 높지 않고 불꽃이 없는 화재는 감지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아래 그림과 같이 화재초기 소규모 화재에서 일반적인 열감지기나 연기감지기보다 빠른 시간에 화재를 감지할 수 있다.
화재를 감지하면 발화점 주위 다목적 노즐이 장착돼 있어 화점에 집중 분사하는데 소화 활동 중에 모니터는 최대 50m까지 소화수가 도달하고 방수량은 분당 최대 2000ℓ다. 방수량ㆍ소방 모니터는 개별 제어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화재신호를 수신해 몇 초 이내에 소화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모니터 시스템의 회전범위는 수평 360˚, 수직 90˚로 천장에 설치하면 실내 전 범위를 방호할 수 있다.
적외선 카메라가 화재 발생 지점을 감지하면 사전에 입력된 소화시나리오에 따라 자동으로 진행된다. 또한 리모콘을 사용할 경우 관계인이나 소방대가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다. 즉 적외선 카메라가 자동으로 회전하며 화점을 감지하면 소방 모니터 시스템에 입력해 노즐의 방향을 자동으로 지정해 준다.
특정소방대상물 화재의 특성에 따라 적외선 카메라와 소방 모니터 수량을 조합해 작동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이 하나의 구역에서 적외선 카메라가 화재를 감지하면 그 구역 내 소방 모니터를 동시에 작동시켜 집중 소화를 할 수 있도록 지정한다. 즉 방수범위를 지정하면 주변 다수의 모니터 노즐을 개방함으로써 소화효과를 증대할 수 있다.
중국에서 사용되는 자동추적ㆍ위치지정 제트소화장치 시스템은 적외선, 디지털 이미지 기술 또는 기타 화재 감지 구성요소를 사용해 화재ㆍ온도 등을 감지해 초기 화재를 자동으로 추적하고 위치를 지정해 자동제어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실내ㆍ실외 소화시스템이다.
자동추적ㆍ위치지정 제트소화장치는 자동감지구성요소와 자동제어부분을 갖춘 소화장치ㆍ소화수 공급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중앙 제어 소프트웨어, 소방 물대포, 제어장비, 전기 밸브, 물 흐름표시기, 파이프라인, 소방 펌프장치, 터미널 수질 테스트 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화재가 발생하면 발화점을 자동으로 찾아 노즐에서 소화수를 방사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최대 방사거리는 40m고 원주형으로 분사할 수 있으며 수평 방향으로 330° 회전할 수 있으며 수직방향으로 90°~30°까지 회전이 가능하다. 화재제어 통신방식은 RS 485를 적용해 모니터링과 스캐닝을 실시한다.
국내 소방시설의 경우 자원순환시설을 비롯한 폐기물소각장, 골프장 전기차 충전소ㆍ주차장 등에 특화된 소화설비가 없다. 현재는 이러한 특수 시설에 대한 소방시설의 연구개발을 통해 자진설비로 설치가 진행되고 있다.
소방의 신뢰를 회복하고 화재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특수한 용도의 건축물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확실한 화재진압을 할 수 있는 설비를 개발하고 엄격한 인증절차를 거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소방안전원 대전충남지부 김태훈 안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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