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기고] 기후위기 시대, 소방의 대응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올해 두 차례 대민지원을 다녀왔다. 7월 산청군 집중호우 피해 현장에서, 9월 강릉 지역 가뭄 현장에서 소방력 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폭우와 가뭄이라는 상반된 재난이 한반도 곳곳에서 발생하는 모습을 보며 기후위기가 더 이상 특정 계절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재난은 이제 서로 연결되고 있다. 하나의 재난이 또 다른 재난을 불러오는 복합 위기 구조 속에서 우리 소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7월 산청군엔 시간당 수십㎜의 폭우가 쏟아지며 하천 범람, 토사 유출, 산사태 위험이 동시에 발생했다. 현장에 도착해 고립지역 주민 대피 지원, 토사 제거, 배수 작업, 위험지점 예찰 등 다양한 임무를 병행했다.
특히 산사태 우려가 높은 구간이 많았다. 작년 이 지역에서 발생했던 산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산불은 많은 산림을 훼손했다. 올여름 폭우로 그 지역의 지반이 약해진 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산림청에 따르면 대형 산불 피해지의 산사태 위험은 일반 지역보다 몇 배나 높다. 산불로 소실된 낙엽층과 뿌리층은 빗물을 머금지 못해 토사가 그대로 흘러내리고 그 결과 폭우는 더 큰 피해로 이어진다. 산불이 진화돼도 끝난 게 아니라 다음해 집중호우라는 새로운 재난의 시작점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재난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는 강릉 가뭄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9월 강원 동해안은 예년 대비 강수량이 크게 부족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까지 비상 상황이 이어졌다.
소방차량을 이용해 급수 지원을 실시하고 물 부족 지역을 순회하며 주민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런데 이 가뭄은 단순히 물 부족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건조한 날씨는 곧 산불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건조 특보가 장기간 유지되면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 이는 다시 산림 훼손과 국지성 집중호우 피해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폭우와 가뭄은 서로 반대되지만 기후위기 속에서는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드는 복합 재난의 연결고리가 된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예측 불가능성’과 ‘재난의 연결성’이다. 과거에는 계절에 따라 어느 정도 재난의 유형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폭우ㆍ가뭄ㆍ폭염ㆍ산불이 계절의 경계를 넘나들며 연중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올해 내가 경험한 산청과 강릉의 현장은 이러한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단일 재난에 대비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재난 간 상호작용을 고려한 복합재난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산불ㆍ폭우ㆍ가뭄을 따로 보는 게 아니라 연결된 재난으로 인식하는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산불 후 산사태 예측, 가뭄 이후 산불 위험 관리 등 재난 간 연쇄효과를 감안한 대응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이는 사후 대응뿐 아니라 예방에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지역 맞춤형 기후위기 대응에서 소방의 역할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기후재난은 지역 특성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지역별 위험요인을 소방이 직접 파악하고 대응 체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산청과 같이 산지 비율이 높은 지역은 집중호우 시 산사태와 고립 구간 발생 위험이 높은 반면 강릉과 같은 동해안 지역은 가뭄이 장기화되면 생활ㆍ농업용수 지원은 물론 건조 상태에 따른 산불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지역별 기후위기 특성과 재난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셋째, 소방의 임무 영역에 걸맞은 장비ㆍ인력ㆍ교육 투자가 필요하다. 기후재난 대응은 단순 화재진압을 넘어 배수, 급수, 구조, 예찰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 특히 폭우 현장의 배수 장비, 가뭄 대응을 위한 급수 차량, 산불 대비 고성능 장비 등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대응체계 확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과의 협력 강화가 필수다. 재난의 초기 대응은 주민의 행동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평상시 교육과 안내가 중요하다. 주민 스스로 기후재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소방과 지자체가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산청의 집중호우와 강릉의 가뭄 현장은 기후위기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체감하는 경험이었다. 서로 다른 지역, 다른 양상의 재난이었지만 그 근본 원인은 기후위기라는 한 지점에서 만난다.
이러한 재난의 연결고리 속에서 우리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현실이다. 소방은 그 최전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해서부소방서 주촌119안전센터 소방교 이은비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해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사 김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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