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주방은 늘 분주하다. 불과 기름을 동시에 사용하는 환경에서 조리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그만큼 화재 위험 또한 상시 존재한다. 소방청이 발표한 최근 통계 역시 음식물 조리 중 발생한 화재가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화재는 짧은 순간의 부주의로 시작되지만 인명피해는 물론 영업 중단과 재산 손실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방 화재의 가장 큰 특징은 초기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고온의 식용유에 불이 붙을 경우 물이나 일반 소화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화세를 키울 수 있어 화재를 초기에 제어하지 못하면 피해는 순식간에 확대된다.
이러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법에서는 주방 환경에 맞는 소화설비 기준을 마련해 두고 있다. 대규모점포에 입점한 일반음식점과 집단급식소에는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 설치가 의무화돼 있으며, 식용유 화재가 우려되는 주방에는 K급 소화기 비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는 규제를 위한 조항이 아니라 반복된 화재 사례를 통해 확인된 최소한의 안전 장치다.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는 조리설비 상부에 설치돼 화염이나 일정 온도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설비다. 소화약제가 기름 표면과 조리기기를 덮어 산소 공급을 차단하고 불길이 배기덕트나 천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구조로 돼있다. 영업 중처럼 사람이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재를 초기 단계에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다.
K급 소화기는 고온의 식용유 화재에 특화된 소화기로 분사 시 기름 표면에 막을 형성해 불길을 억제하고 재발화를 방지한다. 일반 소화기와 달리 기름이 튀지 않아 화재 확산 위험이 적고 주방 종사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두 설비 모두 ‘초기 진압’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갖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주방자동소화장치와 K급 소화기가 제대로 갖춰진 업소에서는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조리설비 주변에서 상황이 비교적 빠르게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러한 준비가 미흡했던 곳에서는 불길이 건물 전체로 확산돼 큰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처럼 사전 준비의 유무가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는 점은 현장에서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을 ‘의무’ 이전에 ‘준비’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방 안전을 위한 작은 준비인 두 장비의 구비는 종사자와 고객, 그리고 영업장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실천이 이어질 때 주방 화재로 인한 피해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송도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위 박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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