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수많은 차량 화재를 마주해 왔다. 화재 직후 연기가 피어오르던 차량, 주행 중 갑자기 불길이 치솟은 엔진룸, 도로 한복판에서 순식간에 불에 휩싸인 자동차까지. 이러한 상황들의 공통점은 화재가 발생한 순간부터 소방차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차량에는 각종 전기장치와 윤활유, 연료탱크 등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많아 불길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된다. 그래서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화재가 순식간에 차량 전체로 번지고 탑승자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된다. 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조금만 더 빨리 불을 끌 수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들 때다.
이러한 현장의 경험이 제도로 이어져 2024년 12월 1일부터 모든 차량에 대해 차량용 소화기 비치가 의무화됐다. 이는 단순한 행정 규제가 아니라 수많은 사고 현장에서 얻은 교훈이 반영된 결과다. 차량용 소화기는 전문 장비가 아니지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초기 화재를 진압하는 데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다. 실제로 작은 소화기 하나로 엔진룸 화재를 초기에 진압해 대형 사고를 막은 사례도 현장에서 여러 차례 경험했다.
중요한 것은 ‘준비’다. 차량용 소화기는 자동차 겸용 표시와 KC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선택하고 트렁크 깊숙한 곳이 아닌 위급한 상황에서도 바로 꺼낼 수 있는 위치에 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압력 상태와 사용기한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작은 관심도 필요하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대비 여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차량 화재 역시 마찬가지로 소방관이 도착하기 전 초기 1~2분의 대응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간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시간을 지켜주는 존재가 바로 차량용 소화기다.
인천중부소방서 소방정대 소방장 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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