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가운데 세 번째 절기인 경칩은 매년 3월 5일 전후에 든다. ‘놀랄 경(驚)’, ‘숨을 칩(蟄)’. 겨울잠을 자던 생명이 깨어난다는 뜻이다. 더불어 얼어붙은 대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다. 그러나 현장의 언어로 보면 의미는 다르다. 깨어난다는 것은 곧 단단함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단단함이 사라지는 시기, 해빙기
경칩 무렵은 본격적인 해빙기와 겹친다. 낮에는 녹고 밤에는 다시 어는 동결과 융해가 반복되면서 토양의 결속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겉은 정상처럼 보이지만 내부 구조는 이미 느슨해진 상태다.
해빙기 사고의 원인은 구조적이다. 지반 이완은 침하와 균열로 이어지고, 절개지와 흙막이는 토압 변화에 취약해진다. 배수 불량이 겹친 옹벽과 축대는 전도 위험이 커지며, 지하 공간 주변은 함몰 가능성이 증가한다. 유형은 다양하지만 본질은 같다. 겨울 동안 축적된 균열이 기온 상승과 함께 표면화되는 것이다.
경칩 이후, 위험의 성격이 바뀐다
겨울철 화재는 실내 밀폐 공간과 난방기구 사용에 집중된다. 그러나 경칩 이후에는 위험 양상이 변한다. 건조한 환경과 강풍이 겹치며 산불 위험이 커지고 약화된 지반은 현장 활동의 변수로 작용한다.
중량이 큰 소방차량의 접근과 인력 집중 투입은 이완된 지반에서 추가 하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계절이 바뀌면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만 달라질 뿐이다.
“경칩에 흙이 녹는다”는 말의 의미
흙이 녹는다는 것은 단순한 계절 변화가 아니다. 지반의 지지력이 감소한다는 뜻이고, 구조물의 안정성이 시험대에 오른다는 의미다.
해빙기 안전의 핵심은 특별한 대책이 아니라 기본 점검이다. 절개지와 공사장의 균열 여부, 옹벽 배수 상태, 지반 침하 흔적, 노후 건축물 외벽과 난간의 고정 상태. 작은 균열을 방치하면 큰 붕괴로 이어진다.
깨어나야 할 것은 경각심이다
경칩은 계절의 전환점이다. 동시에 위험 구조가 변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자연은 부드러워진다. 그러나 안전은 더 단단해져야 한다. 먼저 깨어 있어야 할 것은 우리의 경각심이다.
계양소방서 작전119안전센터 소방위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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