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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사망 판정을 받은 환자가 다시 살아났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119구급대원에게도 어쩌면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종종 우린 이런 내용을 기사로 접하곤 한다.
심폐소생술이 중단되고 의학적으로 사망이 선고된 후 별다른 추가 처치 없이 심장 박동과 혈압이 다시 돌아오는 극히 드문 현상을 ‘라자루스 증후군(Lazarus Syndrome)’이라고 한다.
이는 성경 속 예수에 의해 소생한 나사로(Lazarus)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1982년 이후 의학 문헌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라자루스 증후군’ 추정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단국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김형일 교수를 통해 2022년 대한의학회 영문학술지에 발표됐다.
사례로 보는 라자루스 현상
외상성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40대 환자가 있었다. 약 30분간 심폐소생술을 했는데도 자발순환은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사망이 선언됐다. 그러나 사망 선언 약 6분 후. 심전도 모니터에서 갑작스럽게 심실빈맥이 관찰됐다.
이 논문 결론에 따르면 해당 환자는 결국 사망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라자루스 증후군’ 개념에 완벽하게 부합하진 않는다. 따라서 이를 정의하기 위한 새로운 유형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그런 결론보다 이 사례를 통한 우리의 역할을 되짚어봐야 한다.
‘사망 이후에도 심장 전기활동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이런 현상이 과연 단순한 기적인지, 우리가 반드시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의학적 현상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고 반응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나 라자루스 증후군은 아직 명확한 단일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과 같이 설명 가능한 가설이 제시된다.
1. 흉강 내 압력 감소로 인한 정맥 환류 회복 2. 심정지에 사용되는 약물(에피네프린 등)의 지연된 효과 3. 저체온, 전해질 이상, 산증 교정 지연 4. 심폐소생술 중단 이후 비특이적인 심장의 재반응
중요한 점은 이게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생리학적 메커니즘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현상이 119구급대원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 현상은 단순한 의학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현장 119구급대원에겐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우선 ‘사망 선고’는 의사의 고유 권한이다. 따라서 119구급대원은 현장에서 최종적으로 사망을 판단하거나 선언할 수 없다. 부패한 시신, 사후 강직 등 명백한 사후 징후가 확인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현장에서 심정지 환자에 대해 의료지도 없이 임의로 심폐소생술을 중단해선 안 된다.
문제는 보호자가 연명치료를 강하게 거부하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구급대원은 환자의 고통과 보호자의 요구를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법적ㆍ윤리적 책임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게 된다.
만약 현장에서 처치를 중단하고 귀소하기로 했고 이후 라자루스 증후군처럼 자발순환이 뒤늦게 회복되는 상황이 온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구급대원에게 향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민원 수준을 넘어 법ㆍ윤리적 책임과 더불어 개인에게 깊은 자기 의심과 죄책감을 남길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그렇기에 우린 현장에서 더 신중해야 한다. 라자루스 증후군은 ‘신기한 현상’으로 끝낼 얘기가 아니다. 현장 대원이 어떤 기준으로, 어떤 근거를 갖고 처치를 계속하거나 중단할 건지 리스크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현장에서 우린 뭘 할 수 있나 그렇다면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응은 뭘까. 가장 중요한 건 ‘심폐소생술을 섣불리 중단하지 않는 것’이다.
1.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CPR이 종료됐더라도 최소한의 관찰 시간(10분)을 반드시 확보한다. 2. 이 기간 일차평가(ABC)를 재차 수행하며 심전도(ECG), 산소포화도(SpO₂) 등 모니터링을 계속 유지한다. 3. 자발 호흡이나 맥박, 의식 수준, 동공 반응 등 ROSC(자발순환 회복) 징후를 반복해 재평가한다. 4. 종료 결정 시점의 심전도 리듬이나 처치 내용, 보호자 반응, 팀 내 논의 과정 등을 팀과 공유하고 기록을 남긴다. 5. 지도의사의 의학적 자문, 즉 의료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를 위해 1~4 항목을 명확하게 확인 후 지도의사에게 전달한다. 6. 구급대원의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채증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같은 절차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현장에서의 오판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심폐소생술의 목표는 단순히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게 아니다. ‘정확한 판단과 책임감 있는 종료’까지의 모든 과정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라자루스 증후군은 매우 드문 현상이지만 그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더 신중해져야 한다. 현장에서의 몇 분, 몇 초의 판단이 환자의 생명뿐 아니라 대원의 책임과 신뢰를 좌우할 수 있다.
선택의 무게감 “부상자의 운명은 처음 처치를 시행하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말처럼 심정지 환자의 예후 또한 현장에서의 판단과 대응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라자루스 증후군은 기적이 아니라 현재 의학이 완전히 증명해내지 못한 생리적 반응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린 조금 더 신중하게, 냉철하게, 책임감 있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결국 생명을 살리는 것도, 마지막 순간을 결정짓는 것도 현장 최전선에 있는 구급대원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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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소방서_ 박정승 : dandylam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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