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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실화재훈련 시설 이후,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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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소방학교 훈련운영과 선임교관 소방장 노정현 | 기사입력 2026/05/07 [17:30]

[119기고] 실화재훈련 시설 이후,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할 것

인천소방학교 훈련운영과 선임교관 소방장 노정현 | 입력 : 2026/05/07 [17:30]

 

▲ 인천소방학교 훈련운영과 선임교관 소방장 노정현

최근 지방소방학교를 중심으로 실화재훈련 시설이 하나둘 자리 잡고 있다.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변화다. 이제 대원들은 교실에서 화재성상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열과 연기 속에서 화재가 어떻게 성장하고, 주수에 어떻게 반응하며, 환기 조건에 따라 얼마나 빠르게 달라지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이 변화는 우리 소방교육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다만 시설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교육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실화재훈련 시설을 어떻게 운용하고, 어떤 훈련 철학을 담아낼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다.

 

실화재훈련은 단순히 뜨거운 불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교육이 아니다. 대원이 연기층의 형성, 열의 축적, 화재의 성장, 환기 변화, 주수 반응을 직접 확인하면서 화재거동을 몸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특히 실내화재 대응에 있어 이러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영상이나 이론으로 배운 내용과 실제 열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화재훈련이 개인의 체험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화재현장은 개인이 혼자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관창수, 보조관창수, 후방 대원, 검색조, 배연조, 안전담당, 현장지휘관이 함께 움직인다. 때로는 방면지휘관과 단위지휘관이 각각의 구역과 임무를 조정해야 한다. 즉 한 명의 대원이 잘한다고 해서 현장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이 맞물릴 때 작전이 완성된다.

 

그렇다면 실화재훈련도 이제 개인 중심에서 팀 단위 훈련으로 확장돼야 한다. 처음에는 화재성상을 관찰하고, 열을 느끼고, 관창 운용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에서는 팀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누가 관창을 잡고, 누가 호스를 밀어주며, 누가 검색을 맡고, 누가 배연을 통제할 것인지가 훈련 안에서 실제로 이뤄져야 한다.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기술 부족만이 아니다. 임무가 명확하지 않거나, 통신이 늦거나, 주수와 배연의 타이밍이 맞지 않거나, 지휘 의도가 대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위험은 커진다. 실화재훈련은 바로 이런 부분을 드러내고 교정할 수 있는 좋은 교육장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실화재훈련은 방면지휘와 단위지휘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교관이 전체를 통제하고 교육생이 정해진 순서대로 진입하는 방식만으로는 실제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현장지휘관은 전체 작전을 보고, 방면지휘관은 담당 구역을 관리하며, 단위지휘관은 진입조와 검색조, 배연조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층 주거시설 화재를 가정해 보자. 훈련이 단순히 화점실에 들어가 불을 끄는 것으로 끝난다면 교육 효과는 제한적이다. 1층 진입로 확보, 계단실 통제, 2층 화점실 진입, 인접실 검색, 후방 호스라인 관리, 배연 시점 판단, 예비대 대기, 비상탈출 경로 확보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 전체 흐름 속에서 지휘관이 어떤 정보를 받고, 어떤 판단을 하며, 어느 시점에 전술을 조정하는지도 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와 SOP도 결국 이런 현장 활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진입, 주수, 검색, 배연, 안전관리, 지휘통제는 따로 떨어진 절차가 아니다. 현장에서는 동시에 연결돼 움직인다. SOP가 문서 안에만 있으면 실제 현장에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반복 훈련을 통해 대원과 지휘관의 행동으로 남아야 한다.

 

실화재훈련장은 그 SOP를 몸으로 검증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대원이 절차를 외우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열과 연기 속에서 절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곳이 돼야 한다. 지휘관은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판단해 보고, 대원은 맡은 임무를 수행하며, 안전담당은 위험 변화를 읽어내야 한다. 훈련이 그렇게 설계될 때 SOP는 문서가 아니라 현장 행동으로 바뀐다.

 

외국의 실화재훈련 운영 사례를 보더라도 이 흐름은 분명하다. NFPA 1403은 실화재훈련의 안전기준을 다루면서 지휘관, 안전담당자, 점화담당자, 교관, 진입조 등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도록 강조한다. 영국과 호주 등에서도 실화재훈련은 단순한 화염 체험이 아니라 화재거동 이해, 팀 전술, 지휘통제, 위험평가, 사후평가가 함께 이뤄지는 교육으로 운영된다.

 

물론 외국 기준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출동체계, 인력 구조, 건축 환경, 소방학교 교육과정은 외국과 다르다. 중요한 것은 외국 사례의 형식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지휘체계와 안전관리, 팀 단위 전술을 강조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 현장에 맞게 바꾸는 일이다.

 

현재 우리 실화재훈련이 앞으로 경계해야 할 점도 여기에 있다. 시설이 좋아질수록 훈련은 더 체계적이어야 한다. 불을 키우고, 열을 강하게 만들고, 대원에게 강한 경험을 주는 것만이 좋은 훈련은 아니다. 실화재훈련은 위험을 경험하는 교육이지 위험하게 운영되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생각해야 할 부분은 평가다.

 

훈련이 끝난 뒤 “불을 잘 껐는가”, “진입을 잘했는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진입 전 위험평가는 적절했는지, 임무 부여는 명확했는지, 무전은 유지됐는지, 호스라인은 끊기지 않았는지, 배연 시점은 적절했는지, 안전담당자의 개입은 있었는지, 지휘관의 판단 전환은 적절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실화재훈련의 가치는 훈련이 끝난 뒤 더 커질 수 있다. 무전 기록, 영상, 교관 관찰, 대원 진술을 바탕으로 복기해야 한다. 어느 시점에 열이 급격히 내려왔는지, 어느 순간 대원 간격이 벌어졌는지, 어느 지점에서 지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이 있어야 훈련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학습이 된다.

 

앞으로의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실화재훈련의 기본 단위를 개인에서 팀으로 넓혀야 한다. 관창수 한 명의 숙련도도 중요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팀의 호흡이 더 중요하다. 관창수와 보조관창수, 검색조와 배연조, 후방 대원이 같은 시나리오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둘째, 방면지휘와 단위지휘를 훈련 안으로 가져와야 한다. 지휘관 교육과 실화재훈련이 따로 움직이면 실제 현장을 닮기 어렵다. 지휘관도 열과 연기가 있는 훈련 상황 속에서 판단하고 지시하고 조정해 봐야 한다.

 

셋째, SOP 기반 시나리오를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출동대 편성, 현장 도착 보고, 위험평가, 임무 부여, 진입, 주수, 검색, 배연, 비상상황 대응, 철수, 사후평가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야 한다.

 

넷째, 안전관리를 훈련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안전담당자, 예비조, 비상탈출 절차, 공기관리, 교관 배치, 점화 통제는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실화재훈련의 수준은 불의 크기가 아니라 안전하게 통제된 위험 속에서 얼마나 실제적인 훈련을 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다섯째, 지방소방학교별 특성을 살린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아파트가 많은 지역, 공장과 물류시설이 많은 지역, 지하층과 다중이용시설이 많은 지역은 훈련 시나리오도 달라야 한다. 공통 기준은 필요하지만 지역 현장에 맞는 훈련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소방학교의 역할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소방학교는 단순히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현장 전술을 정리하고 검증하며 확산시키는 중심이 돼야 한다. 실화재훈련 시설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공간이다. 이곳에서 개인 기술, 팀 전술, 지휘 판단, 안전관리가 함께 훈련돼야 한다.

 

화재현장은 개인기로 버티는 곳이 아니다. 팀으로 움직이고, 지휘로 통제되며, 절차로 안전을 확보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실화재훈련도 그렇게 설계돼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뜨거운 훈련만이 아니다. 더 실제적인 훈련,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훈련이다. 그리고 현장에 돌아갔을 때 같은 팀으로 다시 작동할 수 있는 훈련이다.

 

시설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현장 대응력으로 바꾸는 것은 훈련 운용체계다. 팀 단위 전술훈련, 방면지휘와 단위지휘 중심의 시나리오, SOP 기반 평가와 사후복기가 함께 이뤄질 때 실화재훈련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 실제 현장을 바꾸는 교육이 될 것이다.

 

인천소방학교 훈련운영과 선임교관 소방장 노정현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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