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7. 1. 대구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2.18 지하철 참사 당시 대구지하철공사 사장
으로 증거인멸죄로 기소된 피고인 윤진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무고한 시민 192명이 칠흙같이 어두운 지하 3층 아수라장에서 고통스럽게 숨져간 엄 청난 참사가 벌어졌지만 사건의 진상이 채 알려지기도 전에, 사고가 난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하철이 다시 운행되고 참사 현장이 지하철 운영 책임자에 의 해 훼손되었지만 사법부는 그들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지하철 참사로 숨 진 192명의 목숨은 참사 현장에 있었던 지하철공사 말단직원 몇 명만의 과실로 인해 일어났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고, 이로써 대구지하철공사와 대구광역시는 면죄부 를 받았다. 우리는 죄의 성립에 관하여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형사법에 따른 사법부의 고뇌와 판 단을 존중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결론을 앞에 두고 법률가로서 또, 한 명의 대구시 민으로서 참담한 소회를 금할 수 없다. 지하철 참사 관련 고위직 인사 중 유일하게 법적 책임을 추궁 당한 사람이 윤진태 사 장이었고 환송전 원심은 그가 증거인멸죄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번 판 결로써 그것은 잘못되었다고 선언되었다. 결국 참사에 대하여 관련기관의 높은 곳에 있는 사람 중 진중한 문책을 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192명의 무고한 목숨에 대하여 누가 그 책임을 부담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사고 관련자 대부분이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실은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 니라 지하철 참사의 진상규명과 그에 대한 수사, 소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윤진태 전 사장에 대한 무죄 판결은 대법원의 무죄취지의 파기환송판결에 따른 것이 기 때문에 예견된 것이었지만 지하철참사 유족들은 무죄판결이 선고된 법정에서 울부 짖으면서 장시간 농성을 벌였다. 그들의 분노는 법원의 무죄선고 자체가 아니라 아무 도 책임지는 자가 없는 지금의 상황이 그들의 피붙이를 다시 한 번 죽였기 때문이 다. 대한민국이 슬퍼하고 전 세계가 놀란 거대한 참사가 오로지 단 몇 명의 말단 직원들 의 중첩된 실수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과 그 참사현장이 신속히 치워진 것에 대해 아 무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지금의 혼란스러움을 정리할 수 없다. 당해 사건의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의 책임자와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지하철 중앙로역으로 모아 진 상황에서 대구시장, 지하철공사 사장의 의사결정에 의해 사고현장이 훼손되었지 만 결론은 아무도 죄가 없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무고한 192명 시민이 절명한 이유를 도대체 어떻게 누가 설명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대구시민은 분노를 넘어 절망할 따 름이다. 우리는 192명이 사망한 대참사의 현장이 하루만에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그들이 엄격 한ꡐ현장보존ꡑ이라는 수사의 초보적 상식을 몰라서가 아니라 참사의 책임을 은폐하 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18 대구지하철 참사의 책임을 져야할 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수박 겉 핥기 식의 부 실 수사로 인해 단지 밝혀내지 못했을 뿐이다. 사고에 대한 수사와 형사소추가 여론 에 쫒겨 부실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이제라도 불기 소 처분을 한 조해녕 대구광역시장, 증거인멸행위를 막지 못한 경찰 및 검찰의 관계 자까지 포함하여 면밀히 수사하고 소추하여 대구시민들에게 책임 있는 국가 기관으로 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촉구한다. 지금 참사 당시 지하철공사의 고위 경영자, 대구광역시 공무원, 수사지휘자들은 모 두 건재하고 참사로 목숨을 잃은 192명의 원혼들만이 별반 달라진 것도 없이 달리고 있는 대구지하철 주위를 맴돌고 있다. 2004. 7.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 지부장 최봉태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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