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통일이 돼야 결혼할 꺼란 말임다. 그런데 남조선 젊은이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이 적다면… 이거 야단임다.”
개성공단 방문객들에게 공단 현황을 브리핑해 주는 김효정(24)씨. 남한의 젊은이들은 북한에 비해 통일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말에 ‘귀여운’ 호들갑을 떨었다. 김씨가 노처녀로 늙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통일이 돼야 할 것 같았다.
2006년 3월 20일, 개성공단은 단순히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지 않았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통일의 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 울타리 내에서는 이미 통일의 징후를 맛볼 수 있었다. 신발을 만드는 삼덕통상과 여성의류 업체 신원의 공장을 둘러봤다. 작업장 풍경은 잘 정돈돼 있고 깔끔한 가운데 분주했다. 북한 근로자들은 파란색과 분홍색의 작업복을 입고 부지런히 재봉틀을 돌리고 옷감을 잘랐다. 사회보험료를 포함해 57.5달러의 월급을 받는 북한 근로자들은 20~30%가 대졸 이상일 정도로 학력 수준이 높고 일에 대한 의욕이 높아 입주기업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 북 근로자 가장 큰 장점 '성실함' 신원의 김성규 실장은 “북한 근로자 절반 이상이 의류 생산 경험이 없었지만 가르쳐주면 곧잘 이해하고 습득했다”며 “무엇보다 자기가 맡은 일은 업무시간과 관계없이 해치우려고 하는 성실함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대부분 20~30대 여성들로 구성돼 있지만 프레스같은 기계를 만지는 공정은 남자 근로자들이 맡고 있었으며, 40~50대 여성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젊은 여성들은 대개 화장을 한 모습이었다. 쌍꺼풀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화장이야 특별한 일이 아니겠다 싶었다. 말 한 번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일이 많슴다. 선생님하고 얘기하다 늦어지면 안되지 않갔습네까” 어렵게 말을 꺼내서 들은 대답이 이러니 말문이 막힌다. 그나마 들을 수 있는 말들은 “남과 북이 화합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함다”는 정도였다. 마침 신원에서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여성 근로자들이 눈에 띄었다. 무슨 얘기인가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었다. “일하기 재밌으세요?” “이렇게 언니들, 동생들이랑 같이 어울려 일하니까 재밌지요. 일은 재밌게 해야하는 거 아닙네까?” 대화가 좀 된다.
북축 여직원들과 나눈 유쾌한 대화 북한 여성들과의 대화는 유쾌하다. 김효정씨는 “성격이 발랄해 보인다”는 말에 “네, 그렇슴다. 우울한 것 보다 낫지 않겠습네까”라고 답해 또 한 번 주위를 웃음짓게 했다. 김씨는 사리원대학을 졸업한 재원으로 동시통역이 가능할 정도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안내 데스크의 홍설경(22)씨는 김씨 이전에 브리핑을 담당했으며, 지난해 개성공단에서 촬영한 우리 정부의 통일 광고에 잠깐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뭐 옆 모습 밖에 나오지 않았습네다”라며 은근한 아쉬움을 표하던 홍씨는 나이에 걸맞게 통통 튀는 스타일이다. “남조선에서는 이쁘다고들 하지 않습네까. 그런데 우리는 곱다는 말을 씀다. 요즘은 남조선 분들이 이쁘다는 말을 많이 쓰셔서 좀 익숙해지긴 했지만서도.” 점심시간이 되자 20여 명의 남자 근로자와 소방대원들이 식사 후 공터에 모여 배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 좀 움직이라우. 안 되면 발이라도 갖다 대야지 않갔어.” “어이 동무! 공 오기 전에 몸을 약간 돌리고 있으라우.” 서로에게 이것 저것 주문하며 경기에 열중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주위의 동료들은 큰 목소리로 점수를 불러주며 연신 웃음보를 터뜨린다. 내년이면 찜질방·노래방도 들어서 개성공단에는 병원과 편의점, 소방대까지 갖춰져 있다. 내년에는 호텔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찜질방과 노래방도 생길 전망이다. 지난해 1월 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가 문을 연 개성공단 병원에는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 행정직원 1명이 상주하고 있다. 주로 남한 관계자들을 진료하지만 크고 작은 사고 시에는 북한 근로자들을 응급처치하기도 한다. 오는 7월부터는 남북 의료진이 함께 참여하는 100평 규모의 공동진료소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이는 실제적인 최초의 남북 의료 교류로 남북을 구분하지 않는 공식적 의료서비스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뿐 아니라 연말에는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을 갖춘 그린닥터스 개성종합병원이 착공, 내년 말 50병상 규모로 문을 열 예정이다. 개성공단에 도착해 가장 눈에 띄는 간판은 ‘훼미리마트’. 익숙한 간판인지라 잠시 이 곳이 북한 땅인가 싶을 정도다. 이 곳에도 북한 여성 2명이 근무하고 있다. 개성공단에는 두 대의 소방차도 있다. 지난해 초 활동을 시작한 소방대는 두 명의 남한 전직 소방공무원과 13명의 북한 소방대원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 소방대원들은 지난해 철저한 소방교육을 거쳤다. 자주 만나고 친해지면 그것이 곧 통일 소방대는 크고 작은 화재 사고뿐 아니라 크레인 전복 등 안전사고 처리나 물탱크 청소, 급수 지원, 심지어는 북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운전교육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성동소방서에서 근무한 후 이 곳으로 온 곽철용씨는 “개성공단이 갖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며 “소방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측 출입국사무소에는 황토색 제복을 입은 북한 직원들이 소지품을 검사한다. 첫 방문자들로서는 다소 긴장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긴장감을 조금 풀어주는 것은 개성공단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보이는 남측 근로자들이었다. 오랜 기간 드나들어서인지 북한 군인들과 스스럼없는 ‘친구’ 같다. “신 선생은 언제 들어오나” “응 일이 있어 좀 늦게 들어올 거야” 돌아오는 길에는 북한 출입국사무소 기념품 판매점의 여직원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생긋 웃는 얼굴로 “개성은 처음 오셨습네까?”라고. 아침에 한 번 봤으니 오후엔 ‘구면’이었던 것이다. 헤어질 때는 ‘자주 오라’고 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라며 작별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니 가슴이 뭉클하다. 자주 만나고 친해지면 그것이 곧 ‘통일’일 터. 개성공단의 봄은 따사로웠다. <통일부 보도자료>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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