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유은영 기자] = 다크 투어리즘이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ㆍ재해 현장을 돌아보고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다크 투어리즘 장소로는 한국전쟁을 전후로 수만 명의 양민이 희생된 제주 4.3 사건의 실상을 알려주는 제주 4.3평화공원을 비롯해 국립 5.18민주묘지, 거제포로수용소,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이 있다.
안전 체험관 중에서는 유일무이하게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다크 투어리즘을 활용해 체험장을 운영 중이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1995년 4월 28일 발생한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안전체험장 건립이 요구되면서 총 303억원을 투자해 종합안전체험장을 건립했다.
테마파크는 본관인 1관과 2관으로 나눠 운영된다. 테마파크 1관에는 ▲지하철 안전 전시관 ▲생활안전 전시관 ▲미래안전 영상관 ▲영상 홍보관 ▲야외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지하철 안전 전시관에서는 2.18 재난 타임머신을 운영하고 있다. 4D 리프트에 탑승해 2.18 지하철 참사 직후의 상황을 스크린으로 연출하고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2.18 지하철 참사 발생 전후를 영상으로 연출한다.
| ▲ (왼쪽부터 시계방향) 지하철 안전 전시관, CPR체험, 농연체험, 완강기체험, 옥내소화전체험, 생활안전 전시관 |
|
정기승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관장은 “체험장에서 당시 사고 상황을 영상으로 보고 대구 지하철 참사 시 실제 전소된 1079호 전동차를 본 후 실물 전동차에서 연기 속 탈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면 시민의 진지함을 느끼게 된다”며 “이 때문에 체험 효과도 훨씬 높다”고 했다.
생활안전 전시관은 화재와 풍수해, 지진, 산악사고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재난 상황을 첨단 영상장치를 통해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곳이다. 미래안전 영상관은 3D입체라이드 영상관으로 미래도시에 갑작스레 찾아온 재난을 해결하는 119대원의 활약상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
2관은 ▲옥내 소화전 방수 ▲농연 탈출 ▲완강기 체험장 ▲전문 심폐소생술 체험장 ▲대구지하철도 모노레일 안전체험장 등 다양한 복합 전시 체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정기승 관장은 “2관 개관으로 시민들이 이론교육이 아닌 체험교육을 통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방법을 몸으로 느끼고 습득할 수 있게 했다”며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대구시가 명실상부한 안전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시설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미술과 사진작품 전시공간인 테마파크 아트홀을 운영하고 다목적실 내 영화상영을 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교수 요원 역량 강화 방안으로 요원 간 지식 공유와 회의를 거치는 등 더욱 정확한 지식과 경험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다시 찾고 싶은 안전체험관’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무분별한 안전체험관 건립이 능사는 아니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정기승 관장 인터뷰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은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많은 안전체험관이 건립됐거나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정기승 관장은 정부의 안전체험관 건립 추진 추세를 반기지만 큰 걱정이 있다고 했다.
그는 “체험관의 증가는 국민이 안전 의식을 갖기에는 좋은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각 행정기관과 교육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건립을 추진하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에는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총괄적인 관리 주체 없이 여러 기관이 실적 위주로 체험관을 늘릴 경우 체험관 인프라의 효율적인 배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또 그는 단순히 벤치마킹 방식의 체험관 건립은 중복 프로그램의 운영으로 안전체험에 대한 국민적 욕구를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내비쳤다.
그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뿐 아니라 안전체험교육이 국민의 안전의식과 다양한 위험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를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며 “더 효과적인 방향으로 선도하는 관리주체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체험관은 체험객 유치에 대한 경쟁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며 “체험관 별 특성화 전략을 바탕으로 ‘국민안전능력 제고’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협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올해로 개관 8주년을 맞았다. 누적 체험객이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올해를 시민안전테마파크 경쟁력 강화의 원년으로 삼아 ‘더 새롭고, 더 안전하게’ 변신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설 노후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관된 지 10년 가까이 되다 보니 노후 시설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반기 중에는 미래안전영상관의 입체 시스템을 3D에서 4D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모터 구동 방식의 지진 체험장도 교체해 더욱 현실감을 살린 체험장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백견(百見)이 불여일행(不如一行)이라는 말이 있듯이 직접 보고 몸으로 체험해봐야 오래 기억되고 효과도 높다. 공자도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만 되나 직접 해 본 것은 이해된다”며 경험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정기승 관장은 “갑자기 위기가 닥치면 대부분의 사람이 당황하게 돼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게 되는데 다양한 안전체험을 통해 각종 재난 시 대처능력을 키워 둔다면 어떠한 위기에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비싼 수업료를 들이지 않고도 위기 시 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는 실제 체험교육이 가능하다. 많은 분이 체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