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방재난본부 주관으로 개최된 이날 행사 이후에는 서울소방재난본부 이기환 본부장이 여성 소방공무원들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기환 본부장은 지난 6월 12일과 13일 양일간 각 소방서에 흩어져 있는 여성 소방공무원을 모아 워크샵을 진행해 현재 서울 소방의 위치부터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집어보고 선후배간에 멘토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등 여성 소방공무원의 자리매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기환 본부장은 “여성 소방공무원들이 있기 때문에 소방 조직의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 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들 표현을 안할 뿐이지 모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격려했다. 이 본부장은 또, “그러나 화재진압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 부담스럽고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여성들도 강해지려면 행정을 떠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여했던 서울소방재난본부 홍보팀 이희순 소방위와 서초소방서 이미자 소방경, 안정민 소방사, 용산소방서 이촌 119안전센터 김정희 소방교, 동작소방서 동작 119안전센터 임보윤 소방사를 만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소방의 상을 들어보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진심으로 소방공무원임을 자랑스러워 하며 자부심을 갖고 ‘보람’이라는 것을 삶의 모토로 누구보다 행복하게 일하고 있었다. “소방이 백조라면 그 소방을 빛나게 해야 하는 나는 물갈퀴” 서울소방재난본부 이희순 소방위
지난 1996년 구급특채로 임용된 이희순 소방위는 소방공무원이 되기 전 서울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6년간 근무를 했다. 간호사로서 삼풍백화점 등 각종 재난현장에 응급의료단으로 현장에 나가 볼 기회가 많았던 이 소방위는 병원에서 느꼈던 보람보다 더 강렬한 무언가를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소방서에서 특채가 있다는 공고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희순 소방위는 “서울소방기획팀은 전국 소방의 방향을 제시해야하고 또한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러한 책임감을 갖고 일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소방위가 지향하는 홍보는 피상적이고 표면적인 홍보가 아니라 묻혀져 있던 소방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로 인해 감동을 주는 이야기라던지 단순 보도자료가 아닌 통계사례 발굴 등을 통한 보다 가슴에 와 닿는 입체적인 홍보다. “홍보를 하면서 스스로를 긴장시키는 것은 동료대원들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사고현장에서 위험한 일들을 겪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하는 이희순 소방위는 그런 그들의 땀이나 눈물, 가슴 속 이야기들이 자신을 통해 홍보가 돼야 한다는 점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서울 소방 전체에 여성 소방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5.7%에 불과하다. 이기환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여성 소방공무원이 체력적인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분야를 개쳑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희순 소방위는 “여성 소방공무원으로서 소방 내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여성의 나약함이 아니라 여성 소방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가지고 소방 내에서 시민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역할을 개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이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은 누구보다도 강하지만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배워야 하고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지금 이순간도 국내 수도이자 소방의 대표적인 서울소방에서 더욱 발전된 소방의 미래를 그리는 이희순 소방위의 멋진 도약을 기대해 본다. 소방의 법과 질서를 지키는 일, ‘예방업무’ 서초소방서 이미자 소방경, 안정민 소방사
간호사 특채로 지난 1996년 임용돼 현재 서초소방서에서 검사지도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미자 소방경은 이렇게 말했다. 이미자 소방경은 “간호사라는 직업은 같은 업무의 반복이었지만 다양하고 다이나믹한 소방업무에 매력을 느껴 소방공무원에 도전하게 됐다”며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계급 및 연수에 따라 시야도 넓어지고 느슨해질 시간적 여유가 없어 항상 긴장속에 근무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꼽았다. 같은 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안정민 소방사의 경우 지난해부터 서울에서 예방업무의 전문화를 위해 채용하기 시작한 예방특채로 임용됐다. 안정민 소방사는 “예방업무가 규제업무인데 신입직원이다 보니 아직 감사나 불이익 처분 등에 어려움이 좀 많이 있다”며 “경험이 쌓이다 보면 개인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구분해 내기 쉬울 텐데 아직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강조하고 있는 친근한 이미지와 고객서비스를 위해 규제나 단속 보다는 예방서비스 차원에서 더욱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자 소방경과 안정민 소방사는 “지금은 친절을 넘어서 고객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라며 “머리 숙여 친절하지 않으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초소방서 예방과에서는 개개인의 재량대로 규제를 완전히 풀 수는 없지만 민원서비스 향상을 위해 민원실과 예방과를 통합하고 민원인 상담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예방과 직원을 민원실에 배치했다. 또한, 검사지도팀장을 포함 여직원 5명을 소방검사요원으로 확대 배치해 차별화된 친절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이미자 소방경은 “지금의 예방업무는 규제를 하되 친절을 더 강조해서 법에 적용 시켜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라며 “여성 소방공무원들의 활약으로 많이 부드러워지고 섬세하게 일을 처리해준다는 평가와 청렴도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듣는다”고 했다. 안정민 소방사와 이미자 소방경은 소방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새내기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언젠가 꼭 소방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 그 꿈을 이룬 안정민 소방사는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여성들에게 남녀평등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성들에게 미지의 세계이고 여성의 수가 적기 때문에 더욱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성조직이라는 편견을 딛고 13년간 소방에 몸 담아 온 이미자 소방경은 후배들에게 “남성들이 여성들의 체력이나 출산 등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고 그런 의식을 없애려면 여성들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남성소방공무원들이 여성 소방공무원들을 여성이 아니라 한 명의 동료로서 부담 없이 대할 수 있도록 하는데에는 무엇보다 여성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 “어떤 업무를 해도 그 자리 업무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가 생길 수 없다”며 “누가 자신을 인정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19의 꽃 ‘구조ㆍ구급’ 용산소방서 이촌 119 안전센터 김정희 소방교
김정희 소방교는 “처음 임용돼 들어왔을 때 여성 소방공무원의 수도 워낙 적었고 응급구조사 특채였기 때문에 ‘미스 김’으로 불리는 등 제대로 된 호칭조차 부여받지 못했었다”며 “외부에서도 ‘여자가 왔어’라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은 것 같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늘어난 여성 소방공무원의 숫자만큼이나 여성 소방공무원을 바라보는 인식도 많이 전환돼 현장에 나갔을 때 같은 여자나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음은 물론 동료들 마저 이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됐다. 김 소방교는 “여성들이 출산이나 생리통 등 남성들에게 말하기 좀 어렵거나 꺼려지는 일로 119에 전화할 때에는 여성 소방공무원을 반겨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좀 더 세심한 손길로 유한 분위기를 유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여성 소방공무원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내부적으로도 처음에는 “넌 여자니까 남아 있어”가 “네가 남을래?”로 바뀌고 남자끼리만 있을 때 험한 말이 오가는 것들도 절제가 되는 등 전체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는 것이 김정희 소방교의 설명이다. 김 소방교는 “구급대원 11년차이다 보니 어떤 때는 ‘내가 프로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어떤 때는 ‘내가 인간미가 이렇게 없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사망한 환자를 보고 한치의 동요도 없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내 모습을 볼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번은 출동을 했는데 이미 환자는 사망한 듯 보였고 그 현장에 함께 출동한 경찰관이 상황설명을 했다”며 “말하는 것은 평범해 보였는데 다리를 엄청 떨고 있는 것을 보며 새삼 ‘내가 너무 메말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는 김정희 소방교는 “끔찍한 모습들이 어느 순간 떠오를 때가 있다”라며 “그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불쾌할 때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갔는데 크게 아프지 않고 신고한 환자들을 대할 때는 그저 대민업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지만 그보다는 신속한 출동이 아니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없는 환자를 만나 소생시킬 경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김정희 소방교. 김 소방교는 “이 ‘보람’이라는 것이야 말로 내가 소방에서 일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항상 스스로 ‘나는 천 명의 목숨도 살릴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편견없고 가족같은 ‘소방’ 동작소방서 동작 119안전센터 임보윤 소방사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던 임보윤 소방사에게 소방공무원이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히 합격을 하고 교육까지 이수해 한 명의 소방공무원으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임보윤 소방사는 “솔직히 남성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내가 들어가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교육이 끝나고 발령 받을 때까지 줄곧 했다”라며 “하지만 편견없이 대해주시는 가족같은 소방의 모습을 보며 한시름 놓았다”고 고백했다. 임 소방사는 또, “소방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에도 교수님들께서 여자와 남자를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은 동기지 여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독려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제 갓 임용됐기 때문에 배우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임보윤 소방사는 동작 119안전센터 경방업무에 배치 받아 화재진압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임 소방사는 “요즘 시설 예방이 부각되고 있는데 시설관리 쪽 업무에 관심이 있어 그 분야를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싶다”라며 “특히 화재 현장에서 신속히 연기가 배출되지 않으면 현장진입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제연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임보윤 소방사가 경방업무를 한다는 것에 대해 “그 작은 몸으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며 주변에서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임 소방사는 “남성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꾸준한 체력관리를 통해서 반드시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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