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흡보호장비 정비실 흐름도 © 소방방재신문 ◀ | |
정비실의 부족으로 소방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개인장비인 공기호흡기의 관리가 여전히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어 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소방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기호흡기 용기 내 부식과 이물질의 문제는 지난 2005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몇몇 전문가들은 공기호흡기 내 부식과 이물질이 생기는 이유를, 외부 공기를 제대로 걸러주지 못하는 국산 충진기의 문제로 몰아가며 값비싼 외국산 충진기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외국산 충진기 도입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자 소방방재청은 ‘호흡보호장비안전관리에 관한기준 고시’를 제정하고 공기호흡기를 점검ㆍ관리하기 위해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을 각 시ㆍ도에 설치하도록 했다.
이는 현재로서는 100% 공기를 걸러주는 여과장치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물질 유입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소방방재청이 주기적인 세척과 점검으로 최대한 깨끗한 공기를 충진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국비 지원 없이 각 시ㆍ도의 자체 예산으로 정비실을 갖추다 보니 정비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예산이 없는 시ㆍ도의 경우에는 지금까지도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정비실 내부 주요 장비 © 소방방재신문 ◀ | |
‘호흡보호장비 정비실’ 전국 25곳에 불과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 내부를 세척하고 용기 부식과 오염도를 점검하기 위한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이 설치된 곳은 전국 25곳에 불과하다.
소방방재청이 2009년도 국정감사 시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에게 제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9년 9월 말 기준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이 설치된 지역은 서울이 7곳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 6곳, 경기 2곳이며 부산과 광주,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전북, 전남, 경남은 각각 1곳, 대구와 경북, 제주는 정비실이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의 경우 소방서(35곳)와 소방관(5,430명)은 물론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5,233개)가 전국에서 가장 많지만 정비실은 서울(소방서 22곳, 소방관 5,327명, 호흡기 3,891개)과 인천(소방서 8곳, 소방관 1,923명, 호흡기 1,265개)의 1/3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또, 부산(소방서 10곳, 소방관 2,229명, 호흡기 2,154개)과 경남(소방서 18곳, 소방관 2,204명, 호흡기 1,650개)도 인천보다 소방서와 소방관, 호흡기가 많지만 정비실은 1곳 밖에 되지 않아 공기호흡기 정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경우도 정비실이 7곳에 있다고는 하나 타 시ㆍ도와 상황은 별반 차이가 없는 실정이다.
서울의 정비실 중 실질적으로 소방방재청 고시 기준에 맞는 종합형 정비실은 단 한 곳뿐이고 나머지는 충진 시설만 갖추고 있는 클린룸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지난해 종합형 정비실을 거쳐간 공기호흡기의 양은 예비용기를 포함해 8,500개에 달했고 지금까지도 정비업무가 밀려있는 상황이다.
소방방재청 산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지난해 11월 호흡기 세척시스템이 설치된 소방서와 설치되지 않은 소방서로부터 공기호흡기를 수거해 공기품질을 분석한 결과, 세척시스템이 없는 소방서는 보유 공기호흡기 중 80%가 수분 허용치를 초과했고 세척시스템이 설치된 소방서는 그에 반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정비실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호흡기, 주변 환경 및 관리적 문제 잇따라공기호흡기 정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소방공무원 a씨는 “공기호흡기 용기 내 부식과 이물질 발생은 주변 환경과 기계, 관리적 측면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또, “용기에 공기 충진시 열과 수분의 발생으로 내부에 부식을 촉진하며 깨끗하지 못한 곳에서 공기를 충진하면 아무리 좋은 기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100% 공기를 걸러주지 못해 당연히 좋지 않은 이물질이 용기 내부로 들어오는 것이다”고 말했다.
즉, 용기 내 부식과 이물질 발생은 기계나 제품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요소가 얽혀 복합적으로 생기는 문제로 주기적인 세척과 점검을 통해 최소화 시키는 방법 밖에 없어 앞으로 정비실을 더욱 많이 구축해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현재 정비실의 수가 너무 적다”며 “최소 각 시ㆍ도 권역별로 종합형 정비실이 설치돼야 하고 각 소방서마다 기본적인 세척과 건조, 충진을 할 수 있는 간이형 정비실 정도는 마련돼야 원활하게 소방공무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기호흡기의 정비가 가능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소방본부의 ‘호흡보호장비 정비실’ 구축 현황을 보면 각 시ㆍ도별로 종합형 정비실을 한 곳 정도밖에 구축하고 있지 않아 예하 소방서에서 보유하고 있는 공기호흡기를 정비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또한, 정비실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 확보도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이다.
a씨는 “현재 정비실에서 상주하며 정비 업무를 관장하는 인원은 한명”이라며 “각 소방서에서 자신들의 공기호흡기 정비 시 두 명의 보조 인력을 보내주고는 있지만 관련 지식이 부족해 정비를 진행함에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 놓았다.
내압시험 등 공기호흡기 용기의 안전검사를 소방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기호흡기의 경우 용기의 내압시험 등 ‘고압가스안전관리럽 제17조’의 규정에 따라 정기적으로 안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내압시험 등 가스안전공사와 부처 협의를 통해 소방관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 만큼은 소방에서 검사를 진행하게끔 한다면 그에 소요되는 예산을 절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게 소방공무원들의 의견이다.
또, 현재 부식을 제거해 주는 장비와 내압검사 등의 문제만 선 해결된다면 소방공무원들에게 더욱 질 좋은 공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전문가들, "각 시ㆍ도 상황에 맞게 정비실 구축해야"현재 ‘호흡보호장비 안전관리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은 편도 2차선 이상의 자동차 도로 경계선으로부터 30m 이상 떨어진 장소에 너비 20m 이상의 수목지대가 조성돼 있어야 하며 분진과 악취,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부터 차단돼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며 정비실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119안전센터 차고 내 충진기 설치ㆍ운영 ©소방방재신문 ◀ | |
또, 대부분의 119안전센터가 차고 내에 충진기를 설치해 놓고 자동차 매연 등 오염된 환경에서 공기호흡기를 충진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소방방재청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준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그 동안 소방공무원들은 공기호흡기 내에 들어있는 공기가 괜찮은 것인지 괜찮지 않은 것인지 모르고 마셔왔다”며 “소방방재청에서 내놓은 부식과 이물질에 대한 해결책인 주기적인 세척과 점검을 위해 현재 부족한 정비실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흡보호장비 안전관리에 관한 기준’에 따라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을 구축할 경우 약 8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처음부터 모든 장비를 갖추고 시작하려 하지 말고 각 시ㆍ도 본부 및 소방서별로 주위 환경과 상황에 맞게 정비실을 탄력적으로 구축해 운영한다면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은 현재 종합형 정비실과 간이형 정비실 등 대ㆍ중ㆍ소 등으로 나눠 설치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비실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모든 소방관서에 종합형 정비실을 구축하면 공기호흡기 관리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예산 등의 문제를 고려한다면 당장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종합형 정비실은 각 시ㆍ도 권역별로 설치하고 예하 소방서에는 세척과 점검, 건조 정도만 할 수 있는 클린룸 형태의 간이형 정비실을 구축해 운영만 해도 지금의 정비실 운영에서 오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소방방재청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우선 ‘호흡보호장비 정비실’이 없는 대구와 경북, 제주 지역의 내년도 설치를 시작으로 추후 소방서 단위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세척과 관리만 잘하면 충진기 등 다른 요소의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며 “앞으로 각 시ㆍ도 권역별에 종합형 정비실 구축과 서 단위의 간이형 정비실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자는 “정비실 담당 소방공무원들이 원하고 있는 용기의 내압검사 등 안전검사 역시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신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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