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기관 삽관 응급환자 기도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구급대원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파트다. 몇 가지 상황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심정지 상황이다.
‘2020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심정지 기도관리에 대해 몇 가지 변경된 부분이 있다.
기본소생술에서 전문소생술로 전환하면서 전문기도기 삽입이 기존 흐름이었는데 ‘2020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선 의료종사자가 백마스크 또는 전문기도기(성문상 기도기, 기관 내 삽관)를 선택해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전문기도기와 백마스크 환기가 소생률에 명확한 차이가 없어서다. 이송까지 고려해야 하는 현장(119구급대원) 입장에선 백마스크 환기는 너무 불안정하고 중단될 가능성도 높아 결국은 전문기도기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전문기도기 선택에 있어선 충분한 훈련과 경험이 있는 응급의료종사자의 경우 기관 삽관, 그렇지 않은 종사자는 성문상 기도기를 권장한다. 이는 병원 전 환경에서 미숙한 대원이 기관 삽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환자의 환기를 방해하거나 잘못된 삽관 또는 가슴압박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실수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현장의 많은 구급대원이 기관 삽관에 비해 쉽고 실패율이 적은 성문상 기도기, 그중에서도 특히 i-gel을 많이 선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i-gel은 2세대 성문위 기도기다. 1세대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개선됐고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이지만 근본적인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단단히 고정하지 않으면 이송과정에서 빠지거나 위로 올라온다.
둘째, EtCO2 수치가 ETT에 비해 다소 부정확하다.
셋째, 에어로졸 오염에 상대적으로 취약(기관 내 삽관에 비해)하다.
게다가 i-gel류의 성문위 기도기를 삽입하고 응급실에 도착해도 기관 삽관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응급환자 기도관리의 마지막은 기관 삽관인 셈이다.
응급실에 있는 많은 전공의 선생님들은 “기관 삽관을 10번만 제대로 성공하면 그 이후부턴 특별히 어려운 기도를 제외하곤 무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10번조차 하기 쉽지 않은 게 병원 전 환경이다.
기관 내 삽관은 능숙한 구급대원만이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숙련도라는 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쌓으란 말인가? 마치 취업 시장에서 경력직만 뽑아대는 아이러니처럼...
따라서 이번에 소개할 장비는 이 어려운 기관 삽관의 성공률을 높이고 비숙련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장비, 그중에서도 최근 많이 보급되는 비디오 후두경이다.
제품마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게 가장 낫다고 단정할 순 없다. 그래서 글쓴이가 직접 현장에서 사용 중인 ‘AWS-S100’이란 제품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AWS-S100’은 카메라로 유명한 일본의 PENTAX 사 제품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소방에도 많이 공급된 장비로 관심 있는 구급대원이라면 한 번쯤 접해봤을 거다.
제품 외관과 구성 제품은 모니터가 달린 본체와 SL(성인), TL(성인 소), PL(소아) 등 세 가지 크기의 블레이드로 구성된다. 블레이드는 90°에 가까운 과굴곡형이며 탈착이 가능하고 일회용이다.
기관 삽관 튜브(이하 ETT)를 직접 장착해 별도의 스타일렛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채널형 구조다.
블레이드 TL의 경우 8.0 이상의 큰 사이즈 ETT는 가이드에 장착되지 않는다. 7.5 사이즈도 다소 뻑뻑한 편이기에 현장에서 블레이드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블레이드에 ETT를 장착한 후 환자의 구강 내로 삽입하고 모니터에 표시된 + 표지자를 환자 기도에 맞춰 튜브를 밀어 넣으면 된다. 비디오 후두경 모니터를 보면서 튜브를 기도에 직접 삽입하는 노력이 줄어 초보자도 쉽게 성공할 수 있다.
전원은 AA 배터리 두 개를 사용한다. 충전식의 경우 배터리 상태를 늘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여분의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사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현재 ‘AWS-S100’은 단종됐지만 기능적인 측면이 개선된 ‘AWS-S200’이 판매되고 있다.
차이점을 살펴보면 외형적으로 좀 더 슬림해지고 무게도 가벼워(375→235g) 졌다. 모니터 해상도가 개선됐고 화면은 와이드 방식으로 변경됐다. 소독멸균도 더 용이해졌다.
사진처럼 환자의 기도 근처에서 삽관해야 하는 매뉴얼 후두경에 비해 비디오 후두경은 좀 더 환자와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기관 삽관을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감염에 안전할 수 있다. 근본적인 현장의 어려움에 더해 감염관리까지 신경 써야 하는 구급대원에게 비디오 후두경은 환자 기도관리에 있어 일정 부분 도움 되는 장비라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외상환자의 경추 움직임을 제한하고 기관 삽관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비디오 후두경의 장점 중 하나다.
비디오 후두경은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고 애정하는 장비다.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려고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은 있다.
첫째, 블레이드 부분이 다른 종류의 후두경보다 상당히 두껍다. 환자에 비해 큰 사이즈의 블레이드를 사용할 경우 혀가 말려 들어가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환자 체형에 적절한 블레이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큰 블레이드를 사용해야 할 경우엔 혀를 적절히 들어 올려 삽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매뉴얼에 명시된 사용 가능 시간보다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는 느낌이 있다. 물론 자주 사용하는 장비가 아니다 보니 대기시간이 길어 배터리가 소모되는 것도 있겠지만 항상 여분의 배터리(AA 2 EA)를 챙겨 현장에서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비디오 후두경들의 공통적인 단점은 삽관이 원활하지 않고 지체될 경우 렌즈 김서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다. 특히 구강 내 이물질이 많을 경우 삽관 실패 가능성이 매뉴얼에 비해 높아진다. 따라서 흡인기를 항상 함께 휴대하는 게 좋다(최근에 나온 블레이드에는 석션 홀이 포함돼 있다).
기관 내 삽관이 어렵고, 두렵고, 부담스러운 건 구급대원 모두가 비슷한 마음일 거다. 기관 삽관이 처음인 신규 구급대원들이 응급구조학과 국시 실기를 보기 하루 전 자신감으로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난생처음 접하는 해부학적 구조에 ‘어디로 넣어야 하죠 아저씨~♪ 우는 구급대원은 처음인가요?~😭’를 외치며 좌절한 뒤 다신 후두경을 손에 잡지 않는 일이 종종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초보 시절엔 누구에게나 실패가 있고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경험들이 유독 구급대원에게 가혹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하나의 실수가 전체 직군에 대한 폄하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일을 자주 겪게 되면 결국 쉬운 방법만을 선호하게 되는 게 우리의 씁쓸한 현실이다.
이럴수록 부족한 경험으로 인한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장비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비가 부족한 경험을 100% 보충해 줄 순 없지만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한 이 장비도 그중 하나다. 꼭 PENTAX 사 제품이 아니더라도 성능 좋은 비디오 후두경이 최근 많이 보급되고 있다. 용도에 맞게 이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현장 기도관리의 어려움을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모든 구급대원이 매뉴얼 기관 내 삽관도 척척 성공하는 그날이 오길 바라본다.
강원 양양소방서_ 안지원 : ajwon119@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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