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소아 외상 환자는 드물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이며 구급대원에게 매우 도전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구급대에는 소아 환자를 위한 고정장비나 이송장비 보급이 전무하다 싶을 정도다. 소아 환자 이송과 고정에 대한 교육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경험이 많은 구급대원은 KED(켄드릭 구출고정 장비)와 긴척추고정판, 짧은 척추고정판 등을 사용해 임기응변식으로 소아 환자를 고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장비 본연의 목적에 맞는 사용법이 아니어서 가급적 소아 환자에게 적절한 장비를 적용하는 게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역시 법률과 안전기준에 맞춰 다양한 소아 고정장비를 출시한다. 이번 리뷰에선 다양한 소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소아 고정장비 Ferno PEDI-PAC®’을 소개하려 한다.
소아 고정장비 PEDI-PAC®은 우리나라 구급대원에게 익숙한 Ferno 사에서 출시한 제품으로 현지에서 약 500달러(한화 약55~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다른 소아 고정장비와 달리 하나의 장비로 다양한 체중과 신장의 소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최소 9㎏에서 최대 41㎏ 체중과 최소 71㎝에서 최대 137㎝ 신장의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2017년 한국 소아청소년 성장도표에 따르면 이 장비는 대략 생후 9개월 내외의 영아에서 9세 소아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소아 환자 고정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품으로 모든 소아 환자를 고정할 순 없다. 9개월 미만의 영아나 체격이 큰 소아 환자의 고정에 대한 장비나 교육은 별도로 준비돼야 한다.
PEDI-PAC®은 고정용 본체와 탄력 있는 고정용 스트랩으로 구성이 단순하다. 제품 너비는 약 23㎝, 길이는 약 122㎝, 무게는 약 3.2㎏이다. 크게 무겁진 않지만 길이가 길어 그랜드 스타렉스나 스타리아 구급차의 보호자 좌석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구급대원 좌석 뒤쪽이나 별도의 공간에 적재하는 게 좋다.
본체에는 5개의 벨크로 타입 벨트가 있는데 환자의 신장에 맞춰 위아래로 위치 조절이 가능하다. 어깨 부분에는 첫 번째 벨트에 부착할 수 있는 고정 벨트가 있다. 환자의 머리가 아래쪽으로 향하는 경우에도 환자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정할 수 있다.
등 부분에는 접거나 탈부착이 가능한 얇은 패드가 있다. 환자 연령과 체격에 따라 적절하게 변경해 사용할 수 있다.
성인 환자는 척추의 중립 자세 유지를 위해 머리 뒤를 약간 높여주는 게 좋지만 [그림 8]2)처럼 소아 환자는 몸에 비해 머리가 크기 때문에 척추와 머리를 동일한 위치에 두게 되면 척추의 중립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기도가 붕괴할 수 있다.
PEDI-PAC® 역시 소아 환자를 위한 제품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머리보다 등 부분이 약간 높게 제작돼 있다. 만약 영유아 환자를 고정해야 한다면 패드를 반으로 접어서 등 부분을 더 높여 줄 수 있다. 반대로 신체가 많이 발달한 9세 전후의 소아 환자라면 패드를 완전히 탈착해서 사용할 수 있다.
머리 부분에는 로프나 카라비너를 묶을 수 있는 고리가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환자를 세운 상태로 수직 구조를 수행할 수 있다. 맨홀이나 지하에서 환자를 구조할 때 유용한 옵션이다.
총평 우리나라 구급대 소아 고정장비의 표준이 될 것인가?
이번 리뷰에선 대한민국 구급대원에겐 다소 낯선 소아 고정장비 Ferno PEDI-PAC®에 대해 알아봤다. 다양한 연령과 체격의 소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소아 고정장비로 구급대원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기존 긴척추고정판을 사용해 성인 환자를 고정해 봤던 구급대원이라면 이 제품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이 제품 외에도 유사한 형태나 기능을 하는 소아 고정장비가 많이 출시돼 있다. 평소 소아 고정장비에 관심이 있던 구급대원들은 리뷰나 영상, 매뉴얼 등을 보고 정보를 얻으면 된다.
소아 환자, 그중에서도 중증 소아 외상환자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구급대원 입장에서 제대로 된 장비 없이 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로 현장 활동을 한다는 건 총과 총알 없이 전장에 나가는 군인과 다를 바 없다.
언제까지 소아 환자를 대충 고정하고, 대충 처치하고, 대충 이송하는 구급대가 돼야 할 것인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소아 환자에 대한 교육과 장비의 도입이 필요하다. 환자에게 적절한 장비를 사용해 정확한 고정과 처치를 제공하며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게 구급대 본연의 임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큰 단점이 보이지는 않지만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을 정리해 봤다. ① 경량화: 제품 경량화를 위해 카본처럼 가볍고 단단한 소재로 변경되면 더 좋을 것 같다. ② 머리 지지대: 머리 지지대가 성인용 두부 고정대(Head Immobilizer)처럼 아주 견고한 고정력을 갖는 느낌은 없다. 경추 보호대를 같이 착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③ 길이: 제품 길이가 다소 길어 구급차 적재에 약간 불편할 수 있다. 10㎝ 정도만 짧아지면 좋겠다.
1) NHTSA FMVSS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연방 자동차 안전규격), NHTSA Working Group 등 2) 출처 Young child immobilized on a standard backboard. Note how the large head forces the neck into flexion. Backboards can be modified by an occiput cutout (B) or a double mattress pad (C) to raise the chest, the actual clinical consequences of which are unknown(A-C, Adapted from Herzenberg JE, Hensinger RN, Dedrick DK, et al. Emergency transport and positioning of young children who have an injury of the cervical spine. J Bone Joint Surg Am. 1989;71:15.).
부산진소방서_ 이재현 : taiji3833@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6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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