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준혁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장 “불법 자재 유통 근절은 국민안전의 첫걸음”품질인정제도 도입됐지만 현장엔 여전히 성능미달 제품 존재… 뿌리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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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박준호 기자] = 건축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만 년 전 조상들은 막집과 움집 등을 지어 생활ㆍ주거공간으로 활용했다.
인류 문명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면서 오늘날 우리는 어디를 가나 각양각색의 건축물과 마주할 수 있다. 단층 건물부터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까지 헤아릴 수조차 없다.
단순 주거공간이 아닌 위락시설, 의료시설, 문화ㆍ집회시설, 창고시설 등 용도도 다양하다. 거의 모든 사람이 하루 대부분을 실내공간에서 보낼 정도로 건축물은 우리에게 엄청난 편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건축물엔 늘 화재위험이 도사린다. 내부에 화기 취급 요소가 많고 피난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가연성 재질로 지어진 건축물의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불에 잘 견디는 ‘내화성’ 건축자재가 필요한 이유다. 내화자재는 화재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은 물론 재산피해를 최소화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감소에 큰 역할을 한다.
지난 3월 제품 가격만을 중시하는 ‘경제성’이 아닌 ‘화재안전’ 건축문화를 기치로 내세우는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이하 협회)의 새로운 회장이 선출됐다. 바로 제9대 회장으로 취임한 전준혁 (주)경기산업 대표다.
전 회장은 20년간 단열재 업계에 몸담으며 내화 건축 시장을 선도해 온 인물이다. 협회 창립 멤버인 그는 설립 때부터 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임기 동안 성능미달 제품이 현장에 납품되는 불법 유통구조 근절을 반드시 이뤄내 건전한 내화건축자재 시장을 만들고 국민안전에도 이바지하겠다”는 전준혁 회장. <FPN/소방방재신문>이 전 회장과 직접 만났다.
제9대 협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가.
먼저 회장으로 선출해주신 협회 이사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협회 특별회원사와 임직원 등 모든 관계자가 협회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2년간 최선을 다하겠다.
우선 국민이 화재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내화건축자재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겠다. 대형화재를 막기 위해 많은 분이 애쓰고 있지만 화재로부터 100% 안전한 곳은 없다. 그렇기에 내화성 있는 건축자재를 쓰는 게 중요하다.
임기 동안 회원사 분들의 애로사항과 의견을 잘 취합해 불에 강한 샌드위치 패널을 보편화하는 데 노력하겠다.
협회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부탁드린다.
협회는 2008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인가받아 설립됐다. 회원사는 총 64개사로 무기단열재와 내화구조성능을 취득한 샌드위치 패널, 석고 등 불연마감재료 취급 업체로 구성된다.
해외 선진국에선 엄격한 건축물 화재안전제도에 따라 화재에 강한 내화건축자재를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국내는 이러한 인식이 부족하다. 관련 법령과 제도도 미비한 부분이 많다.
협회는 지난 16년간 내화건축자재 시장 활성화와 사업경쟁력 확대를 위한 건축물 화재성능 관련 정책 제안, 화재성능 강화제품 개발, 화재안전 관련 연구, 불연제품 홍보 등의 역할을 해왔다. 또 동종업계의 공정경쟁 유도와 협력을 위한 유대강화, 적법하고 우수한 품질이 유지되는 제품의 제조와 유통 등을 위한 세미나 개최 등을 추진했다.
협회의 이런 노력은 정부가 건축물 화재안전의 중요성에 관해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난연성 이상 건축재료 사용확대, 건물 지붕에 내화구조 적용, 품질인정제도 도입 등으로도 이어졌다.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내화건축자재 시장 활성화와 국내 건축물 화재 안전에 이바지해 나가겠다.
협회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가.
법정 성능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재 유통을 뿌리 뽑는 일이다. 2021년 샌드위치 패널이 품질인정제도 항목에 포함됐다. 품질인정제도는 화재안전 성능이 요구되는 건축자재가 시험 시료와 적합하게 생산되는지 전문기관을 통해 인정받고 그대로 현장에 유통ㆍ시공될 수 있도록 성능과 품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품질인정제도 시행과 화재안전에 관한 인식 개선으로 성능미달 자재 유통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성능과 품질기준, 시공방법 등이 다른 불법 자재가 존재한다. 이를 적발할 방법이 다양하지 않고 건축안전 모니터링 또한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현재 건축안전 모니터링 사업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시행한다. 이 사업을 통해 더 많은 불법 자재를 걸러내려고 해도 인력과 예산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에서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중앙 행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조치도 필요하다. ‘건축법’상 벌칙조항(3년 이하 징역, 5억원 이하 벌금)이 있지만 인허가 담당 공무원이 소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실질적인 고소까지 이어진 사례는 전무하다. 소송이 진행돼도 집행이 유예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행정기관의 엄격한 처벌이 이뤄진다면 불법 자재 유통이 그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업무가 있다면.
협회장으로서 국민안전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겠다. 화재는 건축물 규모와 상관없이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공장에서 불이 나면 대형 인명ㆍ재산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작은 공장에서의 화재도 무시할 수 없다.
‘건축법’ 제50조에서는 내화구조를 주요구조부와 지붕, 방화벽 등으로 한정한다. 내화구조를 적용하는 건축물의 용도는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바닥면적이 2천㎡ 이상인 공장과 500㎡ 이상인 창고 건축물 등으로 규정한다.
공장과 창고는 이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훨씬 더 많다. 화재안전의 사각지대란 얘기다. 내화구조 종류와 용도 확대가 필요하다. 임기 동안 개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화재로부터 국민안전을 지키려면 무엇이 개선돼야 하나.
품질인정제도 도입으로 샌드위치 패널에 실물모형시험이 도입됐다. 그런데 현재 이 시험엔 표준 시방이 없는 상태다. 업체들은 이를 악용해 시험합격에 유리하도록 설계도서를 제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샌드위치 패널 철판에 볼트를 여러 개 체결하거나 더 두껍게 제작해 시험을 받는 식이다.
시험받은 제품 기준과 시공방법이 현장에 동일하게 적용되면 상관없다. 그러나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 시험 통과를 위한 제품과 현장 시공 제품이 따로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장엔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이 설치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관련 기관에서 이 부분을 심도 있고 면밀하게 검토해 실물모형시험 시공방법을 표준화해야 한다. 현재 공장 건물들의 시공방식은 표준화돼 있다. 현장에 설치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체결해 시험하면 양질의 제품을 시중에 유통할 수 있다. 이 부분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회원사에게 특별히 전할 말이 있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모든 회원사가 양질의 제품 생산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겠다. 나아가 협회뿐 아니라 전국 패널업체에도 이런 문화가 깃들도록 노력하겠다.
전국에 관련 업체는 150개 이상이다. 이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합법적이고 성능 좋은 자재를 쓴다면 내화건축자재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리라고 확신한다. 더 나아가 국민안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거다. 임기 동안 열심히 뛰어다니겠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