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호 행안부 재난안전산업과장 “대한민국이 안전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재난안전산업 발전은 필수”지난해 1월 시행 ‘재난안전산업 진흥법’ 따라 산업 진흥ㆍ육성 정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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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박준호 기자] = 기후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재난의 양상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다변화되고 있다. 건축 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예측하기 힘든 사회재난을 불러온다.
지난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나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사회에 큰 충격과 많은 피해를 가져다줬다. 국가 차원의 철저한 대비와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더욱 진보되고 확실한 기술들이 필요하다. 재난과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각종 산업은 변화하는 재난의 양상에 맞춰 발전돼야만 한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재난안전산업 진흥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1월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재난으로부터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 장비, 시설, 제품 등을 개발ㆍ생산ㆍ유통하는 산업의 진흥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안전이다.
법률의 소관 부처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다. 행안부의 재난안전산업과는 관련법에 따라 재난안전산업의 진흥과 육성 정책을 도맡고 있다. 우수 기술ㆍ제품 보급 촉진과 지속적인 발전 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해 ‘제1차 재난안전산업 진흥 기본계획(’24~’28년)(이하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관련 산업의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재난안전산업과를 이끄는 유호 과장은 제9회 지방고등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인물이다.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실에서 근무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기획전략과장, 행안부 공공데이터관리과장을 거쳐 지난 4월 재난안전산업과장에 임명됐다.
지난 3일 만난 유 과장은 “행안부의 업무가 산업육성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재난안전 총괄부처로서 재난안전산업을 필수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국민안전이라는 대명제 하에 국가 경제도 발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재난안전산업과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난안전산업의 육성을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유 과장은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재난안전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새롭게 발족한 한국재난안전산업협회와의 협력과 상생으로 보다 나은 산업육성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단기적 육성방안으로는 진흥시설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인 대책에 대해서도 고심 중이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유 과장을 만나 재난안전산업과의 주요 업무와 재난안전산업의 활성화 방안, 앞으로의 계획 등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재난안전산업과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크게 재난안전산업 진흥을 위한 기반 조성과 재난안전산업 육성ㆍ지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재난안전산업 진흥을 위한 기반 조성의 대표적 업무는 진흥시설 구축이다. 전국에 화재와 지진, 침수 등 재난유형별로 특화된 시설을 건립 중이다. 또 매년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재난안전산업 실태조사를 시행한다.
재난안전산업 육성ㆍ지원에 관한 업무로는 재난안전제품 인증제도와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 개최, 대한민국 안전기술대상 시상 등이 있다.
안전산업 종사자의 사기진작 도모와 산업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월 ‘재난안전산업 진흥법’이 시행됐다. 이 법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재난안전산업 진흥법’은 재난안전산업 발전으로 ‘국민안전 증진’과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각종 재난과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회ㆍ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어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증대하는 실정이다.
이 법 시행으로 재난안전산업의 과학화ㆍ효율화가 이뤄져 국민 안전 증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가상ㆍ증강현실, 재난안전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신산업 출현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재난안전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선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나.
국내 재난안전 관련 업체의 약 57%가 연매출 5억원 미만을 기록할 정도로 매우 영세하다. 노동 집약적인 성격이 있어 성장의 한계에도 직면해 있다.
재난안전산업이 성장하려면 영세성 극복과 신시장 창출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행안부는 관련 업체들이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1:1 맞춤형 역량 강화 컨설팅, 기술 사업화와 판로확보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 재난안전산업은 빅데이터 분석과 IoT,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으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신시장 출현이 기대되는 만큼 첨단 기술과의 융합 지원을 통해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이 되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행안부에서 시행 중인 각종 진흥 정책 중 관련 산업계에서 인식하고 활용했으면 하는 지원정책이 있다면.
지난해 실시한 재난안전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난안전산업체 경영 분야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27.1%)과 금융ㆍ세제 부담(22.1%)이었다.
기술개발 분야 역시 초기투자 비용 부담(32.5%)을 가장 많이 꼽는 등 경제적인 문제가 제일 컸다.
이에 행안부는 올해 신용ㆍ기술보증기금과 재난안전사업체를 대상으로 보증 비율은 상향하고 보증 수수료율은 인하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업체들의 경영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안부에서 매년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를 개최한다. 올해 개최 방향과 특성 등이 궁금하다.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는 국내 최대규모의 재난안전 분야 종합 전시회다. 대한민국의 첨단 우수 재난안전제품과 기술을 홍보하고 관련 기업의 판로개척 등을 위해 열린다.
‘과학적 재난안전관리와 첨단 재난안전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되는 올해 전시회에선 화재와 산불, 지진, 산사태, 시설물 붕괴, 침수 등 재난 방지 첨단 기술과 제품이 참관객들을 맞는다.
글로벌 박람회로의 도약이라는 가치에 걸맞게 ‘ICT/기후재난 특별관’과 ‘글로벌 해외기업 특별관’이 테마관으로 설치된다.
또 올해부턴 ‘K-Safety Conference 2024’라는 명칭 아래 국내외 기업인들이 함께 모여 재난안전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글로벌 재난안전 비즈니스 포럼’,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해 디지털 재난관리방안을 모색하는 ‘국제 방재협력 세미나’, ‘글로벌 ODA 포럼’ 등 다양한 재난안전 분야 국제 컨퍼런스가 함께 운영될 예정이다. 이 밖에 도전 안전체험골든벨, 어린이 안전체험마을 등 다양한 재난안전 분야 체험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행안부는 지난해부터 재난안전산업 진흥시설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화재와 지진에 특화된 재난안전산업 진흥시설 조성을 확정했다.
재난안전산업 진흥시설 조성 지원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산ㆍ학ㆍ연ㆍ관 상호연계로 재난안전기업이 보유한 제품과 기술의 성능시험ㆍ평가, 연구개발, 판로개척 지원 등을 수행하는 통합시설을 재난유형별로 구축하는 걸 말한다.
현재 전라북도(군산) 침수안전산업 진흥시설(’23~’25년), 충청남도(홍성) 화재안전산업 실증 고도화 진흥시설(’24~’26년), 경상남도(양산) 지진안전산업 진흥시설(’24~’26년) 건립이 이뤄지고 있다. 3년간 사업별로 예산 100억원이 투입된다.
행안부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성능시험ㆍ평가 플랫폼 구축으로 국외 시험에 소요되는 물류ㆍ체제비 절감은 물론 고용 창출로 인한 지역산업의 매출 증대 등 경제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여러 방면으로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기술의 수출 촉진을 위해 어떤 정책을 시행 중인가.
재난안전산업 업체들은 영세한 측면이 있어 수출보단 내수시장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재난안전산업과는 다양한 해외 진출 지원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국내 업체의 해외인증 취득지원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업체가 해외로 진출하려면 그 나라의 해외규격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재난안전산업과는 공모를 거쳐 10개 업체를 선정, 이들이 유럽 CE와 미국 FCC, 일본 PSE 인증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외 유명 재난안전 분야 전시회에 대한민국 재난안전기업의 단체 전시관인 통합한국관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열린 도쿄 국제소방방재전 박람회에선 10개 기업이 참여해 251건의 상담, 2152만달러의 상담 금액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 리스콘(RISCON) 도쿄에선 경기, 전북, 경북, 경남 등 4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전시 참여 업체를 30개 사로 확대했다.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에선 국내 재난안전기업과 해외 바이어 간 비즈니스 매칭을 지원하기 위한 수출상담회도 진행한다. 개최 10주년을 맞아 그간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바이어 규모를 1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행안부는 2018년부터 재난안전제품 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재난안전제품 인증제도는 국민의 안전 증진을 위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제품에 대해 적합성 인증을 내주는 걸 말한다.
각종 사고로부터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 인증대상이다.
인증절차 단계는 1차 인증심사, 현장심사, 2차 인증심사로 이뤄진다. 1차에선 제출 서류와 신청기업의 발표를 통해 적합성, 안전성, 기술 우수성 등을 심사하고 현장심사를 통해 지속적 생산ㆍ관리 가능성, 품질경영체계 등을 평가한다. 2차에선 앞선 심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증기준 충족 여부를 심사한다.
인증을 받으면 국가ㆍ지방 수의계약 대상으로 지정되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재난안전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에게 기술개발 동기를 부여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재난안전제품 인증제도가 타 부처와의 이해관계 충돌 등 애로도 많다고 들었다. 개선책이 있나.
재난안전산업 분야는 소방청 등 다양한 부처와 관할 영역이 겹친다. 이 때문에 타 부처에서 운영하는 인증제도와 법적 목적, 인증 시험 조건과 방법이 달라 국민에게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재난안전제품 인증은 임의 인증으로 타 부처 강제 인증과는 차이가 있다. 행안부는 오해 소지 방지를 위해 신청 품목에 대한 타 부처 인증 해당 여부, 심사 이력 등에 대해 관계부처 의견조회 의무화, 심사 참여 절차 신설, 인증제도 명칭 변경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한민국이 안전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재난안전산업의 발전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앞으로 행안부는 재난안전산업의 진흥으로 국민의 삶이 한층 더 안전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