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귀 싸호는 골에 백로(白鷺)야 가지 마라. 셩낸 가마귀 흰빗츨 새올세라 청강(淸江)에 죠히 씨슨 몸을 더러일가 하노라’
근묵자흑(近墨者黑), 즉 ‘검은 것을 가까이하다 보면 자신도 검게 물든다’로 쓰이는 이 한자성어는 정몽주의 어머니가 쓴 위의 가곡원류 시조와 그 뜻을 같이한다.
공무원 임용 초기에 우리 모두는 청렴과 결백을 선언하며 굳은 결심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초심을 잃을 때쯤 관행이나 유혹이라는 핑계로 우리의 깃털은 검은색으로 물들 수 있다.
곧 다가올 공수처의 등장으로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날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 이후로 부정부패와 각종 위반 행위는 공직자 개인이 아닌 조직의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도 아시아부패지수’ 결과에서 대한민국은 당당히 16개국 중 6위에 올랐다. 이는 2011년 이후인 9년 만에 5점대로 진입하면서 이룩한 반부패ㆍ공정개혁 소임의 결과다.
그중에서도 소방은 대한민국 공무원 조직 중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조직이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청렴 지수 최전선에 우리 소방이 있는 것이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 뇌물이나 특혜를 요청받는 곳이 있을 수 있고 각종 범죄나 정치적인 업무에 연루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소방 조직의 경우에는 개인이 단독으로 청렴을 위반하기보다 조직의 수직적 분위기나 흐름에 휩쓸려 본인도 모르게 변화하게 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직부패는 하나의 부패사건에 여러 사람이 조직 혹은 집단으로 연루돼 있어 부패행위가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부패가 일상화되고 제도화되기 때문에 부패를 저지르는 사람은 조직의 보호를 받고 공식적 행동규범을 고수하려는 사람은 오히려 제재를 받게 된다.
수직적 구조라도 그릇된 일을 구별하고 그에 대해 반론할 수 있는 조직이야말로 현대사회와 시민이 바라는 참된 조직이 아닐까 한다. 즉 다수가 ‘Yes’라고 하는 분위기에서도 소신에 따라 ‘No’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으로 우리 공직 사회는 변화해야 한다.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생각해 모른 척 묵인한다면 언젠가 스스로에게 그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렴의 최전선에 있는 공직자로서 조직을 검게 물들이려는 까마귀가 있다면 가까이하지도 말고 그런 행위에 대해 침묵하지도 않아야 한다.
이런 행동은 대한민국이라는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앞으로 지향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이상적인 소양이다.
음성소방서 삼성119안전센터 소방교 허만학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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