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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방향 잘 잡은 소방장비 개선 대책, 제대로 해야 한다

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1/02/23 [09:40]

[플러스 칼럼] 방향 잘 잡은 소방장비 개선 대책, 제대로 해야 한다

119플러스 | 입력 : 2021/02/23 [09:40]

소방장비의 질 향상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 성능과 품질이 보장되고 관리가 잘 되면 소방관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소방장비 구매 실태와 관리체계엔 구멍이 많다. 수백 가지가 넘는 소방장비 구매 과정에선 시ㆍ도 본부별로 제각기 다른 규격이 제시되거나 검사와 검증에서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일반경쟁 입찰로 진행되는 소방장비 구매 과정에선 온갖 잡음이 이어진다. 특별한 등록 조건이 없다 보니 전문성 없는 업체의 소방장비 투찰이 난무하고 입찰 이후 장비구매 담당자들은 업체 민원에 시달리기 일쑤다.

 

문구류나 헤어용품, 열쇠, 도장, 도소매, 심지어 장의ㆍ장묘업체까지도 소방장비를 공급하겠다며 입찰에 참여한다. 일반 국민이 볼 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비전문 업체가 소방장비를 납품한 뒤 벌이지는 일이다. 납품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계약을 중도 해지 또는 파기하는 건 예삿일이다. 

 

소방관서에 장비를 공급한 뒤 ‘나 몰라라’하는 업체도 있다. 소방장비를 구매하는 장비 담당자로선 일선 소방관의 원성까지 들어야만 한다. 소방관들이 장비구매 부서 발령 자체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이런 소방장비 구매 체계는 마치 뒤엉킨 실타래 같다. 쉽게 풀어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이 실타래가 제대로 감겨있지 않다 보니 풀어내면 낼수록 더 엉켜버리는 형국이다. 이럴 땐 과감히 가위질해야 한다. 뒤엉킨 실을 잘라내고 온전하게 이어 붙여야만 사용할 수 있다.

 

소방청이 드디어 이 엉킨 실타래를 잘라내겠다며 가위를 들었다. 소방장비인증제와 소방장비판매업 등록제를 도입해 문제 해소에 나서면서다.

 

소방장비 표준규격에 맞춰 장비를 제작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한 제조업체를 사전에 걸러내 신뢰를 갖춘 업체를 통해 장비구매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이 제도가 잘 도입되면 무차별적인 투찰과 사후 책임을 외면하는 업체의 행태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장비구매 담당 소방관들의 애로도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납품 이행 능력이 없는 업체를 원천 배제하고 양질의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는 체계가 형성된다면 소방장비 납품을 소위 ‘로또’로 받아들이는 잘못된 인식도 사라질 듯하다.

 

소방청은 소방장비 판매자인 업체들과 구매자인 소방관이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 나가고 있다. ‘중앙 통합 소방장비 품평회’와 ‘국제소방안전박람회’의 통합 개최가 대표적인 개선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처음 열린 품평회는 공간과 시간적 여유조차 없어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대다수 소방관과 업체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다양한 장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고 시ㆍ도 본부별로 진행해 오던 품평ㆍ시연회의 행정적 낭비 요소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비업체들 입장에선 전국 소방본부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됐다.

 

관건은 소방청이 구상한 개선책들이 온전하게 도입될 수 있을지다. 우선 정부의 물품 구매를 관장하는 조달청 등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일선 소방관들과 장비업계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 물품 조달 체계를 개선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현실적인 문제를 들춰내는 등 함께 노력해야 한다. 

 

업체들이 또 다른 이익을 좇아 제도 도입을 반대하거나 퇴색하게 만든다면 제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빛을 발하기 힘들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의 안전은 곧 장비에서부터 시작됨을 우리 모두 잊어선 안 된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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