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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칼럼] 위헌적 비상계엄에 휩쓸린 소방,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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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플러스 | 기사입력 2025/02/06 [10:00]

[플러스 칼럼] 위헌적 비상계엄에 휩쓸린 소방, 자초한 일이다

119플러스 | 입력 : 2025/02/06 [10:00]

12.3 비상계엄 선포는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그래도 이번 사태에서 소방은 자유로운 줄 알았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이 권력기관도 아닐뿐더러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소방청의 거짓말이 드러나기 전까진 말이다. 실망스럽다는 말을 내뱉기조차 아깝다.

 

지난 1월 13일 국회에선 소방을 향한 거센 비판이 나왔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언론사 단전ㆍ단수를 경찰이 요청할 경우 협조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계엄령 선포 당일 이상민 전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ㆍ단수와 관련해 지시를 받은 적이 있냐”고 묻자 허석곤 청장은 “개인 전화로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냐고 하자 “경찰 쪽에서 특정 언론사에 대해 (단전ㆍ단수 조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내용이었다”면서도 소방 내 다른 부하직원에게 관련 명령을 내린 사실에 대해서는 “차장과 의논한 건 사실이지만 단전ㆍ단수가 소방의 의무는 아니지 않나. 제삼자에게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5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소방청의 이 모든 답변이 거짓이었단 게 드러났다. 이상민 전 장관으로부터 경찰 협조 지시를 받은 직후 허석곤 청장과 이영팔 차장이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영팔 차장은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경찰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 주면 좋겠다”고 반복해서 말했고 황 본부장은 “알겠고, 알아서 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서도 이 차장은 “서울본부에서 협력할 사항이 제일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차장이 전화를 마친 10분 뒤 허석곤 청장도 황기석 본부장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비상계엄과 관련한 서울소방의 현재 상황과 경찰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사항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상황이 많을 수 있으니 발생 상황을 잘 챙겨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는 비상계엄과 관련해 소방에 어떤 지시도 없었고 어떤 액션도 없었다는 그간의 소방청 입장과 배치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소방청에 ‘비상계엄 직후부터 이튿날까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행안부장관, 국방부장관, 경찰청장 등 계엄 관련 주요 인물들과 소방청장의 통화 내역’을 요구했다. 

 

이에 소방청은 이상민 장관과 60여 초 통화한 사실을 밝히면서도 그 내용에 대해선 소방 관련 특이사항이 있는지 문의했고, 없었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윤건영 의원 추궁에 허석곤 청장은 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청장과 차장은 이상민 전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뒤 제삼자에게 이관 또는 지시한 적이 없냐”는 윤 의원 질문에 “지시하지 않았다”며 또다시 거짓말을 했다.

 

거짓은 거짓을 낳았다. 과연 숨기려 한 이유는 뭐였을까. 위헌적이면서도 국민 모두를 불안에 빠뜨린 비상계엄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게 부담스러운 거였을까. 뭐가 됐든 아둔함을 넘어 소방의 숭고함까지 망가뜨린 꼴이 됐다. 애초부터 거짓말만 하지 않았으면 문제 될 게 없었다. 스스로 무덤을 팠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소방안전교부세 배분 비율법(‘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되돌아보자니 얼굴마저 화끈거린다. 행안부의 강한 반대에도 소방 재정의 안정화를 위한 근간을 만든 건 여야를 떠나 소방 현실에 공감하며 손들어준 국회의 덕이다.

 

그런데 ‘거짓 자료’와 ‘위증’으로 돌려줬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계엄 사태에도 그저 국민만을 바라본 소방조직 전체의 신의까지 저버린 형국이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하수인 역할을 자처한 건 아니길 바란다.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5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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