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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현장 구급대원 징계 요구… 6천만원 민사조정 불렀나

환자 사망 후 보호자, 소방청에 ‘구급대원 파면’ 진정
보호자 “출동대원 직무유기” vs 구급대원 “과실 없어”
서울소방, 보호자 측에 해당 구급대원 징계 요구 답변
재판 전 징계 요구에 소방관 발끈… “누굴 믿고 일하나”
노조설립 준비위원회, ‘본부장 파면하라’ 성명서 발표
서울소방 “공정한 조사 후 결정… 변호사 선임해 대응”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5/25 [10:31]

[집중취재] 현장 구급대원 징계 요구… 6천만원 민사조정 불렀나

환자 사망 후 보호자, 소방청에 ‘구급대원 파면’ 진정
보호자 “출동대원 직무유기” vs 구급대원 “과실 없어”
서울소방, 보호자 측에 해당 구급대원 징계 요구 답변
재판 전 징계 요구에 소방관 발끈… “누굴 믿고 일하나”
노조설립 준비위원회, ‘본부장 파면하라’ 성명서 발표
서울소방 “공정한 조사 후 결정… 변호사 선임해 대응”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1/05/25 [10:31]

[FPN 박준호 기자] = 서울소방재난본부(이하 서울소방)가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징계 요구를 내리면서 손해배상 민사조정신청을 부추겼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급기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노조설립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가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을 파면하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하는 등 본부와 일선 소방관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 사건은 코로나19 펜데믹 사태에 따른 구급대원의 현실적 애로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FPN/소방방재신문>이 논란의 전말을 들여다봤다.

 

◇ 어수선한 서울소방… 무슨 일 있었나

 

▲ 서울소방재난본부 전경


이 사건의 시작은 석 달 전, 설 연휴 기간 늦은 저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월 13일 오후 11시 34분께 서울 동대문소방서에 할머니가 기력저하와 요로감염, 배뇨장애 등의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원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세 명의 구급대원은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고열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병원 자체 지침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37.5℃가 넘어가면 격리ㆍ음압병실로 내원해야 한다고 돼 있다.


보호자가 서울의 한 특정 병원으로 이송을 원하자 구급대원은 환자가 열이 있기 때문에 격리ㆍ음압병실이 없을 경우 이송이 안 된다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보호자는 자차로 직접 환자를 이송하기로 했고 구급대는 환자를 차에 태우는 걸 도운 뒤 귀소했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9시 34분께 환자가 패혈증 쇼크로 사망하자 환자 보호자는 국민신문고에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 세 명을 파면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출했다.


준비위에 따르면 서울소방은 이 사건을 감찰한 후 구급대원을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4월 초 민원인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보호자는 지난 4월 2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구급대원 두 명과 국가를 상대로 장례비 1천만원, 정신적인 피해보상인 위자료 5천만원 등 총 6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구급차 운전대원은 환자 응급처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대상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서울소방의 징계 요구 답변이 민사조정을 불러왔다는 비난이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 서울소방 “해당 구급대원 징계 정당”
서울소방에 따르면 해당 구급대원 두 명은 구급활동 매뉴얼을 일부 지키지 않아 징계 요구를 받았다. 서울소방은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민감한 개인정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소방은 “당시 출동 구급대원의 현장 대응 문제가 환자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절차 등을 어긴 데 따른 징계 요구는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조사 결과 당시 출동 구급대원이 매뉴얼의 몇 가지 내용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며 “아직 징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론화된 현재 상황이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동대문소방서는 이달 안에 서울소방의 징계 요구에 따른 심의위원회를 열고 해당 구급대원의 징계 정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 보호자, 대원 직무유기로 민사조정… 구급대원 측 “과실 없어”

 

(이 사진은 119 구급대원 업무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해당 사건과는 무관합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입수한 민사조정신청서와 해당 구급대원 측 답변서 등에 따르면 유가족과 구급대원 간의 입장 차는 극명하다.


유가족 측은 구급대원들의 직무유기와 미필적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고인이 사망한 책임이 있어 구급대원과 국가가 연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병원에 이송해주지 않고 자차로 이동하도록 조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고 결국 환자가 병원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게 환자 보호자 측 핵심 주장이다.


하지만 민사조정신청 대상자인 해당 구급대원들은 환자가 사망한 건 구급대에 책임이 있지 않고 중대한 과실이나 부주의한 행동을 한 사실도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현장 도착 후 환자의 체온을 측정한 뒤 고열이 확인돼 병원 이송이 힘들다 판단했고 보호자 측과 합의를 통해 자차 이동을 결정했기 때문에 보호자 측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민사조정신청이 이유가 없다며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 내부 갈등으로 번진 사태… 일선 대원들 ‘발끈’
이번 사건을 두고 일선 대원들 사이에선 서울소방이 대원들의 징계 요구 사실을 민원인에 전달한 건 경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A 소방공무원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해당 직원이 징계를 받고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않은 건 천지 차이”라며 “이는 민원을 무마하기 위한 서울소방의 꼬리자르기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B 소방공무원은 “어떻게든 소송하려는 민원인에게 굳이 해당 구급대원의 엄중한 징계를 요구한다고 답한 건 시끄러운 일이 발생할까 우려해 민원 무마용으로 직원을 팔아넘긴 거나 다름없다”며 “안 그래도 요즘 코로나 때문에 구급활동의 애로사항이 많은데 본부에서 이렇게 대응하면 우리는 누굴 믿고 일하냐”고 호소했다.


C 소방공무원은 “구급대원이 이송을 안 한 게 과연 환자 사망에 큰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하다”며 “현장 대원을 충분히 보호해 주지 않고 징계를 요구한 본부가 문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소방은 이런 지적들에 대해 “민원이 제기됐는데 재판이 진행될 때까지 조사를 계속 미루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내부에서 징계를 받은 후에도 재판에서 승소한 사례는 있다”고 말했다.


또 “최대한 공정성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해 징계 사유를 결정했으며 이들의 징계 정도를 해당 소방서에서 검토 중이다”면서 “민원인의 민사조정신청과 관련해선 본부 현장민원전담팀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 준비위 “본부장 파면하라” 성명서 발표도

▲ 지난 17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노조설립 준비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서


이 사건을 접한 준비위는 지난 17일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을 파면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준비위는 “본 사안을 제보받고 검토한 결과 민원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무리한 징계 조치와 부실한 조사가 이뤄졌다”며 “형사ㆍ민사소송의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것을 인지했음에도 성급하게 결과를 통보함으로써 구급대원의 법률적 방어권인 ‘당사자 대응의 원칙’을 침해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준비위가 판단한 사항에 관해 진위를 살피고 서울소방의 의견을 듣고자 본부장 면담을 신청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거절해 본부장 이외의 다른 책임자라도 면담하길 요청했으나 이 또한 거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원을 무마하기 위해 구급대원을 희생양으로 삼은 본부장 파면을 요구했다. 준비위는 “문제 제기 면담 요청을 아무런 이유 없이 거절한 건 조직을 관리하는 지휘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민원을 무마하기 위해 대원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면서 “사익을 위해 대원을 사유화, 도구화, 헌신짝 취급해 지휘관의 자질을 상실했다. 본부장의 파면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소방은 “준비위는 문제의 당사자도, 아직 정식 노조도 아니기에 면담을 진행할 순 없었다”며 “이 같은 이유로 해당 전화를 두 차례 받은 부서에선 면담이 어렵다는 통보를 정중히 거부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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