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불산’이? - ⅡESSㆍ전기차 등 리튬-이온 배터리(2차 전지) 화재 시 불화수소(불산) 누출 분석 보고서
불화수소(HF)는 얼마나 위험할까? 이제 드디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될 위험물질(HazMat)인 불화수소에 관련된 내용을 알아보자. 흔히 구미 불산 누출사고로 널리 알려진 물질이다. 최근에도 삼성 등 불화수소(불산; 불화수소(기체)가 물에 녹으면 산성용액(액체)인 불산이 된다)를 사용하는 반도체 공정 관련 기업들에서 지속해서 사고가 발생했다.
불화수소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달라는 요청이 종종 있어 간략히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불화수소 관련 핵심 정보는 본인이 정리해본 [표 1]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출처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
특히 가열 시 분해해 부식성ㆍ독성 흄(fume)을 형성한다는 점, 금속과 접촉 시 수소(H2)가 발생한다는 점은 화재 대응 간 불화수소가 존재하면 어째서 추가로 화재가 확대되거나 폭발이 발생하는지를 잘 설명해준다(그 외에도 진압ㆍ대응방법 등 참고 점이 많다).
이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매우 유독한 불화수소의 양과 그 심각도를 추정하는 데 매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네이처지 논문에서도 이점을 가장 큰 논문의 성과로 보고 있다). 먼저 불화수소 발생량에서 약 20~200㎎/Wh라는 건 모든 배터리에 대해 용량 단위로 발생할 불화수소의 양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공칭이라고 쓰는 이유)이다.
논문에서는 랩톱용부터 차량용에 이르기까지 7가지 유형의 배터리로 실험했을 때 불화수소 배출량은 제품별로 약 10배의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즉 어느 정도 정확한 불화수소 배출량을 알기 위해선 제조사ㆍ제품별 ‘공칭 배터리 용량당 불화수소 생성(배출)량을 사전에 파악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제품별로 불화수소 누출량이나 열 방출률이 매우 달라 소방청에서 일률적으로 지침을 만들어 현장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대비가 어려운 큰 이유다(소방청 홀로 단일부처로서 해결책이 나올 내용이 아니다).
불화수소 배출량이 주는 위험 수준
불화수소 배출량의 위험성은 어떤 수준인지 예를 들어 확인해 보자. 전기자동차로 100㎾h 용량의 배터리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배출되는 불화수소(HF)의 양은 2(200만)~20㎏(2000만㎎)에 이른다.
이는 화학물질의 위험성 관련 수준을 나타내는 기준 중 하나인 IDLH(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발표 기준 즉각적으로 생명 또는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는 수준을 의미한다)에서 불화수소를 0.025g/㎥(25㎎/㎥)으로 보고 있어 위험성은 기준 대비 8만~80만 배에 해당하는 셈이다.
다시 동일하게 작은 고정식 에너지저저장장치(ESS) 배터리 셀 1천㎾h에 적용해 보면 불화수소는 약 20(2천만)~200㎏(2억㎎)의 불화수소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IDLH 위험성 기준 대비 80만~800만 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본인도 계산한 수치가 너무나 커서 몇 번을 확인하고 계산해보면서 검증해 볼만큼 엄청난 양이다.
불화수소는 실제 현장에서 화재 시 상당량이 물에 흡수되고 또 열에 의해 분해되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단 한두 모금의 기체만 마셔도 사망에 이르는 ‘매우 유독한 대표 물질’이다.
또 화재진압 간에도 물에 용해돼 다시 수백~수천 배의 어마어마한 양의 용액이 발생하는 걸 생각하면 HazMat 대응(주로 누출) 측면에서 볼 때 화재진압이 문제가 아니라 이때 발생한 오염수(유출수)를 어떻게 처리할 건지가 더욱 거대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배터리 충전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이번엔 충전상태(SOC, State of Charge; 배터리와 관련해 반드시 등장하는 표현이니 알아두자)와 관련한 화재ㆍ불화수소 배출 연관성을 소개해 보겠다. 아래 그래프를 유심히 살펴보자. 중요한 추가적인 사실을 많이 알 수 있다.
나머지 100%가 아닌 그 외의 충전상태의 경우 대동소이하게 열 방출률(결국 화세와 연계되는 중요한 지표임)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그림 2]를 보면 역시 충전상태에 따른 불화수소(HF)의 생성률(배출속도; 농도와도 연계)을 보여주는데 대략 100% 충전상태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 75% 충전상태가 높게 나온다.
그러나 충전상태 50% 이하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간에 따른 불화수소 발생률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피크(peak)값은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난다. 두 그래프 모두 시간 종속(time-resolve) 개념이라 시간대별로 살펴보는 게 현장대응에 큰 시사점이 있다.
대체로 화재가 발생하고(가열을 시작하고) 약 5분이 지난 6분 정도부터 열과 불화수소 발생이 매우 급격하게 증가하고 10분에서 15분 사이에서는 급격하게 감소하는 걸 볼 수 있다.
따라서 2차 전지 화재가 시작되고 약 5~20분 사이가 화세나 불화수소 발생(불화수소 외의 기타 인화성 기체의 생성이 많을수록 열 발생도 높고 같게 나타난다고 추측할 수 있다)이 매우 클 거로 예측할 수 있다.
또 물 분무 적용에서와 마찬가지로 불화수소 총배출량은 충전상태에 따라 차이가 없다는 점 역시 주요한 착안점이다. 결론적으로 충전상태는 화재진압에 있어 시간에 따른 그때그때의 발생률(발생속도)에서 차이를 보일지라도 불화수소 배출량엔 차이가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그림 3]은 충전상태 0%의 배터리를 가열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불화수소와 플루오린화 포스포릴(POF3)의 생성률(㎎/s), 열 방출 속도(HRR, Heat Release Rate) 그리고 배터리 표면 온도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일단 배제할 사항을 먼저 얘기하면 플루오린화 포스포릴은 전체 실험된 7개의 배터리 유형 중 A 유형에서만 정량적 측정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는 결론적으로 플루오린화 포스포릴을 고려할 필요가 없고 중간물질로서 존재할 뿐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0% 충전상태의 배터리도 다른 충전상태 배터리와 비슷하게 가열 5분가량부터 열 발생률이 갑자기 최고치 수준으로 올라갔다(분홍색 선).
따라서 온도 역시 300℃ 이상으로 갑자기 오른 후 약 15분까지 지속해서 올라 약 800℃ 부근의 화재 전체 정점 온도에 이르기까지 지속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온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굉장히 단시간에 매우 높은 온도까지 이르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불화수소(파란선)는 약 5~7분 사이에 급격하게 생성(배출)이 증가한 이후 약 16분에도 잠시 절정 값을 보여주는 등 5~15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함은 물론 계속해서 발생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온도와 불화수소 발생률에 대한 시간에 따른 변화 경향은 화재진압 등 현장대응에 있어 진행 상황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초기 5분쯤 급격하게 상황이 악화되는 걸 고려하면 5분이 되기 전 현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무리하게 현장에 진입하거나 대피를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하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현장대원 안전에 치명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서 물을 사용해도 될까?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나면 불화수소(HF)가 다량으로 발생한다. 불화수소는 물에 대한 용해도가 매우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차 전지 화재에서 물을 사용하는 건 매우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물은 전체적인 화학 발열반응을 가속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분무 주수가 불화수소(기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점, 사용이나 확보 용이성을 생각하면 가장 적합한 진압 방식이라고 판단된다(논문에서도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서 가장 선호되는 소화제로 물 분무(water spray)를 꼽는다).
다만 대응지침에도 불화수소 자체에 물을 직접 접촉하지 말라고 하듯이 직접 봉상주수 형태는 원거리에서 아주 다량의 물을 지속해서 주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적용해야 할 거다.
원칙적으로 물은 반응을 가속시킨다. 이는 물 분무를 했을 때 불화수소의 발생 시간이 지연되지만 생성률 자체는 물을 뿌리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약 35% 정도 상승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논문에도 나와 있듯이 물 분무는 실질적으로 불화수소 등의 흄 입자(fume particle)를 수집해 공기를 정화(clean)할 수 있다. 불화수소는 물 입자에 붙기 때문에 연기 내의 불화수소량을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물 분무 주수 구역 내에서는 바닥 표면에서 불산의 증기가 지속해서 발생할 것(화재가 있고 발열반응이기에 현장에서 불산(산성 액체)의 증기 발생은 크다.
따라서 레벨 A 화학보호복 수준의 피부보호가 되지 않는 경우 큰 피해가 동반될 수 있다)을 예상할 수 있다. 이를 볼 때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현장에서는 반드시 최대한 떨어져서 대응해야 한다(주수할 수 있는 여건상 최대한).
주수의 경우도 불화수소의 확산을 막기 위한 분무 주수와 화재 온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한 봉상 주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주수에 따라 바닥에서 발생하는 불화수소가 물에 녹으면서 생성되는 불산에 대한 조치가 꼭 필요하다(인근 하천의 환경오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환경부에서도 좌시하지 않을 거다).
소방에서 더욱 전문적으로 대응해야…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편의성이 상승함과 동시에 위험성도 높아져 사고 현장의 ‘위험성ㆍ복잡성’이 날로 늘어만 가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상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위험 물질/특수재난(HazMat)에 관해 NFPA를 중심으로 한 현장대응 매뉴얼을 번역해 본 입장에서 HazMat 대응기술을 지금의 수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댐 쌓기(Damming)/둑 쌓기(Diking)/전환(Diversion)/격리(Isolation) → 불산(물+불화수소)인 배터리 화재를 진압한 유출수를 제어하는 대응기술과 증기 억제(Vapor Suppression) → 불산의 유출수 표면을 폼(foam)으로 덮어 증기 발생에 따른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 대응기술 두 가지가 필수일 것으로 보인다.1)
우리나라도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은 ‘HazMat/특수재난 분야와 관련한 별도의 자격과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화재진압 중심의 진압대와 수난ㆍ산악 중심으로 전문지식이 부족한 구조대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와 같은 화학물질 누출ㆍ진압ㆍ폭발의 복합 상황인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긴 어려울 거다.
이 글을 통해 소방조직이 한 명의 대원에게 모든 전문성을 갖추길 바라는 ‘만능형 인재추구 조직’에서 재난 현장의 위험성 별로 특화된 전문인력과 조직을 모두 갖춘 ‘재난유형별 고도의 전문성을 추구하는 진정한 현장대응조직’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특수재난 초동대응 매뉴얼, 도서출판 대가
논문 출처 네이처지 ‘Toxic fluoride gas emissions from lithium-ion battery fires(리튬-이온 배터리(2차 전지) 화재로 인한 유독성 불화물 기체 배출)’
경기소방재난본부_ 김흥환 : squalk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1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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