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종종 지진에 의해 강관이 파괴된다는 소릴 듣지만 필자는 믿을 수 없다. 소화배관이 어떻게 파손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우선 건축물이 파괴되는 원리를 알아보고자 한다.
나뭇가지를 땅속에 단단히 묻어 놓은 상태로 지진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땅속에 묻힌 부분보다 드러나 있는 상부의 흔들림이 많은 게 당연하다. 건축물로 가정해보면 아래 보단 상층부(또는 고층부)의 흔들림이 클 수밖에 없는 이치와 같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그리스 신전은 견고한 석재로 지어졌지만 대부분 기둥만 남아 있다. 이를 추정해 보면 돌기둥에 의한 수직적인 힘(압축 응력)은 매우 높지만 지진파가 수평으로 충격을 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무거운 지붕이 견디지 못하고 붕괴돼 기둥만 남은 형태가 된 거다.
최근에도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포항 지역의 한 건축물을 예로 들면 이 건물의 1층은 벽 없이 기둥만 있는 필로티 구조였다. 그 위층은 거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상층부는 하중이 클 수밖에 없는 형태로 지진동이 측면을 강타해 그 하중을 기둥이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언론에 부실시공으로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그럼 전산볼트와 행가로 수직적인 힘을 견고하게 지지하고 있는 소화배관에 이와 동일한 원리로 지진파가 측면에서 전달된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도 배관은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려 파괴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주차장 등에 옥내소화전설비 또는 스프링클러설비 배관의 수평주행배관이 길게 이어져 엘보나 티로 분기된 상태에서 배관시스템이 시계추처럼 흔들린다면 수평주행배관은 그 특성에 따라 불규칙하게 움직이게 될 거다.
이 중 일부 고정 부분은 받침점이 될 수 있다. 이때 배관에는 지렛대 효과가 발생하는데 배관 길이가 길수록 파손될 확률은 높아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거리마다 흔들림 방지 버팀대를 설치해 움직임을 제한해야 한다. 이를 영향 구역(Zone of Influence) 법이라 하며 현재 우리가 적용하는 소방시설의 내진설계기준으로 볼 수 있다.
좀 더 상세히 알아보면 배관이 파손되는 원리는 지렛대 효과로 현장에서 펌프 등 무거운 물건 이동 시 벽돌 등을 바닥에 받쳐 각목 또는 배관 등을 사용해 이동하는 것과 같다.
지렛대에 받침대를 받치고 각목 등을 사용해서 힘을 만들 때 각목의 길이가 길면 작은 힘으로도 큰 힘을 만들 수 있다. 천장에 길게 이어진 소화 배관에 충격이 가해진다면 길이가 긴 배관의 특성상 부분적으로 지렛대 효과에 의해 큰 힘이 발생해 배관이 파손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지렛대 원리를 ‘힘×거리=모멘트(Monent)’라고 하는데 기계설계, 건축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이런 내용은 건축구조에서 주로 언급된다. 기존의 소방 관련 기술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에 소방엔지니어들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멘트에 대해 소방엔지니어들이 깊이 있게 알 필요까진 없다. 소방시설의 내진설계기준을 이해하기엔 모멘트의 개념만 있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항준 소방기술사(에듀파이어기술학원장)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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