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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칼럼] 119구급 존재 이유인 ‘국민’은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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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1/25 [16:45]

[기자 칼럼] 119구급 존재 이유인 ‘국민’은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합니다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3/01/25 [16:45]

▲ 유은영 기자   

2008년 소방방재신문에 입사해 임신과 출산, 육아로 쉰 기간을 빼도 10년이 넘는 세월 소방 분야의 전문기자로 일했습니다.

 

학부는 중국어, 대학원은 저널리즘출판을 전공한 말 그대로 뼛속까지 문과생인 제가 소방이라는 분야의 전문기자로 일하는 건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그저 불이 나면 불을 꺼주러 오는 소방관만이 소방이라는 이미지의 전부였건만 소방조직은 경방, 구조, 구급, 예방, 홍보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소방서 밖의 소방시설이나 공사, 감리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학문을 총망라한 집합체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리 전문기자여도 모든 걸 다 알 순 없다고 자위하며 차근차근 소방에 대한 이해를 쌓던 중 특히나 관심을 두게 된 분야는 소방공무원의 공상ㆍ순직 등 복지였습니다. 다행히도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국회를 통과해 그간 논란이 돼 온 다양한 문제가 어느 정도 잠식되면서 관심은 어느덧 구급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다름 아닌 제 아이 때문입니다. 올해 중학생이 될 제 딸은 우유와 달걀, 땅콩 알레르기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현재는 땅콩과 달걀 알레르기는 사라졌고 우유만 남은 상태인데 우유가 살짝 닿기만 해도 피부 발진과 부어오름, 심할 때는 아나필락시스 증세까지 동반합니다.

 

늘 먹는 것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음식을 고를 때면 원재료명을 확인하고 외식할 때도 알레르기가 있음을 알려 최대한 조심하곤 합니다. 그런데도 이따금 음식점의 실수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다니는 병원에선 ‘젝스트’라는 자가 에피네프린 주사를 처방해 줬지만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다급한 상황에서조차 겁이 많은 저는 아이 허벅지에 주사를 꽂지 못했습니다. 병원에서 스스로 주사하는 법을 배운 아이도 저를 닮아 겁이 많아서인지 마찬가지였죠. 

 

그때 생각난 게 119였지만 구급대원도 주사하지 못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잘 알지 못할 땐 의아했죠. 아무런 의학적 상식이 없고 배운 적도 없는 내가 놓을 수 있는 젝스트를 왜 구급대원은 주사하지 못할까.

 

구급대원의 업무범위에 속한 처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 저흰 매번 응급실 신세를 지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먹인 후 119에 전화해 구급대원분들께 도움을 청하는 게 아니라 응급의료상담을 받곤 합니다. 주사를 놓으면 금세 증상이 호전된다는 걸 알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가끔 화가 나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오랜 기간 법률 개선이 추진돼왔습니다. 2019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처음 발의한 후 21대 국회에서 같은 당 오영환 의원, 서영교 의원,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까지,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께서 이 개정안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된 상태입니다. 이번 회기엔 행정안전위원회 본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지난 16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또다시 발목을 잡혔습니다. 

 

이 법률 개정안에는 소방청장이 보건복지부장관과 미리 협의해 구급대원의 자격별 응급처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응급구조사 업무범위는 기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통해 처치 범위를 설정하고 간호사인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범위는 ‘의료법’의 특례로 규정하는 근거가 담긴 겁니다. 

 

특히 구급대원의 자격별 응급처치를 위한 교육과 평가, 응급처치의 품질관리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ㆍ시행해야 한다는 의무도 소방청장에게 부여했습니다.

 

다시 말해 119구급대원만의 응급처치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응급구조사, 간호사 등 자격이나 면허를 떠나 119구급대원 모두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확립하는 내용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 되더라도 당장 구급대원의 업무범위가 확대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119구급대원의 응급처치 범위 확대의 길을 열고 국민이 받는 구급 서비스의 질 역시 향상될 수 있는 시작점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119구급대는 국민에게 필요한 병원 전 단계 응급처치를 위해 태생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대가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에 이를 대체할 곳은 어디에도 없죠.

 

그런데 업무범위 제한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처치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면, 범법자가 되지 않으려고 꺼져가는 생명을 지켜봐야만 한다면 구급대원 스스로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또 더 나은 전문교육 시스템을 통해 처치 능력을 갖추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이 역시 구급대원들에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오랜 시간 이 사안에 대해 취재해 왔습니다.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고 반대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런데도 법안 통과를 기대하는 이유는 119구급대의 존재 이유가 바로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더 신속하고 안정적인 119구급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국민이 필요할 때 적절한 처치를 받고 싶은 대상은 응급구조사나 간호사가 아닌 말 그대로 ‘119구급대원’일 뿐입니다. 이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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